당신이 죽는 꿈을 꿨다. 다음날 출근을 해보니 나만 빼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다만 사인을 알지 못했다. 그냥 죽었다는 소식 하나만 내게 전해졌다. 왜 죽었는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어떤 기사를 보여줬다. 간밤에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기사. 이게 당신의 얘기가 아니냐며 꿈속 지인은 나에게 물어왔다. 꿈속에서 나는 그것이 당신의 이야기임을 확신했다. 그 절망적인 사건을 나는 사람들에게 내색하지 못했다. 그렇게 괴로워하던 중 다행히 잠에서 깼다.
꿈에서 깨자마자 나는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밤에 당신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도가 몰려왔다. 다만 꿈의 내용을 당신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오전 내내 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갔다. 카페를 들어가 책을 읽다 보니 처음에는 한 테이블 밖에 없던 카페에 점차 손님이 늘더니 시장통처럼 시끌시끌해져 버려 바로 건너편에 있는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용한 공간에서 가지고 간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뜻밖에도 간밤에 꿨던 꿈과 매우 비슷한 줄거리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전날까지도 함께 시간을 보냈던 절친한 친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노르웨이 숲> 중에서
꿈의 영향인지 주인공의 마음이 구절구절 와 닿았다. 한편으로는 '이걸 읽게 될 운명(?)이어서 그런 거였나'라며 조금은 거북했던 꿈을 정당화시켜보기도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뒤편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개울가에서 하얗고 큰 새를 마주했다. 새 종은 모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년에 한 번씩은 마주치던 새였다. 꼭 새까만 밤에 꼭 혼자서만 고고하게 서있어 나는 그 새가 항상 신기하고 신비했다. 그 새를 오늘 처음으로 벌건 대 낮에 아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새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멀찍이서 바라봤다.
문득 그 새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했던 두려움 비슷한 이 감정이 오늘 꾸었던 꿈에 대한 감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