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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Sep 05. 2020

정리



어느 날 내 방의 가구 배치를 다시 하고 싶어 졌다.

침대 머리 방향이 북쪽이라 괜히 찜찜하기도 하고 문 근처라 소음 때문에 잠을 통 깊게 못 자서 더더욱 해야만 했다.


배치를 어떻게 할지 고민되었다. 인터넷으로 풍수지리도 찾아보고 여러 배치를 생각했다.


작은 방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버릴 것도 많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한번 시작하면 일이 꽤 커진다. 마음먹기까지가 어렵지, 행동하는 것은 쉽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선반과 화장대를 방 바깥으로 빼고 옷장과 침대를 천천히 옮겼다.


한여름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더워서 땀이 금방 났다. 가구를 옮기고 난 자리에는 먼지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걸레로 바닥의 먼지를 닦아냈다. 작년에도 내가 이 짓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샤샥 스쳐 지나간다.


새로운 가구 배치를 마치고 정리를 하는 김에 두꺼운 옷을 수납함에 개어 넣었다. 침대 매트리스는 침구용 청소기로 꼼꼼히 청소하고 새 패드와 이불을 깔았다. 피톤치드 스프레이를 곳곳에 뿌렸다.


안 쓰는 물건들은 모두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화장대는 운 좋게도 중고 거래 어플로 당일에 팔아치웠다. 작은 서랍장 위에 작은 거울과 기초 화장품 몇 개, 자주 쓰는 립스틱을 두니 딱 좋았다. 미니멀 라이프에 살짝 발을 담근 느낌이다.


작년 스웨덴에 갔을 때 현대미술관에서 사 온 포스터를 드디어 벽에 붙였다. 아까워하다가 까먹어서 구석에 처박아둔 포스터였다. 다채로운 색감이 활기찬 느낌을 주어서 방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새롭게 정리된 방을 둘러보니 큰 화장대가 하나 사라졌지만 딱히 빈자리가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느낌이다.


침대 위치가 바뀌어 조금 어색하지만 새로운 구조가 꽤 마음에 든다. 이 집에 사는 동안엔 웬만하면 쭉 이 구조로 갔으면 좋겠다.


한참 뒤에야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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