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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란 Feb 03. 2022

원고 갈아엎고 다시 썼어요

본격 출간 뒷 이야기. 진짜 힘들었다고요 엉엉.



내 인생 버킷리스트 1번인 '나의 첫 책 출간' 이 2022년을 맞아 이루어졌다. 출간 뒷이야기 소재로 글쓰기의 노동, 글쓰기의 힘듬만한 것도 없으므로, 오늘은 본격적으로 글쓰느라 힘들었다는 글이다.




출간까지 이런 일이 있었다



바야흐로 작년 여름, 브런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출간제의를 받았다. 계약서를 작성한 날을 포함해 출판사와 두 차례 미팅을 했는데, 첫 미팅은 온라인, 두 번째 미팅은 계약서 작성을 위해 오프라인 미팅을 했다.


온라인 미팅 전 출판사에서는 내가 책을 출간하게 되면 어떤 글을 낼 건지 궁금해했고, 뭘 이 정도로 하냐 싶을 정도로 그에 대한 답을 준비했다.


내 소개 (인생 전반 소개에 가까웠다)

브런치 조회수 공개(작가만 볼 수 있는 정보이므로 공개했다)

유입이 많은 주제 및 키워드

주변에서 받은 내 글에 관한 피드백


위 내용을 담아 피그마로 발표자료를 디자인한 후, 온라인 미팅에서 제안서 발표하듯 했다. 살짝 유난 떤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계약을 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의 책 출간은 무려 버킷리스트 1번 아닌가. '나의 글을 당신이 출판하면 이득이 크다'고 출판사를 설득해서 꼭 책을 내고 싶었다. 온라인으로 대학원 수업을 받으면서 zoom으로 기획 의도와 결과물을 발표하는 방식이 익숙한 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얼마 후 출판사에서 계약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뛸듯이 기뻤고, 계약서 작성 겸 출판사를 방문해 오프라인 미팅을 가졌다. 어느 책에서 작가는 책을 계약할 때와 인세를 받을 때를 제외한 그 이외의 시간은 엄청 고통스럽다고 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책을 낸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제 책을 많이 팔아 사옥을 지어드리겠습니다'라는 뻘소리를 했는데, 10년짜리 이불킥 감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그런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인기작가의 경우 자신의 책을 어떤 출판사에 출간할 지 '선택'을 할 수 있을테고, 판매량이 보장된 작가가 다른 출판사와 계약하지 않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출판사가 지향하게 될 운영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이건 출판업계에서 일해보지 않은 내가 혼자 생각해본, 100% 뇌피셜이다) 그리고 이는 마치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비슷하고, 아이돌 하나가 잘 되면 사옥까지 짓는 경우를 봤으므로(우리 동네에도 하나 있다) 계약의 기쁨에 젖은 나머지 내 책은 무조건 잘 될 거란 오만함에 나온 말이었다. 깊이 반성한다(ㅜㅜ)



두 차례의 미팅을 거쳐 계약서를 쓰자마자 개강을 했다. 개강한 지 며칠이 지났을까. 행정실로부터 논문 제목을 제출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또잉. 주제도 못 정했는데 제목이라뇨? 9월 한 달 chapter 1~2를 씀과 동시에 논문주제 발표(+준비), 수업을 듣고 과제를 했다. 내가 책을 쓰게 되면서 J는 생업으로 라이브 커머스 촬영을 시작했는데, 혼자 촬영나가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촬영현장에서 일손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아서, 조연출로 촬영을 따라다니며 함께 일하기도 했다. 즉, 일주일 내내 원고 작업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일들로 물리적인 시간을 채운 것이다. 할 일 목록은 많고 시간 매니징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멘붕 상태가 되었다. 그 와중에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글이 써지지 않았다. 대학원 입학 후 브런치 글 발행은 굉장히 뜸해졌고, 방학 때 한 두개 정도만 썼더니 워드를 켜놓고 글 쓰는 대신 스트레스만 왕창 받았다. 결국 2주 가까이 작업한 chapter 1은 아주 똥같은 글이 나와버렸다.



chapter2 중반까지 쓴 후 결국 출판사와 회의를 했다. 내 글의 방향에 관한 나의 생각과 출판사 편집부와 동기화를 할 필요성을 느껴서, 회의를 하며 키워드 동기화를 했다. 그리고 편집자님은 독자의 입장에서 몰입도를 올리려면 어떤 에피소드가 추가되면 좋은지 피드백을 해주셨다. 나의 방어적인 성격이 글을 쓸 때도 적용이 되어서 나를 모두 꺼내 쓰지 못해서, 생각보다 나를 설명해주는 에피소드가 없었던 것이다. 에세이는 최대한 솔직하게 써야 독자의 몰입도가 잘된다는 피드백에 힘입어, 과거의 내 모습이 담긴 chapter1은 마지막 목차인 chapter3까지 쓴 후 다시 쓰기로 했다.



10월 말일이 있는 그 주, 마지막 목차인 chapter3은 물론 chapter1 다시 쓰기까지 마무리 했다. 원고작업 초반을 제외하고 그동안 J는 혼자 촬영을 나갔다. J가 이해하고 배려해준 덕분에 원고를 쓸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업과 과제는 빠질 수 없어서 초고를 다 쓸 때까진 잠을 줄여가며 두 달을 꼬박 대학원 생활과 원고 작업을 병행했다. 그 와중에 백신 1, 2차 접종도 하고(접종 직후 컨디션 난조로 3일간 푹 쉬었다) 중간고사에 해당되는 과제 중간발표도 했다.



초고를 출판사에 보낸 후 편집자님은 전체적인 글의 순서를 정리하고 윤문작업을 진행했다. 어찌하다보니 기말과제 기간에 추가 원고작업을 하고 윤문된 기존 원고를 수정하고, 학기종료와 함께 끝이 났다. 와, 다시 생각해도 나 정말 고생했다. 데드라인이 없었다면, 내 글을 읽고 피드백 해주는 편집자님이 없었다면 절대절대 끝까지 글을 못 쓰고 중간에 금방 그만뒀을 것이다.




쓸수록 글이 늘었다



대학원 병행이 쉽지 않았지만 chapter2를 쓰고 나니 일주일에 2만자를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 원고지 10매도 겨우 쓰던 내가 원고지 100매 분량을 쓰다니. 브런치에 발행된 글들은 대부분 다시 썼고, 에피소드를 추가해 새로 쓴 글도 많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대학원 동기에게 차라리 논문을 쓰는 게 쉬울 것 같다는 또 다른 망언을 했다. 어떻게든 기한 내에, 꼭지별로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쓰는 것은(이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원고 작업을 하면서 가장 새로이 배운 것은 인쇄될 글의 글쓰기다. 이는 브런치나 블로그 글쓰기와 확실히 달랐다. 이런 차이도 막상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편집자님의 꼼꼼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실시간으로 성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가장 많은 피드백은 문장과 문장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설명이 부족해서 공백이 많다는 점이었다. 인쇄된 책을 읽는 독자에게 물음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글을 촘촘이 써야했다. 편집자님이 고친 문장을 보면서 '내가 책을 너무 안 읽어서 문장력이 대따 떨어지고, 다양한 문장을 구사하는 대신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표현이 많구나'는 자괴감과 동시에 '이건 이렇게 쓰면 더 좋구나'를 배웠다.



피드백은 한 chapter를 끝낼 때마다 이루어졌다. chapter2 원고를 보내고 나자, 편집자님이 피드백은 주관을 최대한 빼고 남기는 거라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이해해달라는 카톡을 주셨다. 이미 대학원의 피드백에 익숙한 나는 당연하다고, 수업에서는 이보다 더한 것도 받는다고 말씀드렸다. 아, 당연히 센 척이다. 수업에서 더한 피드백을 받는 것은 맞지만, 팩트폭격기 같은 편집자님 피드백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콕콕 찔리는 느낌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피드백 덕분에 내 글은 뒤로 갈수록 좋아졌다. chapter3까지 쓴 뒤 chapter1 글을 다시 고쳐쓰려고 파일을 켜자, '똥도 이런 똥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피드백으로 한층 성장한 나는 일주일 간 다시 쓰기에 매진하여 확연히 달라진 chapter1 원고를 보내드렸다.



이 후기에 남기는 chapter1~3 초고는 출간된 책 목차와 차이가 있다. 시간순이 뒤죽박죽인 글을 편집자님의 수고 끝에 샤랄라하게 편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필로그에 편집자님께 감사하다는 문장을 빠뜨리지 않고 넣었다. 그동안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항상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들 뒤에서 각종 행정과 운영일을 해서 그런지, 편집자님의 수고가 더 크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글을 쓰려면 손으로 써야 한다



자,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려 글을 읽은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팁이다. 마지막 원고까지 쓸 수 있었던 글쓰기 요령, 유일무이 팁은 이것이다. 손으로 쓸 것. 나도 멘붕, 읽는 편집자님도 멘붕오게 만든 chapter1 최초 초고를 쓴 후 터득한 요령이다. 손으로 써야 글쓰기에 완전히 몰입이 된다. 아무리 모니터에 워드를 켜놓고 키보드를 두드려봤자 분량이 안나온다. 책을 내본 사람이라면 200% 공감할텐데, 분량 늘리는게 제일 힘들고 어렵다ㅜㅜ



직접 해보니 손은 다소 아플지라도, 펜을 쥐고 노트 혹은 이면지에 글을 쓸 때 시간 투자 대비 가장 많은 문장을 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키보드로 쓸 때와 달리 다음에 쓸 문장이 생각이 잘 난다.(연필로 일기쓰고 매번 검사받던 세대라 그런가) 손으로 휘갈겨 쓴 후에 워드로 옮기는 작업을 했고, 옮기면서 쓸만한 문장을 골라내고 문장의 배치를 바꾸고 버리기 아까운 문장을 다듬었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이 노하우 덕분에 2022년 새해 다짐은 '매일 손으로 일기쓰기'다. 물론 나란 귀차니즘 대마왕은 벌써 몇 일 기록을 빠뜨리긴 했지만, 손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고생 끝에 출간한 책은 이 책이다. 동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J와 나의 성장기를 담았다. 미리보기도 꽤 길다. 글은 읽기 쉬워야한다는 생각에 한 번 읽으면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라는 후기가 많다)



일상 글쓰기는 인스타그램에서 합니다: @aran.ch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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