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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파크 Nov 14. 2022

[독서]허들을넘는여자들_----- 외 9명

허들을 넘고싶은, 허들을 넘으려는, 허들을 넘은 모든 이들에게

사진 출처: 교보문고


제목: 허들을 넘는 여자들

저자: -----, 보라, 아리, 유진, 인성, 지은, 카티, 키위, 태정, 해라

출판사: 이야기모란단



  브런치로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있는 작가님이 있다.

우연찮게 그 분이 쓴 글을 읽게 되었고, 그날부터 며칠 동안 그 분이 쓴 글을 정주행했다.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상처를 받지만, 그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단단해진다.

상처를 극복하고 꿈을 펼쳐가는 그분의 글에서는 찬연한 빛이 났다.

 책은 그분을 포함하여, 성폭행 피해라는 허들을 맞닥뜨린  명의 여성들이 그것을 뛰어 넘고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성범죄 피해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아닙니다.
성범죄 피해는 씻을 수 있는 상처입니다.
피해자의 삶을 망가트리지 않습니다.
성범죄 가해는 가해자의 삶을 망가트립니다.  
-여는 말 중,pg.13




  우리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생각할 때 흔히 절망에 빠진 사람을 상상합니다.

어두운 방 한켠에 자리한 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우울감에 갇힌 사람들을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님의 글과 이 책을 읽고 그것은 선입견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각종 영화와 미디어, 자극적인 언론이 만든 피해자다움의 이미지였다는 것을요.




말은 씨앗이야. 피해자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자꾸 듣다보면 그 말 때문에 자신을 의심하고 좀먹게 될지도 몰라. 가장 소중한 건 너야. 스스로와 연대해야 해.
- 키위,pg.46.




 약한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입니다.

우리 교도관들은 재소자들을 도둑놈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자기 만족을 채우기 위해 남의 무언가를 빼앗은 놈이라는 의미죠.

가해자들은 자기 안에 드리운 어두운 욕망과 싸우지 못하고 도둑질을 한 사람들입니다.

반면 이 책을 쓴 생존자들은 의도치 않은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강인한 마음으로 그것을 극복한 사람들입니다.




너는 너의 회복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수많은 '너'를 위해 함께 울고 함께 맞서 싸우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될게

......

건강하렴.
그리고 다시 볼 날까지, 안녕!
-카티,pg.36.



 책은 상처를 극복한 지금의 '나'가 이전의 상처 입었던 과거의 '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전개됩니다.(1부는 작가들의 이야기, 2부는 성범죄 대응 매뉴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열 명의 작가들은 각자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던 '너'에게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은지, 상처를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 훗날의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등 따스한 응원을 건네며 '너'를 회복의 길로 안내합니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이 나에게 일어난 일, 어차피 내 인생의 한 부분, 그것을 어떻게 소화 시키느냐는 나의 몫이니까.
-해라,pg.83.




 성폭력 범죄는 예상치 않게, 의도치 않게 찾아옵니다.

마치 교통사고처럼요.

내가 아무리 조심하려 해도, 갑자기 나를 들이받는 차를 우리는 피할 수 없습니다.

말그대로 그것은 '사고'입니다.


 그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피해자의 몫입니다.

물론 피해는 고통스럽지만 생존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삶에 녹여 냅니다.

그렇게 아픈 상처를 품고 소화해낸 생존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한 단계 성장한 사람으로 변모합니다.




저쪽 구석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어두컴컴하게 응달이 있고 그 녀석이 잔뜩 주눅이 든 채 벌서듯이 서 있다.
 ......
 나는 모른 척하고 밥을 계속 먹었지만 점차 그 녀석이 안 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예쁘거나 아껴서가 아니라 성가시지만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아무튼 그 녀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너 일로 와서 밥 먹어."

-해라,pg.80.



 피해자가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당시의 시간과 상황에 갇힌 채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당시의 기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을 떠올릴 때면,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기억 속의 '나'는 여전히 당시의 어린 아이 상태라는 겁니다.

 어린 시절 친오빠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작가는 상처를 회복하고 어린 피해자 상태에서 벗어나, 당시의 어린 가해자를 오히려 동정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선생님, 예전하고는 다르게 지금은 제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칼자루를 쥐고 상대방을 찌를지 말지, 온전하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해라,pg.81.




 생존자는 가해자보다 강합니다.

칼자루를 쥔 채 가해자들을 향해 그것을 들이밀 수 있습니다.

생존자는 가해자에게 사죄의 편지를 받아내며 그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합니다.




첫째, 심리상담 및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실시하는 가해자 교육받기.
둘째,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시설에 매달 소액의 기부금 내기




 작가는 가해자를 칼로 찌르는 대신 다시는 가해자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방식을 선택합니다.

앞서 적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이 있었는지,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채기를 견디어 왔을지를 생각하면 작가의 내면의 강인함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모든 생존자들이 앞선 경우처럼 가해자를 용서한다거나, 그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생존자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존엄한 삶을 지켜냅니다.

그들의 삶을 지켜낼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일 것입니다.




내 꿈은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찾아가는 나의 치유, 성장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책을 쓰는 거야.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말이지.
-지은,pg.109.




 생존자들은 자신같은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꿈을 가지고 살아 갑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기도 하고, 상담코치가 되기도 하고, 여성학을 공부하는 연구자가 되기도 하고, 검사, 작가가 되기도 합니다.

꿈을 이야기 하는 이들의 글에선 모두 아름다운 빛이 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에게 갖고 있던 편견을 깨부수고 성폭력 범죄라는 것에 대해 더욱 관심어린 시각을 갖게 합니다.

작가들은 허들을 넘고 있거나, 이미 넘은 빛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빛나는 이야기가 이제 막 허들을 넘으려고 하거나, 허들을 넘고 있는 다른 빛나는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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