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마니또

나를 도와주는 비밀 친구

by 유영훈


초등학교 시절 한 번씩은 해봤을법한 마니또의

충격적인 정확한 명칭은

'manito'이다.

순수 한글일 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웠다.

반전이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편지나 선물을 제공하는 사람.

비밀 친구라는 뜻을 가진 이태리어에서 나온 말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위대한 일을

왜 숨어서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매번 즐겁게 참여했던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보다

누가 나를 도와주고 있고,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

재미있었나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인지

받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학급 회의 시간에 건의 사항으로

마니또 이야기가 나왔다.

정확한 표기로는 매니토가 맞지만 마니또가 더 정이가는 표현이다.

아무튼 평소에 아이들 말을 잘 안듣는 소통의 부재를 생각하여

마니또를 해보았다.


그냥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계약서도 받았다.

누구에게도 나의 마니또를 말하지 않고 비밀을 지키고

선물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에게 비밀로 한 것이 하나 있다.

마니또 뽑기 통에 우리 반 절반의 번호만 집어 넣었다.

12개의 번호를 두개 씩 넣고 한 사람만 한개를 넣어

25개의 뽑기를 완성했다.


그래서 우리 반의 절반은 자신의 마니또가 2명이었고

절반은 마니또가 없었다.

평소에 도움이란 보석을 잘 실천하는 친구들의 번호를 제외하려고 노력했다.

반전마니또2.jpg

10일 동안

마니또를 하면서

친구에게 준 도움과

친구에게 받은 도움을 써보도록 하였다.


재미있는 글들이 많았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친구들 중 10명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답하였다.

그 중 몇몇 친구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자신이 모르는 수학문제를 알려주었다고 하였다.

요즘따라 나에게 잘해주는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도움이라는 것은 받는 사람 마음에 달려있지 않을까?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아이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느꼈다.

내 마음대로 정하고

내 마음대로 진행한 마니또지만

아이들의 행동과

아이들의 말에서 또 하나 배웠다.


아이들에게 마니또가 없는 친구가 있다고 전하자

모두가 의아해하고 황당해 하였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마니또를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 사실을 내가 인지하지 못할뿐이다.

행복한 일은 매일 있고

감사한 일도 매일 있다.


힘들다고 느끼는 하루하루에

반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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