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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란 Jan 31. 2022

무경력자에게 일을 맡겨 버렸습니다

큰일 나진 않았고요, 큰 성장은 있었습니다



2022년 신간 <우리가 알아서 잘 살겠습니다> (차아란 저 / 텍스트칼로리)는 나와 J가 함께 페미니스트 부부로 살며 서로를 어떻게 지지하며 성장해나갔는지 그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읽은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편 잘 만났네."


부정하진 않겠다. 퇴사하고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내가 방황할 때,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격려한 것은 남편인 J였다. 덕분에 나는 비전공자이면서 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성장에는 응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냥 해봐. 뭐든 시도해 봐." 라는 그저 격려의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책은 <뭐라도 프로젝트>를 통해 또다른 연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뭐라도 프로젝트 관련 글:



백수들의 회사놀이 <뭐라도 프로젝트>를 2021년에 진행하면서 공개적이며(in public) 가시적인 첫 성과는 뭐니뭐니 해도 내 책이 아닐까 싶다. '뭐라도 쓰기'를 담당하던 내가 책을 출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출판사와 계약 후 글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갈 때 표지 일러스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출판사는 내가 봐둔 일러스트 작가가 있으면 적극 고려해보겠다고 했고, 나는 <뭐라도 프로젝트>에서 '뭐라도 그리기'를 담당하던 황전무를 추천했다.


황전무는 그림을 잘 그리며 회사경험이 그리 길지 않은 20대 중반의 사회초년생이다. 그림실력에 비해 확신이 부족했고, 누구나 볼 수 있는 SNS 상에 작품을 업로드하는 것을 망설였다. 자신이 보기에 완벽하게 완성도 있는 그림이 아니어서 아직 SNS에 올릴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황전무에게 성취의 경험이 좀 더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자신감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그녀를 내 책의 표지 일러스트 작가로 추천했다. 출판사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보고 싶어했고, 이를 계기로 황전무는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공개 계정에 업로드했다. 한 달 정도 지난 뒤, 내 책의 편집이 거의 마무리가 되었을 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행스럽게도 책과 톤이 맞는 것 같다며 황전무에게 일러스트를 요청하겠다고 했고, 그녀의 일러스트를 표지에 담아 나의 첫 책이 2022년 1월 출간되었다.



책 <우리가 알아서 잘 살겠습니다> 표지 일러스트: 황전무



책이 오프라인 서점에 입고된 후 나와 J, 그리고 황전무는 교보문고에 책을 구경하러 갔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 내 책이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황전무도 같은 감정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그림이 교보문고에 있다니. 그녀의 포폴 계정에는 내 책 일러스트가 업로드 되었고, 멋지다는 댓글을 받았다. 출판사에서 신간 소식을 알린 인스타그램 포스팅에는 일러스트가 너무 귀엽다며 작가가 누군지 알려달라는 댓글도 달렸다.






이제 그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러프하지만 그녀의 개성이 가득 담긴 드로잉을 매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나는 조금씩 보이는 그녀의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다함께 2021년을 회고하던 자리에서 황전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니오빠를 만난 게 진짜 행운인 것 같아. 예전엔 다른 아티스트의 평가를 두려워해서 공개적으로 그림을 올리지 못했는데, 막상 그 작업물을 보고 연락할 사람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회사 실무진이나 마케팅 담당자일테니 걱정말고 올리라고 그랬잖아. 그리고 그 사람들 눈이 항상 높은 것은 아니라고 말이야. 나는 진짜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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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전무의 포트폴리오 계정: @teand.sea

황전무의 매일 드로잉 계정: @doeverythingeveryday

차아란의 일상 글쓰기 계정: @aran.ch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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