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효자는 다 어디 갔나요?

by 김영무 Feb 19. 2025
Photo by Patty Brito on UnsplashPhoto by Patty Brito on Unsplash


제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효자.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종종 등장하긴 하는데, 제가 아는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 중에서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는 아들은 없었습니다. 특히 동양 문화권에서는 말이죠. 과거 유교 시절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속한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들은 보통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회초리 맞으며 자랐습니다.


자녀 교육은 거의 어머니의 몫이었고 우리의 아버지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돈을 벌어다 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할 일을 했다고 하는 분위기였죠. 아버지는 가정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이 회사일에 매진해야만 계속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그 아래 속한 자녀들은 솔직히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어머니를 향한 효자는 보았지만 아버지를 향한 효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압축성장을 하느라, 혹은 너무 급격한 사회변화, 혹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급히 오르기 위해 가족을 희생한 아버지들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확실히 시대가 달라졌죠. 아들을 더 우대하지도 않습니다. 딸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가정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도 더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나의 소유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죠. 당연히 과거엔 이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친한 아들들이 요즘에는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친한 딸은 훨씬 더 많겠지만 말이죠.


헝가리에 살던 소녀가 고향을 떠나 이탈리아로, 그리고 영국으로 옮겨 교육을 받고, 일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짧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려운 고향 동네를 떠나 선망하던 서구권에 정착하기를 소망했던 그녀. 충분히 이해가 되죠.


하지만 결국 코로나 시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망연자실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외국에서 사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주변의 이모들과 친척들이 돌아가시는 것을 옆에 있어주지 못해 너무 슬펐는데, 이제는 아버지까지.


거기에 코로나 시절에는 제대로 고인을 보내줄 장례절차를 밟는 것도 어려웠죠. 그것이 의료 선진국인 한국이 아니라 헝가리와 같은 국가에서는 더더욱. 아무도 없는 장례식을 치르고, 고인의 유골함을 홀로 받아 들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과연 이렇게 10여 년을 고향에서 떨어져 살면서 이룩한 모든 성공은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대가로 내놓아야 할 만큼 절박한 것이었을까 후회하는 마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우상이자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셨던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래요. 저는 그런 상황에 절절하게 통곡을 할 만큼의 효자는 아니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나의 성공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조금 나이 들고 나서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더 중요해지는 것인데 그런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참으로 다양한 변수들로 가득 차있는 것이라 누구도 나의 마지막을 알 수 없습니다. 추구할만한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분명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지만, 그 와중에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고 계십니다. 저와 아내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고 맞벌이하는 상황에 어린이집 등하원을 도와달라고 여기로 이사를 왔더랬죠. 그러고 보니 참 불효자가 아닌가요. 신혼은 멀리서 지내더니만 맡길 아이가 생기니 떡하니 옆으로 이사 온 민폐 자식이 아니었을지.


죄송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더 자주 뵙고 식사도 같이하면서 살겠습니다. 손자손녀의 재롱도 즐겨주셔요. 이 녀석들도 어느 순간 독립해 훨훨 제 갈길을 갈 거랍니다. 부디 아프지 마시고 끝까지 건강을 누리면서 살아계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질문: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를 마지막으로 한 것이 언제인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산책한다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