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주간 한국 퍼머컬쳐 네트워크에서 퍼머컬쳐 디자인 코스 (PDC) 26기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Permanent + Agriculture = Permaculture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자연의 법칙을 모방하여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철학을 '퍼머컬쳐'라 부른다. 영국에서 퍼머컬쳐 철학과 가치를 잇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 또한 자연스럽게 그러한 삶을 꿈꾸게 되었다. 당시 나는 퍼머컬쳐의 개념만 여러 서적에서 접했을 뿐 직접적으로 배울 계기는 없었다. 다만, 그러한 철학을 필두로 운영되는 다양한 사업 비즈니스로부터 비슷해 보이는 공통점을 추려낼 수는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았다.
1. 생물다양성 확보 (Biodiversity)
자연발효로 전통방식의 영국식 애플사이다를 만드는 영국 헤레포드(Hereford) 의 수많은 농가들은 늘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정한 애플사이다는 사과농축액이 아닌 잘키운 사과주스로부터 나오고, 그 사과주스 또한 다양한 사과품종의 블렌딩의 결과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농장에서는 좋은 사이다를 생산하기 위해서 십여가지는 가뿐히 넘는 품종을 재배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발효를 위해 사과나무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다년생 식물들로 둘러쌓여 있다. 그러한 식물들이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그러한 토양으로부터 미생물이 사과표면에 붙어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맛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이에 상당히 충격 받았다. 훌륭한 사과맛이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그럼 그동안 미디어에서 봤던 사과들은 왜 그런 방식을 소개하지 않았던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논리를 주장하는 과수원의 생각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더 많은 과수원과 진정으로 유기농을 추구하고 동물을 생각하는 농장을 거듭 방문할수록 모두 공통된 의견을 내비치고 있었다. 실제로 방문해서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먹어보니 마트에서 파는 일반적인 것들과는 댓번에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먹을 줄만 알았지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지'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2, 3. 화학비료와 농약
단연컨대 전세계 어느 누구도 내가 먹는 음식이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범벅된 재료로 만들어졌다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작물이 비료와 농약으로 키워진다. 이는 재배면적당 생산량을 극대화해야 수익이 극대화되는 이른바 '관행농'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는 이것을 영국까지 가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요리는 좋아하지만 재료는 늘 저렴한 것으로만 구매했다. 영국의 외식물가가 너무나 비쌌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저렴한 식재료들로만 구매했다. 그러다가 문득 제일 비싼 계란의 맛이 궁금해졌다. 그러다 다시 저렴한 계란 맛을 보니까 비려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농부가 직접 키워서 파머스 마켓에 들고 나오는 채소와 마트에서 유통되는 일반 채소의 맛 차이는 극명했다. 비료와 농약으로 키워진 채소는 외관은 훌륭했지만 맛이 무르거나 쉽게 물러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유기방식으로 키워진 채소는 외관은 비교적 작았지만 맛이 단단하고 풍미가 풍부했다. 훨씬 맛있는 채소를 기르는 농부들은 대부분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았다. 맛있는 채소들은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걸 알게 되었다. 대신 그들은 직접 퇴비를 만들어 비료나 제초제, 농약 대신 사용하곤 했다. 잡초로 유기농 멀칭을 통해 더 자라지 않게 하고, 비료 대신 직접 만든 발효퇴비를 통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며, 농약 대신 방제식물을 심는 친환경 농법이 바로 그것이다. 아주 흥미로웠다.
4. 무경운
경운이란 작물을 심기전 땅을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농사는 땅을 헤집어놓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영국에서 우연히 'No-dig' 라는 책을 발견하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년중 탄소배출로 인한 온난화가 가속되는 시기로 3월을 꼽고 있다. 그 원인은 다름아닌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에 전세계가 땅을 파기 때문이라고 한다. 땅이 포집하고 있던 탄소가 경운으로 인해 공기 중으로 발산되면서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는 물보다 토양미생물을 통해 땅에 보관되는 양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경운은 지금처럼의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의 많은 친환경, 유기농 농장들은 경운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실이었다.
5. 유통
서울에서 종종 열리는 '마르쉐'라는 장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마르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소과 기회를 마련하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각광받고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유럽에는 매주마다 파머스마켓이나 로컬마켓 등을 통해서 생산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잦았다. 우리나라는 농부와 직거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유통시장이 너무나 발달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는 유통보다는 직거래를 통한 시장거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포장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눈으로 직접 생산지를 확인하고 구매하면 소비자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려면 생산지가 눈에도 예쁘면 좋을 것이다. 우리가 다녀왔던 대부분의 유기농 농장들은 조경이 대부분 조경이 잘 되어있었다. 나도 그런 농장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고민되었다.
좀 더 공부하고 배우다보니 위와 같은 개념은 퍼머컬쳐와 자연농의 철학과 맞물려 있었다. 만약 그러한 철학을 담은 농장을 만든다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다섯 가지를 하지 않는 농장. 5 zero. 마침 아내와 15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블랙탄치와와의 이름이 '김오공' 이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영국에 있는 동안 오공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오랜 시간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준 그 아이의 이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공, 오공, 오공팜.
오공팜 퍼멘터리
오공팜 퍼멘터리/2020년 경작을 시작한 400평 규모의 김포의 작은 농장입니다. 아버지가 가족들 먹을 것만 생산해오셨는데 이제부터는 제가 함께 자연농 방식으로 농작을 해보려고 계획중입니다. 수확할 게 많지 않지만 저희 밭에서 나온 농작물들과 함께 직접 만든 사워크라우트, 콤부차 등을 소량 가져가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