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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구 Oct 13. 2015

타이포그래피 용어-1

1. 타이포그래피 이름 익히기 

이름이란 묘하다. 아무리 어려운 지식도, 낯선 사람도 이름이  친숙해지고 나면 가까운 사이가 된 기분이 든다. 나는 이름을 잘 못 외운다. 핑계를 만들어 보자면,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심할 때는 1년에  2번씩 

전학을 다니기도 할 만큼 전학을 많이 다녔다. 전학을 간다는 것을 통보받고 나면, 이름을 외우고 차근차근 알아가는 단계를 따라 관계를 맺기보다 짧은 시간 동안 놀고 떠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단계를 건너뛴 방식은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이런 습관은 만성이 됐다. 결국 이 습관은 낯선 것들과의 

모든 만남에서 내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됐다. 이름을 기억하고 익히는 단계는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는 가장 

기본단계였지만 가장 재미없는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이름을 외우고 이해하는 첫 단계는 지루하며, 가벼이 넘기거나 혹은 무시하더라도 되는 단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을 외우고  이해한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데 있어서 기본단계다. '타이포그래피 정리'의 내용은 기본을 정리하는  글이다. 기본적인 단계의 다음 단계인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다거나, 당장의 돈벌이가 되지 않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서 이름을 알아가는 단계를 건너뛴 관계는 깊이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이름을 모르는 정보는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 즉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됐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정보는 결국 깊이에 한계가 있다. 




1. 타이포그래피 이름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 머테리얼디자인과 플랫디자인의 개념처럼 잘 안다고 생각 하지만 막상 설명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있다. 글자꼴의 기본 용어도 대략적인 개념은 알지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타이포그래피 정보를 접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지만 잘 모르는 이름을 정리했다. 


1-1) 서체[typeface]

글자꼴의 생김새 혹은 표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사전적 정의로는 '글자를 써 놓은 모양'이다. 

서체[typeface]와 동의어는 많지만 대응되는 순 우리말은 찾기 어렵다. 서체는 글씨체, '글씨 모양' 혹은 

'글자꼴'이라는 명칭으로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1-2) 폰트[font]

활판인쇄 시절에는  '주조물' 자체, 즉 같은 글자꼴과 같은 크기의 서체가 하나의 폰트를 의미했다.

즉 같은 표정을 가진 글자꼴이라 하더라도 글자크기가 다르면 다른 폰트였다. 예를 들어 '윤명조 310'과 

'윤명조 330'은 다른 폰트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디지털 활자 시대에서는 폰트 크기와 상관없이 

서체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즉 '윤명조 310'과 '윤명조 330'은 같은 폰트가 되는 것이다. 대체로 

대문자, 소문자, 숫자, 부호 등을 가진다.


1-3) 서체가족[type family]

인간의 가족과 같이 글자꼴도 가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체가족은 집성촌처럼 촌[村]을 이루기도

하고, 4인 혹은 2인 가족처럼 소수의 가정을 이루기도 한다. 즉 동일한 유전적 특징을 공유하며 다양한 

글자꼴을 가지고 있는 서체의 덩어리를 서체가족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Adobe garamond 폰트의 regular, regular itelic, bold, bold itelic는 Adobe garamond 폰트의 가족 구성원이다. 그리고 Adobe garamond는 이 서체가족의 이름이다.


1-4) 이탤릭[italic]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글자꼴을 말한다. 서체 끝에 꼬리가 달린 세리프체를 기울였을 때 주로 이텔릭체라고 

부른다. 펜글씨를 모방한 형태이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15C~16C사이에 등장한 인본주의적 글자꼴

이다. 펜글씨에서 느낄 수 있는 글자의 자유로움과 우아함에 활자체 다운 규칙성과 체계를 부여한 형식이다.

주로 강조할 단어나 외국어, 학명 따위를 두드러지게 나타내는데 쓰인다.  


1-5) 오블리크[oblique]

이탤릭체는 글자꼴이 손글씨체에 가깝게 변한다. 하지만 산세리프계열의 이탤릭체는 원래 형태는 유지

하되 글자를 일정 각도로 기울인 형태를 뜻한다. 산세리프 계열에서는 '이탤릭'보다는 '비뚤어진'이라는 뜻의

'오블리크'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포토샵이나 워드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글꼴 기울이기 기능을 

사용하면 비슷한 모양이 나타나지만 그 형태는 글자를 그냥 기울인 것이며 '오블리크체'라고 볼 수 없다.




2. 세리프[serif]와 산세리프[sans serif]

글자꼴 공부의 시작을 알리는 용어다. 글자를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사용자들은 가장 먼저 세리프체를 

쓸 것인가 아니면 산세리프체를 쓸 것인가를 고민한다. 세리프체와 산체리프체는 글자꼴에서 가장 큰 두개의

덩어리를 구성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세리프체를 명조, 산세리프체를 고딕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2-1) 세리프[serif]

글자 끝에 달린 꼬리를 세리프라고 하며, 꼬리 달린 글자꼴을 세리프체라고 한다. 세리프체는 트라야뉴스

로마 황제의 기념비에 새겨진 대문자 형태와 거의 비슷하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알파벳을 돌에 새길 때,

연장의 흔적 또는 밑그림으로 글자를 그려 넣을 때 붓의 흔적 등이 세리프의 형태로 남아 전해졌다고 한다.

세리프의 형태는 작지만 세리프체의 양식을 구별하고 글자꼴의 표정을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세리프의

형태에 따라 글자꼴의 표정이 달라지며,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다르게 전달한다. 

세리프가 달린 글자꼴을 로마자라고 부르며 로마자의 특징은 세리프다.


2-2) 산세리프[sans serif]

‘산(sans)’은 프랑스어로 영어의 ‘without’의 의미를 갖는 말이다. 즉 세리프가 없는 글자꼴이다. 직선과 

곡선으로 구성되어있다. 때로는 원,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도형을 닮은 글자꼴이 나오기도 했다. 

19세기에 등장한 양식으로 20세기, 모더니즘 운동과 더불어 크게 유행했다. 미국에서는 고딕[gothic]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딕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이름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낯설어도 익히다 보면 이름의 실체와 한결 가까워졌다. 이름을 

외우고, 기억하는 단계는 어려운 단계가 아닌 귀찮은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귀찮은 단계는 귀찮지만 지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름을 먼저 외우고 불러보는 것은 수동적인 접근이 아닌 적극적인 친근감의 표현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전략은 새로운 만남에서 어렵지 않게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 정보를 만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들을 먼저 소개했다. 이름들을 한번 만나봤으니 타이포그래피를 만날 때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 안그라픽스 / 원유홍, 서승연, 송명민

타이포그래피 교과서 / 안그라픽스 /  제임스 크레이그, 아이린 코롤 스칼라, 윌리엄 베빙튼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33가지 서체 이야기 / 세미콜론 /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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