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시티와 찢어진 청바지를 좋아한다. 팔뚝이 제법 튼실한 편이어도 드러냄에 거리낌이 없다. 훌렁훌렁 걸치고 다닐 수 있는 옷들이 좋다. 그래서 여름이 좋다.
추위보다 더위에 강한 나는 '더워, 더워' 하면서도 바지런히 돌아다니는 여름조아맨이다. 겨울은 추위를 견디기 힘들뿐더러 겨울 옷들이 그나마 몇 안 되는 신체적 장점마저 죄다 가려서 싫다. 1~2월의 나는 걸어 다니는 이불김밥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옷 입고 나갈 때마다 조금 망설여진다. '나이에 비해 좀 과한가...' 싶다. '머리도 염색모에 옷까지 이지경이면 남사스럽지...' 생각하게 된다.
살이 빠져도 5년 전의 그 얼굴이 아니고, 스타일에 변화를 줘도 옛날의 내가 아니다. 슬프지만 내 인생에 가장 싱그러웠던 시기는 지나갔다. 이제 인정하기로 한다.
그렇다고 당장 스타일을 노숙하게 바꾼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전처럼 앳돼 보이지 않는다는 걸 조금 받아들였을 뿐. 아마 난 팔십 먹어도 청바지에 나이키를 신은 히피맨일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좋은 건 좋은 거다. 이걸 누가 말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