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 ‘평범한 삶’이라는 것을 꾸리고 싶었다. 안정적인 직장과 적당한 벌이, 집과 차, 배우자와 자식이 있는 삶. 평범의 조건들만 충족해도 적당히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라 여겼다. 말은 쉽지만, 평범하게 사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저 모든 것을 갖추기가 어디 쉬운가. 하지만 그 평범함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었느냐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 속에는 정작 ‘나’라는 주체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묻기보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나를 욱여넣으면 큰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평범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안전해지고자 할 때 쉽게 붙잡게 되는 단어였다. ‘평범’이야말로 타인의 시선과 인식, 평가가 압축된 범주니까. 거기엔 안온함이 있지만, 나의 욕망이나 내면의 결을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많지 않았다. 평범함이란 결국 누구에게도 지적받지 않고자 스스로 맞춰가는 기준의 총합이었다. 결혼 앞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나는 평범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했다.
인생에서 결혼을 배제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많은 것은 달라졌다. 삶의 중심은 바깥에서 안으로 새롭게 자리 잡았다. 관계 안에서 규정된 나와, 누군가에게 기대되는 역할로서의 나를 뒤로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아야 했다. 그동안 스치듯 흘려보내던 것들을 붙잡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 집중했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틀어 혼자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 시간을 보냈고, 주말에는 가고 싶었으나 미뤄두었던 전시회나 편집숍을 찾아다녔다. 가끔은 아무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났다. 되도록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려 애썼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풍성했다. 영화가 끝난 뒤 조명을 밝히며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바라보는 시간도,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반나절을 카페에 앉아 보내는 하루도 좋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은 내 안의 욕망과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렸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갖는 직업, 대학원 진학, 관심 있는 분야로의 도전, 평생 살던 곳에서 벗어나 낯선 지역에서 살아가는 일상. 오롯이 나만의 욕구로 그리는 미래는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나는 혼자 살아보고 싶어졌다. 결혼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해방감을 온전히 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혼이 오히려 한 개인을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수도, 내가 꿈꾸는 미래가 혼자 살아야만 가능한 세계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당연한 코스에서 벗어난다는 마음만으로도 넓어지는 나의 세계를, 현실에서 충분히 누려보고 싶었다. 혼자 살아가는 삶, 그 자체로도 충분히 온전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마음이 비혼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임을, 나는 비혼을 선언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미혼을 향한 사람들의 딱한 시선, 그 안에 담긴 경솔함을 불편해하지 않았던 내가 문득 가엾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