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백만이 아니라 여섯 정도만 세고 소비지출은 최소로 하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홈스쿨 커뮤니티에서
한 달에 한 번
함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의
사교 모임을 연다.
물론,
참여는 자유.
이번 달에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18씩 내고
뷔페 저녁을 먹는
사교 모임이 있었다.
지난해에 나도 몇 번 참석한 적 있다.
자연스럽게 ‘갈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쓰기 전에
‘소비 필터’에 한 번 꼼꼼히
걸러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새로운 물건 소비에는
삼엄한 경계태세를 갖춰왔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에너지 소비에는 너무 너그러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큰 자극이 되었던 것은
’더 많은 친구가 있는 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원했던 것은
얼마나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는가라는
숫자가 아니었을까? 마치 소셜미디어의 팔로워수로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듯이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대신
환상 속의 ’완벽한 친구‘를 찾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이미 내 곁에는
나의 삶을 함께 나누고 싶은
소중한 친구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왜 나는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을까?
사람에게 번번이 실망하면서
’영혼의 단짝‘을 찾아 헤매는 마음속에는
어쩌면
사랑을 주려는 마음 보다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자리해
타인의 행동과 말에서
나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숨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의도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고 싶지 않다.
대신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마음속으로 헤아리며
친구들의 존재에 감사하며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도 한 때
더 많은 엄마들을 알고 지내야
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능하면 더 많은 엄마들과
알고 지내려 애쓰던 적이 있다.
물론, 그 노력 덕분에
지금은 나의 곁에 좋은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의 아이들이
내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친구를 ‘더’ 만들어 줘야 해’라고
끊임없이 외쳐대는 내 마음에게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몇 명의 친구가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할 거야? 하고 말이다.
함께 놀면 즐거운 친구들
3~4명만 있으면
충분한 건 아닐까?
도대체 아이들에게
몇 명의 친구가 필요하다는 거지?
어쩌면 이 불안은
엄마인 내 마음속의 결핍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자.
초등학교 때
10명의 단짝 친구가 있어야만
일상생활이 즐거웠던지
2~3명의 단짝 친구로도
충분히 즐거웠던지 말이다.
‘OOO 레스토랑에서 만나자~’
‘우리 볼링 치러 가자~’
‘우리 영화 보러 가자~’
나는 ‘만남’에 흔쾌히 돈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주 스파르타로
가계를 꾸려 보겠다는 이번 실험을 계기로
꼭 돈을 지불해야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초대해 마주 보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친구가 볼링을 치러 간다고 했다.
나는 평소 볼링에 1도 관심 없는 사람.
같이 치러 갈래? 하고 묻는 친구에게
“우와! 정말 재밌겠는데?”하고
자동반사 대답이 나왔다.
그런데 꼭 볼링을 치러 가야만 할까?
내가 만남에서 기대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안부, 일상에 대한 대화’이지
볼링이 아니다.
‘친구가 하고 싶다는데~ 좀 맞춰주면 어때서?’
라는 목소리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까지 나는
상대방에게 맞추면서
친구가 하고 싶다고 하면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왔다.
내 욕구가 아닌 타인의 욕구를 반영한
충동 소비 영수증 앞에서
여러 번 혼란스러워하면서 말이다.
만일 친구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은 후에
친구가 실망하거나
화를 낼까 봐 두려운가?
볼링 치러 같이 안 간다고
날 나쁜 친구로 생각하는 친구라면
그 친구는
내가 모든 걸
자신의 뜻대로
맞춰줘서
나와 친구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친구와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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