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가 시작됐다. 다들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이 시점에 나는 밀린 잠을 자고 빨래를 한다.
약속 없는 휴가는 공포스럽다. 계획을 안 지키는 날은 있어도 계획 없는 날은 없어야 한다.
주변이 정돈되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지는 마음이 그 증거다. 살림살이가 말끔히 제자리를 지키고, 제때 식사를 하고, 대화가 통하는 친구와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아야 비로소 안도감이 든다.
이 모든 과정에 어떤 약속과 계획이 존재하느냐 의문스러울 수 있지만 집돌이에겐 꽤 많은 투두리스트가 존재한다.
효율적으로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해선 우선순위를 꼭 정해 시간 맞춰 움직여야 하니까. 세탁소에 맡긴 이불빨래가 뽀송하게 마르는 동안 장을 보고, 제습제를 교체하고, 가벼운 빨래를 한다던가 그런 것들.
긴 외출 후엔 항상 이렇게 충전과 방전을 동시에 겪게 되는데, 지난 주말 멀리 나들이 다녀온 여파를 오늘에서야 잘 가다듬어 제자리로 돌려두었다는 이야기.
내일부터 진짜 휴가가 시작된다.
바야흐로 여름조아맨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