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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Oct 17. 2022

한밤의 창틀 청소와 윌슨

혼자 살아서 곤란한 지점 중 하나는, 283페이지의 에세이집을 216페이지까지 읽다 말고 새벽 1시 18분에 갑자기 창틀 청소를 하고 내일 아침에는 커텐을 세탁하겠다는 다짐을 해도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다.

 

이 기벽에 대해 왠지 타박이라도 받고 싶은 기분이 들어 SNS를 켜 무엇인가 끄적이려다 그만두었다. 누가봐도 기이한 행동을 굳이 올리고 싶을 만큼 사람에게 타인의 관심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쩌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관심이라는 거. 무인도에 혼자 표류한 사람의 심리 변화와 적응기를 그린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보면 배구공으로 친구를 창조하지 않는가. 영화에서 주인공은 길어지는 무인도 생활에 고독을 느끼고 급기야 함께 표류한  배구공에 찍힌 자기 손바닥 모양의 핏자국 윌슨이라고 이름 붙이고, 윌슨과 대화하고, 심지어 윌슨과 크게 다투기도 하 것이다.


각자의 섬 같은 작은 에서 늦은 밤 서성거리는 나에게는 윌슨 대신 SNS가 필요했던지도 모른다.

 

타인의 잔소리마저 그립다면 주저없이 SNS를 키고 친구들에게 SOS를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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