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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와 라떼로 시작되는 콜렉트 아침

가장 기본적인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

by 이재구

카페의 기본 메뉴는 아메리카노와 라떼다. 누구나 알고, 누구나 마시는 커피다. 그리고 매일 아침, 카페의 시작을 알리는 커피 역시 아메리카노와 라떼였다.


문을 열고 불을 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모카포트를 올리는 것이다. 물이 끓고, 치지직 소리와 함께 증기가 오르면 에스프레소의 첫 향이 공간을 채운다. 그 향이 퍼질 때 즈음 음악이 흐르고, 콜렉트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의 시작은 단순했다.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물의 비율을 확인하고, 우유의 온도를 맞춘다. 그리고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준비된 잔에 부어 그날의 커피 컨디션을 확인한다. 비가 많이 온 날은 물의 맛 또한 묽어진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물이 좀 가벼워.”
“그럼 조금 진하게 내릴까?”


짧은 대화로 하루의 맛이 정해진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커피 레시피는 조금씩 달라졌다. 어제와 비슷하지만, 어제와는 다른 맛의 미세한 차이를 찾아 균형을 맞추는 일이 이곳의 하루였다. 아메리카노는 하루가 깨어나는 커피였다. 뜨거운 물 위로 에스프레소를 떨어뜨리면 잔 위로 얇은 김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의 향과 색이, 오늘의 농도를 알려줬다.


아메리카노를 확인하면 라떼를 준비한다. 우유의 온도, 거품의 질감, 스팀의 길이와 같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하지만 그 미세한 차이로 맛의 인상이 달라졌다. 라떼는 다른 커피의 출발점이었다. 시럽이 들어가면 바닐라 라떼가 되고, 조금의 향을 더하면 헤이즐넛 라떼가 됐다.


내가 자주 마신 건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기본 라떼였다. 아직 다른 맛으로 변하기 전, 그 균형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가장 기본적인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 콜렉트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이곳이 매일의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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