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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파크 Nov 16. 2022

[당신의교도관]7. 교도소 새벽 규칙: 자위 금지

혼란하디 혼란한 교도소의 새벽


  가장 교도관스러운 이미지가 무엇일까?

한국직업백과사전에서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발견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는 불빛 없는 캄캄한 복도에서 랜턴 하나 들고 또각 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순찰하고 있는 각진 얼굴의 남성의 모습이었다.

내 얼굴도 각진 편이라 랜턴 들고 순찰하고 있는 내 모습이 사뭇 잘 어울리지 싶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발령받은 신입 교도관들은 100이면 99가 보안과 야근부에 배치된다.

야근부가 하는 일이 바로 새벽 내내 교도소 수용동을 순찰하는 것이다.

야근부 교도관은 4일에 한번 야간근무에 배치된다.

반복적으로 야간 근무를 수행하다 보니 이제는 야간 근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진.




교도관 업무 사이클


주간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 교도소의 다양한 곳에 배치된다.

야간    저녁 5시경에 투입되어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교도소 내 정해진 구역을 계호한다.

비번    야간 근무를 마친 다음날 아침, 그날은 휴식을 취한다.

윤번    번갈아가면서 부서 직원의 절반은 휴식을 취하며 대기하고 절반은 출근하여 주간 근무를 수행한다.

휴무    휴식을 취한다.


야근부 교도관은 주간-야간-비번-윤번-주간-야간-비번-휴무(총 8일)의 사이클로 근무를 수행한다.



 야간 근무에 투입된 교도관들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정해진 구역을 순찰한다.

새벽 네시경, 취침등만 켜놓은 어두운 수용동을 순찰하다 보면 수용자들 대부분은 깊게 잠들어 있다.

미약한 불빛 아래 수용자들은 코를 골며 사지를 흐트린 채 잠을 자고 있기도 하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은 채 잠을 자고 있기도 한다. 

신앙심이 깊은 수용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전 혹은 성서를 펼쳐 놓은 채 기도를 하거나 절을 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거실은 단체로 두 손을 모은 채 명상에 잠겨 있기도 한다.

간혹 팬티만 입은 채 펑퍼짐한 엉덩이를 창가 쪽으로 내밀고 잠을 취하고 있는 수용자놈들은 나를 열받게 만들기도 한다.(질펀한 엉덩이를 보는 것은 그리 달콤한 일이 아니다.) 


 그날 역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제외하곤 축축한 침묵이 어둠 속에 짙게 배어 있는 새벽이었다. 

그런데 어두운 거실을 하나 하나 지나치던 중, 한 거실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섯 명의 수용자가 한 방을 쓰는 거실이었는데, 이불 하나가 돌돌 말린 채 중앙에 놓여 있었다. 

나는 직감 했다, 이상상황 발생.

창문을 열고 몸을 반쯤 새워 벽에 기대고 있는 수용자들에게 물었다.


 뭔 일 있어요? 왜 안자고 있어요.


 부장님, 저희도요, 저희도 자고 싶어요.


 왜요, 뭔 일인데요?


 이불 한번 보시면 알 거 아녜요. 방금 관구실 주임님이 그새끼 데려갔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이서 쓰는 방에 하나가 없다.

방 인원이 맞지 않는데 이제야 눈치 채다니, 나는 아직 멀었다.


 창문 너머로 돌돌 말린 이불을 살펴 봤다.

자해라도 한 것일까?

달콤한 잠을 방해받은 수용자들의 표정은 더러운 신문지처럼 구겨져 있었다.

순찰을 멈추고 관구실(수용팀 사무실)로 걸음을 재촉했다.


 전자 키를 패드에 대자 무거운 철창이 드리운 수용동 출입문을 열렸다. 

복도 중앙의 수용팀 사무실에서 밝은 빛과 함께 한 남자의 진노한 고함 소리가 퍼져 나왔다.

숨이 가빠질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다.


 야이 새끼야, 너 이새끼, 5일을 못 참고 그새 딸딸이를 쳐?

너 이새끼, 오늘이 나가는 날인거 알았어, 몰랐어?

오늘 나가는 날인데 그러면 어떡해, 너 임마, 너 나갈 거야, 말거야?




그랬구나...참기가 힘들었구나...




 분노의 진원지는 성격이 불 같은 계장님이셨다.

수용자는 어깨를 움츠린 채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 수용자는 벌금을 제때 내지 않아 벌금에 해당하는 일수만큼 노역형을 받은 수용자였다.

5일만 교도소에서 일하고 나가면 되는데, 5일 동안 금욕을 지속하기가 힘들었나 보다.

그래서 새벽 네시 모두가 잠든 새벽을 틈타 자신의 5일 묵은 욕망을 뿜어내었나 보다.

그 5일 묵은 욕망이 너무나 들큼한 냄새를 발산해서 룸메이트들의 단잠을 깨웠고, 화가 난 룸메이트들이 비상벨을 눌러 사무실에 구조 요청을 보냈나 보다.

 

 5일 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치는 축포를 쏜 것일까?

어쨌든 그 수용자는 팀 사무실의 대기실에서 속죄의 시간을 보내다가 때가 되어 무사히 출소했다고 한다.

그날 새벽의 해프닝은 이 일이 끝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계장님의 분노를 더할 일이 새벽 여섯 시경에 일어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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