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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파크 Nov 03. 2022

[당신의교도관]3. 눈이 멀어가는 수용자와 병원에 가다

정신 차려, 이 죄 지은 이 많은 교도소에서!

 교도소에 갇힌 수용자들도 병원에 간다.

당연히 혼자 갈 수는 없고, 교도관들이 팀을 이뤄 수용자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하고 교도소로 다시 데려 온다.

나와 선배님 두 분이 오늘 대형 안과에 가야 하는 수용자를 맡았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는 수용자의 겉모습은 평범했다.

나이도 내 또래로 보였고 수용자복을 입지 않았다면 죄수라고 생각하기 힘든 인상이었다.

그 수용자는 모범수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교도관들의 지도를 고분고분 잘 따랐다.

선배 교도관님이 친밀하게 다가가자 씨익 웃으며 말을 받는 모습을 봤을 때는 이사람이 은근히 호감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수용자는 한쪽 눈이 실명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한강 작가의 <<희랍어시간>>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눈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수용자를 보며 작품 속 남자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호송 버스에 수용자를 태우고 우리 팀은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수용자가 앉은 좌석 뒤쪽, 그를 잘 지켜볼 수 있는 곳에 나와 선배가 앉았다.

수용자는 이마를 유리창에 대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 옆선은 볼 수 있었지만 햇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얼굴에 짙게 드리워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나는 궁금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바깥을 그리워하고 있나?

가족을 생각하고 있나?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고 있을까?


 호송버스는 병원에 도착했다.

수용자를 휠체어에 앉히고 그의 벨트보호대와 휠체어를 수갑으로 연결했다.

수갑이 보이지 않게 가리개를 씌웠다.

수용자는 휠체어에 앉았고 나는 휠체어를 끌었다.



본문과 관련없는 이미지



 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을 남자 서넛이 둘러싸 지키고 있는 일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가린다고 가렸지만 의료 절차를 진행하며 때론 수갑이 노출될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그저 나의 느낌이었지만, 병원을 찾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휠체어를 끌고 있는 나는 특히나 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은 휠체어를 진료 대기실 벽 쪽에 놓고 사람들과 그가 마주하게 둔 순간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수용자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흐릿한 시야가 그가 받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마저 지워버렸을까?


 외부진료가 끝나고 호송버스에 그를 싣기 전, 나는 그에게 물었다.


 눈이 왜 그렇게 된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교도소에 들어오고나서 왜 이렇게 눈이 안좋아지는지...


 수용자는 무어라 무어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더니 답답해보이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X끼들,   짓고 들어온 범죄자들이에요. 마음  필요 없어요,라던 선배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스쳤지만, 나는 자연스레 빛을 잃어가는  수용자에게 측은함을 느꼈다.

 

 버스는 교도소에 도착했고 그는 다시 본인의 거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 수용자의 수용자기록부를 찾아 보았다.

그가 지은 죄는 성폭행이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이었다.

그의 사건 개요를 확인했다.



피의자 □□□은 20XX년 XX월 XX일에 야외 화장실로 들어가는 피해자 ○○○를 쫓아 ......



피의자 □□□은 20YY년 YY월 YY일에 야외 화장실로 들어가는 피해자 ◇◇◇를 쫓아 ......


......


 피의자 □□□은 20NN년 NN월 NN일에 ...... 수차례 폭행을 가했다.  



 내가 방금까지 연민을 품었던 그 사람이 저지른 일들이었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이런 짓들을 하는 건지.


 한 선배님은 얘네가 비록 범죄자이지만 잘 대해줘야 교정교화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이 많은 선배님들 중엔 정말 수용자들을 자식같이 대하는 선배님들도 있다.

수용자들은 그런 선배님들을 정말 잘 따른다.

그런데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교정교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교도관 말 잘 듣게 만드는 것이 곧 교정교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체로 사람들에게 살가운 편이다.

그래서 수용자들에게까지 자꾸 살갑게 대하려는 버릇이 나온다.

그들에게 상냥하게 대한 뒤 속으로 아 방금은 너무 착했어, 이러면 안되는데,라며 아쉬워한다.

수용자들을 무조건 미워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 이상의 감정을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은 교도소에서 옥살이를 마치면 그만이지만, 그들이 남긴 피해는 피해자들의 가슴과 머리와 몸에 그대로 남아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정신 차려 , 이 죄 지은 이 많은 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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