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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Dec 11. 2024

1부 새벽에 들은 노래

심장이라는 사물(p.14~15)

지워진 단어를 들여다 본다


희미하게 남은 선의 일부

또는 ㄴ이 구부러진 데

지워지기 전에 이미

비어 있던 사이들


그런 곳에 나는 들어가고 싶어진다

어깨를 안으로 말고

허리를 접고

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덜 지워진 칼은

길게 내 입술을 가르고


더 캄캄한 데를 찾아

동그랗게 뒷걸음질치는 나의 혀는



어둠과 고요 가운데 들은 노랫소리는 어떨까? 어둠은 침묵을 만든다. 침묵은 호흡과 심장소리를 듣게 한다.

심장이라는 사물은 내가 살아있음을 노래한다. 태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나의 마음을 본다. 

더 캄캄한 데를 찾아 침묵 속에 노래를 듣는다.      

이 시를 읽으면서 '소년이 온다'에서 동호가 정대방에 누워 있는 장면이 생각났다. 

"안방을 나온 너는 부엌머리 네 방으로 들어갔다. 공처럼 허리를 말고 장판 바닥에 누웠다. 정신을 잃는 듯 잠 속으로 빨려든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기억할 수 없는 무서운 꿈에 퍼뜩 눈을 떴다. 꿈보다 무서운 생시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p.34) 한 강 시집을 읽으면 '희랍어 시간'과 '소년이 온다'의 내용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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