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는, 서울숲과 콜렉트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지만, 서울숲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봄과 가을만 있다. 한강 근처라 겨울엔 강바람이 차갑고, 여름엔 공원을 걷기엔 덥다. 그래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봄과 가을에 비하면 겨울과 여름의 서울숲은 한산하다.
그래서 긴 겨울을 지나 찾아온 봄은 서울숲 사장님들에 늘 반가운 계절이다. 봄이 시작되면 카페 안보다 밖이 먼저 활기를 띤다. 문을 열면 따듯한 공기가 들어오고, 짧았던 해가 길어지며 낮의 길이에도 여유가 생긴다.
아침에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사람들이 커피를 사갔다. 그중엔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얼굴도 있었다.
“오늘은 아이스죠?”
“이제 그런 계절이네요.”
사람들의 주문은 계절을 확인해 주는 신호와 같다.
서울숲 봄의 시작은 벚꽃과 함께 시작된다. 벚꽃은 잠깐이지만, 일 년 중 가장 활기찬 시간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 무렵 손님들은 커피보다 사람에게 집중한다. 사람들은 커피를 들고 공원 쪽으로 나가 벤치에 앉거나, 나무 그늘 밑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 무렵엔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오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시절 서울숲의 카페와 식당들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 문을 닫았다. 봄을 맞은 사장님들은 가게 불을 낮춰두고 와인 한 병이나 간단한 안주를 챙겨 공원으로 나왔다. 누군가는 잔을, 누군가는 이야기를 가져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가게 주인들과 서울숲에 놀러 온 사람들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그 시절의 봄밤은 유난히 밝고 여유로웠다. 문을 닫은 가게 안에서도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고, 가로등 아래로 벚꽃이 있었다. 사람들은 천천히 걸었고, 누군가는 나무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숲의 봄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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