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 Oct 04. 2019

코리빙의 기본이자 핵심, 관계 관리

서른두 번째 이야기 - 사업의 디테일 8-3) UX - 관계 관리(RM)

어떠한 서비스나 고객은 서비스 제공자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많은 곳에서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도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다른 사람과 관계가 형성되는 서비스는 거의 없습니다. 관계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더 좋게 발전할 것도, 문제가 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코리빙 서비스는 같이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하나의 서비스 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트레바리, 문토, 취향관 등 컨셉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범주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포지셔닝한 서비스들 입니다. 주거 서비스에서 커뮤니티를 얹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많이 합니다. 그러나 커뮤니티 서비스의 전제 조건은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 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커뮤니티 서비스를 비롯한 주거가 없는 커뮤니티는 관계에 대한 고민의 차원이 주거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레벨의 높낮이가 아니라 차원 이라는 의미대로 다른 디멘젼 이란 의미 입니다. 저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커뮤니티 서비스에 참가할 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는 약간의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그 기대의 기저에는 일시적 만남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들과의 새로운 만남, 대화, 독서토론 등의 상호 관계는 주거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 입니다. 그리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 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거짓이 아닌) 가면을 쓸 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면을 벗을 공간은 역시 집 입니다. 반면에 코리빙에서는 가면을 쓸 수가 없습니다. 가면이 일상적인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주거 형태 입니다. 그래서 코리빙 거주자의 특징 중 하나는 매우 솔직하고 소탈하다는 것 입니다. 며칠만 살아보면 다 알게 되는 것을 굳이 감추려는 사람은 정말 불편한 서비스 입니다.

<가면도 때론 필요하지만 집에서까지 쓰는 삶은 과연...>

그리고 커뮤니티 서비스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굉장히 쉽게 그 관계를 끊어낼 수 있습니다만 코리빙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거를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입니다. 즉, 관계관리가(RM)되지 않는 코리빙 서비스는 엄밀히 말하면 코리빙 서비스가 아닙니다. 그냥 리빙 서비스 정도라고 명명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가 기반이 되어야만 커뮤니티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회사와 거주자들의 관계는 그렇다 치고 거주자들과의 관계를 관리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관계가 관리가 되나? 관리할 수 있나? 정말 필요한가? 등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이제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관계 관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어떻게'에 방점을 두어 글을 이어 가겠습니다.

회사와 거주자의 관계는 커뮤니티가 없다는 가정하에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상황이 가장 좋습니다. 즉 최초에 입주할 때와 마지막 퇴실 시에는 당연하게 접촉이 생기지만 살아갈 때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일이 거의 없습니다. 코리빙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집니다. 회사가 제공한 상품과 서비스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리고 거주자가 문제가 있거나 혹은 거주자들 사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아무리 귀여운 동물도 살다보면 화가 안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1인 주거에서는 전자의 문제만 있고 이러한 영역은 FM(facility management)으로 특화 되어 있습니다. 이 FM영역도 하나의 인더스트리로 구분된 엄청난 시장이지만 이 글에서는 시설 등의 관리로 조금 축소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제인 FM의 영역에서 시설 등의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으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전자 보다 후자인 RM이 훨씬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 입니다. FM도 Cost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RM이 안되면 코리빙은 무의미해 집니다. RM에서 가장 큰 문제는 코리빙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입주했을 경우 입니다. 앞 선 글에서 세일즈의 중요성과 필터링에 대한 방법을 설명했지만 이번 글에서는 문제가 정말 생겼을 경우에 집중하겠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주자의 문제로 더 이상 코리빙에서의 생활이 불가한 케이스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 입니다. 즉, 도난, 폭력 등 형사적인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주사, 희박한 위생관념 등 타 거주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생활습관을 가진 경우, 렌트비를 납부하지 않는 등 세세하게 행위를 나열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코리빙의 컬처에 부적합한 경우도 나열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도 세일즈 영역 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거주자가 나타나면 바로 계약서대로 퇴실 처리를 해야 합니다. 수익성을 고려하여 차일피일 미루면 거주자들 사이의 신뢰와 관계가 깨지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악화와 함께 사업성에도 문제를 끼치게 됩니다. 간혹 하우스를 옮겨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화, 설득, 경청. 관계의 기본 입니다.>

문제 있는 거주자가 납득하지 않고 버틸 경우가 있습니다. 지속적인 설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리적인 접촉이나 혹은 개인 공간에 있는 물품을 빼는 등 재산에 대한 접촉은 형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대로의 이행 촉구 등 언어적인 방법이 선행된 이후에는 결국 민사소송의 방법을 써야 합니다. 명도소송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행해 주는 법무사나 변호사는 많습니다. 법무사, 변호사는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 선택하면 됩니다. 개인의 경우 소송이 진행되고 소장과 함께 법원 출석 명령서가 송달되면 대부분 계약서를 이행하게 됩니다. 계속 거주하는 것이 금전적 이득을 가져오는 게 아닌데 거주를 계속하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대화로 해결 됩니다.

이러한 명백한 귀책이 있는 경우는 오히려 쉽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악의가 아닌 생활 스타일이 상대방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나 거주자들 사이의 미묘한 케미 입니다. 생활 스타일에 의한 문제는 에티켓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거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없거나 혹은 미묘한 영역 입니다. 후자의 경우 A와 B는 문제가 안 되는 행동이 A와 C 사이에서는 문제가 되는 경우 입니다. 하나하나 규정화시킬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그래서 문제라고 인지가 되면 중재가 필요한 영역 입니다. 그래서 RM을 전담하는 사람이 필요 합니다. CM이 아닙니다. 사례를 보시면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을 것 입니다. 몇 가지 전형적인 사례 입니다.


1.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초면에 혹은 몇 번의 만남 후 반말과 호형호제를 원하는 경우(나이가 어린 사람이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호형호제 또는 언니 동생이란 호칭은 쓰면 안 되는가, 아니면 몇 번 만나고 나서야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가?

2. 주말 저녁, 다른 거주자들이 밤 늦게 까지 대화를 할 때 혼자 쉬고 싶은 단 한 명 - 대화 시간을 정확하게 몇 시 몇 분으로 끊어야 하는가?

3. 파티쉐, 셰프 직업을 가진 분이 메뉴 개발 등을 위해 오랜 시간 주방을 독점하고 소음을 유발하는 경우 - 독점 시간은 몇 시간으로 규정화해야 하는가, 소음은 몇 데시벨까지 인정 되는가?

4. 인싸 한 명이 하우스 내 커뮤니티를 잘 구성하기 위해 토요일 오전에 시네마 모임을 구성하여 다른 이들은 다 좋아하는데 그게 너무 싫은 단 한 명 -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불편한 감정은 나 혼자 느낀다면 그런 모임을 하지 말라 해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특이한 것인가?

5. 대화의 주제가 너무 성적이라 피하고 싶지만 성격이 너무 좋아 뭐라고 반박할 수 없는 경우 (남녀의 차이는 없음) - 성인의 대화 수위를 어디까지 정해야 하는가? 플라토닉과 에로스로 나눠야 하는가 아니면 특정 신체부위에 대한 단어를 규정해야 하는가?

6. 특정 가치관을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이 그것을 모르고 다른 사람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나만 너무 불편한 경우 - 종교 주제의 대화는 금기인가, 워라벨은 사치인가, 혼전순결은 인습인가 등 민감하다고 하는 주제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7. 요리나 식사 후 설거지를 바로 하지 않고 약 30분 정도 후에 하는 경우 - 25분 후에 하는 것은 괜찮은가, 그럼 14분 후는? 7분 후는? 포만감을 잠시 느끼는 그 찰나는 과연 몇 분이 적당한가?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것은 이러한 경우는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거주자들은 이러한 문제들 중 한 가지도 경험하지 못합니다. 규모 있는 공급자로서 여러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정리해 보면 결국 톨러런스(관용)의 범위에 관한 문제 입니다. 톨로런스란 단어가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특히 정치, 사회적인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코리빙의 RM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즉,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는 규정화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개인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그리고 관계에 따라 그 범위가 크게 달라 집니다. 흔히들 무던하다는 사람은 톨러런스 범위가 넓어 웬만한 상황은 이해를 하고 까칠하다는 사람은 그 범위가 적어 참기 힘든 상황의 빈도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관계가 없는 삶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RM은 그 행복을 추구합니다.>

비율은 적지만 문제가 생겼을 경우, 혹은 직접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한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경우 기존의 관계 때문에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기를 꺼려 합니다. 한국인의 특징일 수도 있는데 불만이 있어도 참는 경우가 많고 결국 코리빙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은 회사가(RM이) 문제 유발자 당사자에게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 니다. 즉, 아 그랬어요? 정말 몰랐어요, 조심할게요 라는 반응이 대부분 입니다. 물론 간혹 직접 이야기하지 왜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할까 하는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더 이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더 적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상황을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결국 해답은 지속적인 대화 입니다. 대상자의 상황, 관계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그럼 결국 RM의 역량으로 귀결 됩니다.

RM에 적합한 기존 커리어에 대해서는 인과 관계를 찾지 못했습니다. 고객 담당 호텔리어, 심리상담사, 커뮤니티 매니저 등 직업적인 특성으로는 찾기 어렵습니다. 공감력, 포용력, 커뮤니케이션 센스 등 개인 특성으로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특성은 기본일 뿐이고 결국 경험에 의한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인더스트리던지 초기에는 그 어디에도 없는 지식이 특정인들의 머리속에 있습니다. 암묵지라고 하는 그 지식은 특정 이너 써클에만 공유될 뿐 입니다. 그리고 파편화된 개인들은 노하우가 전해 지거나 전수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CM 도 그렇지만 RM 도 마찬가지 영역 입니다. 핵심은 이러한 역량이 비즈니스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그 기능에 유입되는 인적자원의 퀄리티에 영향을 줄 것이고 결국 스페셜 영역인지 단순 오퍼레이션 영역인지 판가름 난다는 것 입니다.

정리하자면 RM영역은 다른 인더스트리에는 없는 독특한 영역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영역이나 아직은 코리빙 산업 자체와 같이 비즈니스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영역인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CM, FM, 생활서비스는 기본적인 RM의 토대가 없으면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세일즈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과 전문성은 시간이 지나도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생각일 것 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UX 관점의 FM과 생활서비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설레는 시작, 코리빙과의 첫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