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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Oct 15. 2024

양극성 장애가 드디어 완치 됐다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울먹이며)

선생님은 그렇게 좋아요?라고 물으셨다.

네. 정말 좋아요,라고 울먹이며 신나 하던

여린 내 모습이 어느새 오버랩된다.



양극성 장애는 예후가 좋지 않은 병으로서

완치가 어렵기로 유명하다. 



예술가들에게 흔히 천재의 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인터넷에서 보았다.



그런 병에 걸려 목숨을 걸고 완치를 향해

완주한 나는 정말 방방 뛸 듯이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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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 장애가 재발 됐습니다.



네? 재발이라고요?...

눈물이 났다. 근데 실제로 난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렇게 쉽게 재발될 거면 완치를 위한 내 피나는 노력은 뭐지.. 이건 뭐지? 물거품이 되어 모든 게

다 사라지는 그 엿 같은 기분.



모든 가족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이 마라톤을 같이 뛰었기에 가능했는데.



물론 엄마가 제일 고생했지만 그중 장본인인 나 역시 고생을 아예 안 한 건 절대 아녔다.



마음, 재질, 사상 좋은 거라면 뭐든 다 해주고

운동의 일상화 내내 명상..  



그리고 나 자신과의 고군분투 속 싸움.

한계다 싶어도 꾸준했던 그 노력,



마치 악성종양이  내 몸에 다 퍼지듯이,

안 좋은 게 한 번에 다 퍼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걸 완치를 위해 피나는 운동, 건강한 식단

언제라고 딱 집어 말 할 수 없으니.

그냥 평생이라고 쓰고 그렇게 읽으며 눈물로 피나는 노력을 다.



그런데 재발?..

뭐 같은 세상. 엿 같은 세상!



나 진짜 착하게 살았잖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늘 돕고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이제껏 살아왔잖아..

근데 이게 뭐야 아...



그 흔한 욕도 안 하고 살았는데. 이제 한다 해.

어차피 내가 노력해도 극복도 안 되는 거면

에라잇 나도 이젠 모르겠다.



그래서 난 내가 예술가인 것도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했다. 



나 그냥 좀 순탄하게 평범하게 좀 살고 싶어.

모든 것에 있어서 왜 내 인생은 모든 게 중간이 없는데!



이 세상이 아주 온순한 양을

완전 사자로 만드네? 



이럴 거면 엄마 나 그냥 내 꿈이고

뭐고 다 포기할래.



늘 조금은 예측되는 그런 인생 살고 싶어.. 나도

심장이 벌렁벌렁 놀라고 슬프고 상실감에 젖고 나만 왜 그런 건지 이젠 나도 잘 모르겠어.



양극성 장애는 유전 또는 술, 스트레스 잠 등

환경에 아주 취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 습관 만들기 루틴을 갖추어

꾸준한 노력을 하면 내 경험상 완치에 각별한 도움이 된다. 그 과정안에 절대 쉽지도 않은 게

자기와의 한계에서 다 넘어서야 한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잠 못 잤지.

못 잔 정도가 아니라 평균 수면시간이 한 자리

일 때도 있었고 스트레스 엄청났고 잠을 못 자니 밥이 들어갈 리 만무했고..



그래서 휘청휘청 쓰러졌고, 한 두세 번 쓰러지는

걸론 어.. 뭐 괜찮다고 전혀 안 괜찮던 나에게 그렇게 다독였다. 그건 내 식의 위로가 아녔다.

이 세상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내게 그저 강요였다.



안 괜찮으면 너 어쩔 건데. 아 씨 진짜..

뭐 어쩌는데, 다 참아야지 개뿔!



그러다가 소중한 기억을 잃었다.



그럴 거면 스스로에게 아구 착하지,

멋지지. 참아~ 참아, 가 아니라



힘들 땐 속으로 욕도 하고

악도 쓰고 눈물도 흘리고



운동장도 막 화가 나 홱 돌고

못 참겠음 힘들다고 누구라도 붙잡고

말도 좀 해.라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가르칠 걸 그랬다.



참긴 뭘 참아 아.. 이 씨! 개뿔..



병원에선 그 기억상실이 아주 심각한 건 아니라고

걱정할 정돈 아니랬는데 쓰러질 때마다 사라진

기억은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도 내가 가진 작은 퍼즐조각과

어디 둘 곳 없어 그저 싸우고 있다.



그중 딱 하나 기적처럼 돌아온 기억이 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정말 모든 게 다 진심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죽지 않고 그저 살아 있던 이유는,

차가운 세상을 먼저 떠난 따뜻한 우리 오빠와 살아내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고.



또 저 이유가 자유자재로 마구 휘청휘청 일 때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던 또 다른 이유가 되어줬던 진짜 큰 이유는 죽지 않고 살아서 너에게 단단한 사람이 되어 직접 방긋 웃으며 사과하려고,



그런데 나는 이미 연락해 너에게 사과도 고마움도, 감사함도 표현했지만 직접 만나 방긋 웃는 건 아무래도 난 못 하겠다. 내가 너무 부족해서,

아직 난 내가 조금은 별로인 것 같거든 그냥..



그리고 방긋 웃으며 말할 자신이 없어 나는.

시간이 지났고 다 지난 일이라고 다들 웃겠지만

네 앞에서는 더는 괜찮은데 괜찮은 척할 자신이 나는 없어.



덕분에 여전히 좋은 사람일 수 있었고 

아직도 감사하고, 미안하고 너무너무 고마운데.



근데 그게 너무 다 진심이었어서.

나는 이제야 찾은 오랜 기억이라

안 울 자신이 없어 그래서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어.



근데 다 진심이었어. 다시 살게 되어서 꿈결같이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었거든.



p.s 그리고 오빠..! 나 또 오빠 보러 갈게.

아주 좋은 사람이랑 :) 



오빠가 우리 승현이가 훨씬 더 아까운데?라는

말 쏙 들어가게 할 사람, 데려갈게.



울지 않고 또박또박 오빠.. 보고 싶었어요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나에게도 꼭 오겠죠?..



그리움이란 감정은 오빠 난 아직도 대하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 그래도 나 살아는 볼게.



저 두 가지 이유 잘 되새기면서,

살아 있음에 썩 지독해도 어느 날은 기적같이 찾아와 준 그 기억에 너무너무 감사해서라도

그저 살아는 볼게 오빠.



그래도 오빠가 곁에 살아있었으면 내가 더

생경한 에너지가 감돌고 더 감사했을 것 같네.

오빠 보고 싶어 아주 많이..



내가 안 좋은 선택 혹은 생각을 했을 때

내 곁에 잠시라도 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소문도 없이 그렇게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넌 그래도 살아!

라는 말에 나는 아직도 따뜻한 나를 믿고

오빠 말대로 나 아직 이 세상에 살아있어.

근데 오빠 나 지금은 내 직업 천직이라 믿으며

만족도 높고 너무너무 감사한데,

사실은 규칙적인 환경과 그런 어떤 직업을 가졌다면 난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조금? 흐흐~

그냥 이 세상에 우리 오빠만은 내 말을 온전히

다 웃으면서 헤아려줬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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