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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혜원 Feb 14. 2021

넌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닮았다고

오랜만에 바다 저편의 끝없는 곳을 바라보며 해변길을 따라 걸었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파도의 노랫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았고, 차가운 물결에 몸을 맡겨 유영하는 듯한 사람도, 파도와 한 몸이 되어 서핑보드를 나란히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어. 가지각색의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히 해변길을 걷는 내 곁에는 언제나처럼 너도 그 길을 같이 걷고 있었어. 약속하지 않아도 서로의 발걸음에 맞추어 걷기도 했어. 적적할 줄만 알았던 공기는 너로 인해 금세 나른해졌어. 우리의 시선은 바다로 향했어. 사선의 물결과 일정하지 않은 속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파도는 듣는 귀도, 보는 눈도 금방 집중하게 만들었어. 시간에 쫓겨 이곳에서 재빠른 발걸음으로 나와야 했지만, 잠깐의 나른함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 바다의 경계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의 눈빛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지의 확신은 전혀 중요하지 않을 만큼.


나지막한 목소리로 넌지시 말해볼까. 그럼 너에게도 내 마음이 전해질까. 넌 한 겨울 바다의 바람마저도 여전히 여름 속에 머물러 있는 듯, 따듯함의 전부를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아마, 그 느낌은 영원하지 않을까 싶어. 전부를 알려준 사람이 너라면, 아마 난 또다시 영원을 믿지 않을까 싶어. 넌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무척 많이 닮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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