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서연 Jenny Feb 18. 2021

이색(異色) 대신 본색(本色)

무엇이 왜 아름다운지

    거의 매일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연예인과 여행지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접하곤 한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내에서 외국을 연상시키는 장소들을 찾아내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외국을 기준으로 우리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특히 국내에 이주한 외국인들에 대한 태도들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는 심화된다.



    기실 이국과 외국의 사전적 정의는 동일하다. 다른 나라. 다만 이국적임을 표방할 때의 다름은 쉽게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 가치를 지니는 다름이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을 바라볼 때의 다름은 다른 집단을 격하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다름이다. 그러나 한번 더 파고들면 우리의 다름에 대한 기준이 생각보다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기준을 세울 수 없어서 비교를 통해서만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두 개의 다름-異와 他-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셨던 최순우 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을 보며, 내 것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청자죽절문병은 주위 환경과 쓰는 이의 분수에 맞는 '제격'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무량수전은 의젓하고 너그러운 자태를 가지고 있다. 한 권을 가득 채울 만큼 아름다움을 형용하는 언어를 보면서 외국의 유명 관광지와는 사소한 유사함이라도 찾아 소개하는 일의 얕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닮았다는 부산의 태극도 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 온 사람들이 판잣집을 지어 살면서 만들어졌다. 부산 비탈 마을 특유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산토리니의 청량함보다는 고단함이라는 단어가 더 생각난다. 판잣집 위에 슬레이트를 얹어 만들어진 마을을 살피며 단지 많은 지붕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그리스 해변 마을의 이름을 붙여야 했을까?



    최순우 선생님은 석굴암을 고칠 때 한국의 이름난 석수들을 모아 공사를 하면서도 끝내 불국사의 돌각담 같은 재주를 부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쓰셨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돌각담을 쌓을 수 있는 돌장이의 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돌각담의 아름다움을 대견히 아는 좋은 눈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 그러한 손을 길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코로나로 힘든 이때를 좋은 눈으로 우리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무엇이 왜 아름다운지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인 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