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늦게 서울에 기습적인 폭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 오후 4시 조금 넘어서 막내의 하교를 위해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정말 눈이 내리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요즘 몇 년 동안 이렇게나 눈이 심하게 오는 시점에 차를 몰고 나간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당연히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럽고,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요. 하지만 워낙 서울에서는 제설차와 염화칼슘 뿌리는 차가 빈번하게 다녀서 솔직히 차도에서 눈이 금방 사라졌거든요.
그런데 제설차들이 운행을 하기도 전에 이렇게 기습적으로 폭설이 오면 정말 서울은 난리가 난답니다. 저만 해도 만약 아침에 이런 사태가 났으면 아예 안전 때문에 막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겠지만, 오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데리러 가야 하는 상황 아니겠어요?
첫 번째 사고 날 뻔 한 위치는 돌곶이로와 장위로의 교차로였습니다. 눈이 와서 아주 천천히 좌회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눈길 때문에 제가 의도한 만큼의 회전이 안 나오는 거예요. 바퀴는 돌아갔지만 길바닥 마찰력이 없으니 그냥 비스듬하게 전진하면서 슬슬 차체가 미끄러져 나간 거죠.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브레이크마저 드드득 밀리는 겁니다. 정말 기겁했습니다. 교통 통제 하시는 모범 운전기사님이 마침 폴짝 뛰어서 비키시지 않았으면 정말 사람과 차가 부딪쳤을지도 몰라요. 정말 십 년 감수했습니다. 창문 열고 죄송합니다~ 외치긴 했어도 그분에게 정말 죄송할 뻔했습니다.
두 번째 사고 날 뻔 한 위치는 그 교차로에서 좌회전하고 한 100미터 정도 갔을까? 평상시에는 전혀 언덕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고작해야 10도 정도의 경사로에 앞선 차량이 깜빡이를 켜고 멈춘 상태로 있는 겁니다.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차가 헛바퀴만 돌고 안 나가는 거죠.
거기에 좀 더 탄력을 받아볼까 하고 제 쪽으로 후진까지??
정말 위험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슈퍼맨 등장!
갈색 니트를 입으신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그릇에 염화칼슘 가져오셔서 그 차와 제 차 앞 뒤에 뿌리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앞차를 옆에서, 뒤에서 밀어주기 시작하셨죠. 그 차에 한 5분은 매달려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뒤에 선 제 차도 똑같은 상황에 처했지요. 그래서 비슷하게 한 5분은 낑낑 거리며 밀어주셨습니다.
이게 정말 암담한 게, 우리는 운전을 하면서 우리의 의지(운전대 방향)와 다른 차의 움직임을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나는 분명 살짝 왼쪽으로 운전대를 돌렸는데 차는 슬금슬금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상황은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운 공포였습니다.
드디어 조금씩 탄력을 받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오르막(?) 구간을 벗어났습니다. 차창을 내리고 감사합니다! 몇 번을 외쳤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죽다 살아난 느낌? 온몸에서 열감이 느껴지고 얼굴까지 상기되었습니다. 정말 눈이 무서워졌습니다.
그 아저씨는 어디서 나타난 천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르막의 위치는 장위 햇살부동산 근처, 장위로 141 쯤이긴 했는데 그 아저씨가 어디에서 나오셨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네요. 회사 잠바를 입고 계신 것도 아니었고. 하여튼,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최고의 멋쟁이이시고, 당시 제게 슈퍼맨이셨습니다.
오늘 아침도 눈이 살짝 날리면서 영하 10도를 자랑했지요. 하지만 밤 사이 제설 차량이 엄청난 염화칼슘을 뿌렸던 것 같습니다. 도로의 눈의 상당히 줄어들었네요. 그래도 여전히 아침에만 2건의 추돌사고를 목격했고, 두대의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을 봤습니다.
눈이 막 온 상태이던, 아니면 눈으로 빙결된 도로가 되었든, 눈은 아주 운행에 위험입니다. 모두 안전 운전하시고 극도로 조심하시길 기원합니다. 안전한 겨울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늘의 질문: 가족 외의 누군가에게 슈퍼맨이 되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