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소거티스 마을에서
차량 등록 후 번호판 문제가 해결 됐으나 또 다른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엄마는 오랫동안 세워져 있었던 캠핑카이고 증고차이니 정식정비소에 맡겨 전체적인 점검을 하자고 하셨어요.
그러나 아빠는 왜 비용 들이냐며 아빠가 할 수 있다면서 그 돈 아껴 여행해야 한다며 엄마말에 콧 방귀도 안 뀌셨어요. 분명히 문제가 있는 얘기였지만 비용 아끼기 위한 거라고 하니 엄마는 할 말을 잃으셨어요.
아빠는 캠핑카 정비하기 쉬운 넓은 주차장이 있는 곳을 찾아 에어비엔비 숙소를 3주 예약하셨어요
그곳은 우리가 묶고 있던 킹스턴 옆 마을 소거티스였어요.
숙소는 좁았지만 숙소 밖 환경은 아빠가 캠핑카를 정비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어요.
여러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주차장과 그 옆엔 허드슨 강줄기를 따라 강가 주변으로 예쁜 잔디의 아기자기한 공원이 있었어요.
바비큐장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어 주말이면 가족단위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끄러웠지만 평일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낚시하는 어르신과 때때로 산책하는 몇몇의 사람이 전부였어요. 평일엔 마치 마을에 사람들이 살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어요.
아빠는 차량 정비를 하시느라 너무 바쁘셨어요. 해 본 적 없는 캠핑카 정비 기술을 유튜브를 찾아보시면서 하셨어요.
아빠는 차량 위에 올린다고 튤렛 박스를 이베이에서 검색해서 약속을 잡으시고 맨해튼까지 다녀오셨어요.
엄마는 또 짐을 늘리냐고 놀라셨어요
여행의 짐은 심플해야 한다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그러지 않으셨거든요. 혹시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준비성이 넘치셔서 날마다 배송되어 오는 택배물품에 엄마는 질려하셨어요.
국내에서 간간히 여행하실 때도 아빠의 이상한(?) 준비성에 피곤하셨던 엄마의 여행 물품은 길지 않은 여행에는 입고 출발하시는 옷과 여벌옷 한 벌 여행용 샴푸류와 샘플 화장품, 딱 그렇게 심플하게 여행을 다녀오시곤 했어요. 엄마는 아빠 덕분에 누구 하나는 짐을 늘리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그게 왜 엄마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시기도 하셨어요.
그러한 엄마였는데 캠핑카여행이 이삿짐 차량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엄마의 마음속 주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어요.
재밌는 건 그 물품들 중엔 주방용품들이 상당했어요. 엄마 의사와는 상관없이요ㅠㅠ 아빠의 대답이 웃펐어요. 먹고살면서 여행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요.
엄마는 정말 말도 하기 싫다며 기막혀하셨어요. 엄마 기준에서 제대로 쓸모 있는 물품은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중에 대형 압력밥솥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최고봉이었어요. 거기다 밥을 해 먹을 수 없다고 하실 정도로 허접의 끝판왕이었어요.
아빠는 왜 저러냐며 엄마는 날마다 배송되어 쌓이는 물품들과 아빠의 캠핑카사랑 정비의 무모함에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 얘기를 하시니 아빠는 엄마를 편하게 해 주려고 산 건데 "왜? 고마워하지 않지" 라며 되레 화를 내셨어요.
저는 그때 알았어요. 엄마의 환장파티의 의미를요ㅜㅜㅠㅡ
운전석과 조수석 빼고는 그렇게 엄마를 위한다는 웃기는 주방 물품과 알 수 없는 아빠만의 필요에 의한 용품들로 발 디딜 곳이 없게 꽉 차 버렸어요.....
엄마는 아빠의 의욕은 알겠는데, 이럴 생각이었으면 국내에서 캠핑카를 사서 본인이 원하는 만큼 정비해서 거기에 맞춰 필요 물품을 있는 걸로 채워 출발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굳이 뉴욕에서 이렇게 할 일인가? 물으시며 고개를 흔드셨어요.
엄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아빠의 기세에 늘 그렇듯 엄마는 질려버려 두 눈을 감으셨어요.
다만, 지금은 해외이고 엄마 눈엔 무모해 보이는 해본 적 없는 차량정비를 아빠가 하시니 그저 아무 문제 없이 마무리되어 여행길이 무사하시길 바라시면서도 불안해하셨어요.
"강지야~ 바보탱이 아빠가 그걸 모르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문제가 없을 리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