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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들판 Jul 20. 2021

02. 정 때문에 마시는 박달재 막걸리

정이란 무엇이기에 생과 사를 가름하는지

"정이란 무엇이기에"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를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망가지도 않고 슬피 울다 머리를 땅에 박고 죽어 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원호문(元好問)은 죽은 기러기를 사서 묻어주고 안구사(雁丘詞)란 시를 지었다 한다.


안구사는 김용의 소설 신조협려의 빌런 이막수 오프닝 애송시로 더 유명하다.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한스런 투로 "정이란 무엇이기에 생과 사를 가름하는가!" 를 읊조린다. 이막수의 등장은 곧 주인공의 시련이기에 반갑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정이란 무엇인지' ... 궁금하긴 했었다.  



정 때문에 죽은 박달과 금봉


박달재는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면과 백운면 사이에 있는 고갯길의 이름이다. 한양을 오가던 관리, 과거 보러 가던 선비, 산짐승과 도적떼들이 사이좋게 이용하던 옛길이다. 박달 선비도 이 고개를 넘어 과거를 보기위해 이 고객을 넘어야 했다. 날이 밝으면 재를 넘어 한양으로 가리라 생각한 박달은 재아래 농가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하였다. 그런데 하룻밤이 며칠 밤이 되었다. 묵을 곳을 내어준 집 딸 금봉이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한양 가는 길을 차일피일 미루던 박달은 급제히면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채 재를 넘어 한양으로 갔다. 이후 이야기는 슬프다. 소식 없는 박달을 기다리던 금봉은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낙방으로 상심한 박달은 금봉이 볼 낮이 없어 길을 늦추다 금봉이 장사를 치른지 삼일이나 지나서 도착하였던 것이다. 충격으로 정신줄 놓은 박달은 산을 헤매고 다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금봉인 줄 알고 따라가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박달재 초입에 있는 박달과 금봉 보각 @막걸어막걸리



으른들을 위한 박달과 금봉이야기

지금부터 박달재 막걸리 한 사발에 아무 이야기 대진치를 해볼까 한다.  사실 박달은 장원급재하였다. 출세를 예감한 박달은 마음이 변하여 다른 길로 돌아가 버린것이다. 금봉이가 그리 가고난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죽은 금봉이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꽃다운 아가씨가 그렇게 죽어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멀쩡히 살아있은 박달이 낭떨어지에서 떨어저 죽었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아예 박달을 찾을 생각도 못하게 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금봉이가 무덤에서 일어나 ... 좀비가되 .... 술은 적당이 마셔야한다.    


제천 의림지에는 신선이 된 박달과 선녀가 된 금봉의 귀여운 캐릭터가 있다. 이야기는 시대의 희망을 담아 변형되기도 한다. "박달재"란 지역 브랜드에 담은 제천시의 마음이 보인다. 신선과 선녀가 되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  캐릭터에 정 많고 착한 제천 사람들의 마음이 보인다.


신령과 선녀가 된 박달과 금봉 캐릭터 @막걸어 막걸리



박달재 막걸리를 만드는 간판 없는 백운 양조장


박달재 막거리를 생산하는 양조장 이름은 70년 전통의 백운 양조장이다. 간판이 없다. 막걸리는 지역장사다 보니 그런가 보다. 여닫이 문에 칠한 코발트 블루가 예쁘다. 이곳만큼은 지중해 풍이다. 양조장에 들어서니 연세 높으신 여주인께서 배시시 문을 열고 나오셨다.  우리가 이 술을 사러 여기까지 왔어요! 라고 뿌듯함을 말하고 싶었지만 "술 사러 왔어요" 라는 말 밖에 못 했다.  


그래도 허세는 부려봤다. 여기 있는 술,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 쭈욱 주세요. 라고 말이다. 보이는 종류별로 다 샀다. 그래도 만원이다.  술 값이 저렴한 것 같지만 단가는 막걸리가 가장 높은 것이란다. 탁주는 세법상 서민의 술이라 세율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싸다는 것이다. 막걸리 전문가 선생님이 해 주신 말이다.


간판은 없지만, 주류제조업체 맞다 @막걸어막걸리
백운양조장, 어쩜 이렇게 예쁜 파란 색인지@막걸어 막걸리



박달재도 걸었으니 막걸리도 마셔볼까?


그림은 다 같은 것 같아도 안주도 다르고 술도 다르다. 순서대로 박달재 좁쌀 생동동주, 박달재 생쌀막걸리, 박달재 생막걸리다. 안주는 왼쪽에서부터 감자전, 몰래 쌈장으로 맛 낸 김해표 창작 김치전 그리고  재윤의 오리지널 김치전이다. 좁쌀 생동동주는 좁쌀의 노란빛의 묽은 요구르트 맛이 난다. 달달한 발효 맛이다.  박달재 생쌀 막 거리는 요거트 맛이 난다. 그 맛이 더 풍부하게 나면 좋겠지만 적당히 내 취향이었다. 박달재 생막걸리는 담백하고 깔끔하다. 요구르트, 요거트 그 맛의 차이를 이해해 주기 바란다.  


좌 인스턴트 감자전+좁살막걸리 노랗다. / 중 재윤 김치전에 내가 몰래 쌈장을 넣은 전+박달재생쌀막걸리/우 재윤오리지날 김치전+치악산생막걸리@막걸어 막걸리
계곡에 발 담그고 막걸리를 마셨다@막걸어 막걸리



원주 치악산 막거리는 근처 원주가서 고기와 함께 사갔다. 유명한 술이라고 한다. @막걸어막걸리



막걸리엔 파전이 국률

막걸리 안주는 전이고 그 중 파전이 국률이다.  비록 김자전, 녹두전 믹스를 물에 섞어 부쳤지만 모든 전에 파를 잔뜩 넣어 파전으로 만들었다.  사실 파채를 지나치게 많이  탓이었다.  앞으로 재문이 그만 사라 하면 그만 사기로 했다. 재윤이 믹스가 아닌 진짜 김지전을 만들어 주었다. (역시 파를 얹어 구었다. ) 오지리날 김지천은 ... 생과 사를 가르는 맛이었다. 미안해 믹스전~


무엇이든 파전으로 만드는 놀라운 기술@막걸어 막걸리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우리 막걸어 막걸리 일정은  제천의 구암봉 - 의림지 - 백운양조장 - 박달재 - 배론성지 순이다.  곳곳마다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과 사를 가름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코스였다.  구암봉에서 떨어져 죽은 두향이 이야기,  종교박해의 기억이 있는 배론성지가 그랬다.  아름다운 경치마다 이야기가 가득한 제청 여행의 뒷 이야기를 정라해 본다.  


구암봉, 두향의 이야기

단양 장외나루에 도착하여 멀리 구담봉을 바라 보았다. 구담봉은 학자들과 시인묵객들이 사랑한 봉우리다. 퇴계선생이 담양 현감일 때 구암봉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기생 두향은 퇴계 선생이 떠난 후 자신이 죽거든 구암봉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 했다 한다.


이방운의 구담봉


시간이 흘러 퇴계 선생의 부음 소식에 두향은 구담봉에 올라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정이란 무엇이기에... 생과 사를 가름하는가!".... 절로 이막수의 오프닝 멘트가 떠오른다. 문제는 두향이 사모하던 퇴계 선생이 떠나자 상사병으로,  또는 곡기를 끊고,  이곳이 아니라 남한강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어떤 기록에는 사실 두향이 제를 지낸 사람이 이지번(李之蕃)의 후손이었다고 한다.  두향과 연인이 있던 사람은 이지번이 아니었겠는가 추측하는 이유다. 두향의 나이나 퇴계의 성정을 보건데 둘은 만난 적도 없을 거란 이야기도 있다. 그러고 보니 러브스토리가 좀 허술한 감이 있다. 지어낸 이야긴가 보다.


재윤이 장외나루에서 찍은 구담봉 @막걸어막걸리


배론성지, 황사영 이야기

배론성지는 원래 옹기를 굽는 곳이었다고 한다. 배론이란 명칭은 이곳 골짜기의 형상이 배 바닥처럼 깊고 길게 뻗어 있다는 데서 붙여졌다.  충북 제천시 백운산과 구학산 연봉 사이로 4km 정도 들어간 곳에 계곡만큼이나 깊은 천주교 신앙의 터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배론성지 예수님 십자가 상 @막걸어 막걸리

탁 트인 부지에 기와지붕 형태를 갖춘 건물들이 주변 자연미와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한국의 성지다운 분위기이다. 성지를 둘러싸며 조성된 로사리오 길을 걷다 보면 울창한 숲 속에서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배론의 옹기 토굴에서 명주 자락에 백서를 남긴 황사영은 결혼 직후인 1790년에 교리를 배워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그는 천주교 신앙이 성리학과는 달리 조선을 구원해 줄 새로운 사상임을 확신했고, 이를 전파하려고 관직의 길을 포기하고 오직 천주 교리 연구에만 매달렸다. 1801년 신유박해 때 황사영은 이곳 배론으로 피신 와서 자신의 동료들과 그가 존경하던 중국인 주문모 신부의 순교 사실과 유일하게 살아남은 조선교회의 지도자로서 교회의 재건과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한 방안을 매우 가는 붓을 사용하여 깨알 같은 글씨로 정성 들여 기록했다.

황사영이 숨어서 백서를 쓰던 토굴 @막걸어막걸리

황서영은 천주교 신앙에 대한 굳건한 신념과 동료 순교자들의 숭고한 희생, 지도자로서의 사명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각오로 백서를 남겼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백서 원본은 바티칸 박물관 내 선교 민속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실물 크기의 동판과 필사본은 절두산 한국 천주교 순교자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인용) [인용: 하늘에서 땅끝까지, 주평국(지은이) 가톨릭출판사]


신앙에 대한 굳건한 신념 그것이 무엇인데 죽음까지 각오할 수 있게 만들까? 우리들은 배론성지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성들은 신분제의 구속, 여성으로서 억압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신앞에 귀천이 없는 하나님의 세상은 구원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상류 계층이었을 황서영은 어째서 죽음을 각오하였는가? 그는 천주교 신앙을 조선을 구원할 새로운 철학으로 여겼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정이란 정말 무엇이기에 생과 사를 가를 수었을까.


황사영 동상 아래 누군가 기도하고 갔다. @막걸어막걸리


우리들는 로사리오 길을 느리게 걸었다. 이곳은 신자가 아닌 나도 기도하고 싶을 만큼 경건함이 있었다. 순교의 성지에서 그 마음이 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이 걷지 않아  길에는 질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은 누구라도 기도하고 싶은 특별한 길을 걸었다.

 

  


후기


이번 여행은 막막맴버 김해, 재윤, 재문과 알리스님이 게스트로 함께해 주셨다. 순간순간 본질을 꿰뚫는 알리스님 상황정리 멘트 덕분에 많이 웃었다.  실상은 모든것을 거둬낸 단순함 속에 있다는걸 매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재윤은 동행자들을  편하게 해 주지만 스스로는 철저하게 준비한다. 덕분에 기획이 직업인  내가 여기서는 무방비 백치력은 뽐낼 수 있었다. 드디어 재문이 준비한 와인을 마셨다. 와인도 좋고 풍경도 좋고 자리도 좋았다. 그래 우리 와인도 마신다.


어느 길 한 구석에서 와인을 한 병 마셨다.@막걸어 막걸리

 #박달재옛길 #배론성지길 #박달재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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