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정서적으로 독립하기
그래도 평생 책임져주시면 감사합니다. 땡큐
책에서, SNS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실수 좀 한다고 망하지 않고,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인생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뭘 해도
엄마 아빠의 허락을 받고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것의
리스크 크기는 켜졌고, 더더욱 스스로 결정하는 게 어려웠다.
내가 결국 결정하더라도 상의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일종의 컨펌이다.
통과 이번에 1차 면접을 보는 것도 엄마 아빠와 상의를 했다.
면접을 보는 직무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직무였고
한 달 동안 연락이 없던 헤드헌터가 갑자기 통보한 서류 합격이었으며
나는 콘텐츠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며 '시작 열정'에 빠져 있었다.
고용시장에 대한 감도 익히고
어차피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기회가 온 만큼 보라고 하셨다.
여전히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의견을 알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싶었는데... 점점 대화가 길어졌다.
갑자기 콘텐츠 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장기전이 될 것이고
너는 이제 수입도 없는데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이느냐부터 시작해서
'경단녀'가 돼서 단순 알바나 하며 살 거냐
전세 계약 만료 후 서울살이를 위한 생활비 감당 등
마음 구석에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들춰보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엄마는 콕콕 짚어냈다.
당장 직업은 없지만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해보려는 의지에 스스로 기특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맺는말이....
확실한 건 더 이상 너에게 지원해 줄 수 없고
니 인생이니 니가 알아서 사는 거다.
엄마 아빠는 의견을 줄 수 있지만
니가 책임지는 거라고 했다.
쫌만 더 따숩게 말해줍셔... 틀린 말 하나 없지만,
부담은 지워주면서 책임은 떠맡지 않는
협박 같았다.
(내가 먼저 물어봤지만... ㅎ)
(2년 뒤 전세 계약이 끝나고,
지금까지 벌어둔 돈도 다 쓰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몰라... 죽어야 되나? 그땐 죽지 뭐.
극단적인 답이 떠올랐다.
불안과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는 딸에게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을까.)
나는 내 인생이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딸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면접을 준비할 거다.
그렇게 준비한 면접이 얼마나 진정성이 느껴지고
채용담당자에게 매력적으로 닿을지 모르겠지만..
겨우 2일 남았다.
2일.... 나는 이 이틀을 어떻게 보낼까?
하기 싫은 마음을 버티며 울상을 하고 준비하는 게 맞을까?
나는 이 이틀에도 통제권을 갖고 싶다.
면접 준비를 핑계로 하루의 루틴을 망치지 않겠다.
하루 한 개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거다.
잠을 잘 잘 것이고, 운동도 빼먹지 않을 거다.
계획했던 클래스도 들을 거다.
면접이 나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겠다.
부모에게 원하는 지지를 받지 못해 상처를 받더라도
나는 아마 또 다른 크고 작은 상의 거리를 들고
엄마 아빠를 찾을 거다.
아부지! 정답을 알려줘! 그래도 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는 혼자 감당해 보고
엄마 아빠의 의견에 나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의견은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겠다.
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독립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