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 2회 해냄에듀 '올해의 미술수업 공모전' 금상 수상
아이들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매일매일 지켜볼 수 있는 미술 교사라는 행복한 직업…. 미술 교사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상을 받게 되어 저는 덕업일치를 이룬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수업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행복하네요. 미술실에서 신나게 먹고 놀며 종이 치는 순간을 아쉬워하는 예술가들, 관산중학교 친구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저의 유튜브 채널 <국경없는 미술실>을 공개하는 것으로 팁을 대신합니다. 제 채널에는 수업의 모든 과정이 생생한 영상으로 담겨 있어요. 영상을 보시면 수업에 적용하고 싶은 선생님만의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에서 장을 봐 온 음식을 그리는 시간이 있어요. 그림을 다 완성해야만 음식을 먹을 수가 있었기에, 아이들이 “아, 먹고 싶다. 먹고 싶다.” 하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장을 봐 온 음식 중에 ‘리뾰쉬카(Lepyoshka)’라는 커다란 바퀴처럼 생긴 우즈베키스탄 빵이 있었는데요, 수업이 끝나고 보니까 그 빵 아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거예요. 구멍을 들여다보니 그 안이 텅 비어있었어요!! 제가 보지 않을 때마다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빵 속을 다 파먹은 거죠. 미술실에서 혼자 엄청 웃었습니다. 몰래 먹는 빵이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저의 미술 수업 목표는 ‘자존감의 회복’입니다. 아이들이 오늘 내가 만든 작품이 맘에 들어서 ‘와, 나 괜찮은 사람인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날 수업은 성공이에요.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한 걸음씩만 점차 난이도를 높여 갑니다. 그런 작은 성공의 경험이 계속 모이면 엄청난 작품이 나오는데 “이걸 내가 해냈다니!” 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놀라고 자존감이 높아지죠.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 뿌리를 지탱해 줄 거라고 믿어요. 그러기 위해서 ‘누구라도, 매일매일, 성공할 수 있는’ 쉽고 재미난 미술 수업을 끝없이 개발하고 싶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교생의 91%가 다문화 학생입니다. 다문화 학생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언어가 서툰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처음 만나는 한국의 어른’일 확률이 높아요. 그 아이들이 언어를 뛰어넘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미술 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엎드려 자던 아이들이 미술 시간이면 1등으로 뛰어 들어오고, 창작에 몰입해 자리를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예술이 가진 힘이 이렇게 강력하구나…. 내가 미술 교사인 것이 정말 행운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행운을 타고난 미술 교사입니다. 선생님의 미술실이 어려운 마음을 털어놓을 곳 없는 아이들에게 늘 가고 싶은, 쉴 수 있는 물가가 되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비전고등학교 수석교사 임종삼
좋은 수업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이번 「제2회 올해의 미술 수업 공모전」의 수업들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교수·학습 방법의 ‘노하우(Know-how)’에 앞서 ‘왜 이런 수업이 시작되었고, 왜 교사와 아이들은 그래야만 했는지’를 묻고 답하는 ‘노와이(Know-why)’의 수업입니다.
신경아 선생님의 수업 <가족의 식탁>은 ‘노와이(Know-why)’의 관점에서 단연 돋보였습니다.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을 위해 모든 수업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선생님, 그래서 영상을 보며 반복해서 연습하고 예습까지 할 수 있는 아이들. 이처럼 신경아 선생님의 수업은 서로 다른 환경과 경험을 가진 다문화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업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풀어낸 수업입니다. 수업의 결과물만을 놓고 보면 자주 접했던 음식 모형 만들기 수업인 것 같지만, 수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선생님의 철학이 수업 너머로 들려옵니다.
“우리의 언어는 모두 다르지만, 예술은 언어를 뛰어넘어요.”
아이들은 각자의 언어로 모국의 음식 모형을 만들었지만, 작품은 친구와 소통하는 공통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예술 교육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힘의 원천은 수업 소개 영상에도 담겨 있습니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사의 섬세한 배려, 서로 다른 작품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꾸밈없는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는 그대로 감동적인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다문화 혁신학교의 특수한 수업 사례를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선생님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사는 ‘어제’처럼 가르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는 울림을 줍니다. 훌륭한 수업으로 따뜻한 깨우침을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