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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듬 Mar 28. 2024

글과 삶

삶의 의미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평생, 줄곧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나 애를 썼음에도 삶에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찰나의 행복과 억겁의 고통뿐인 세상을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라고.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그 생각은 더욱 선명해지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짓눌려 죽고 싶을 때마다 본능처럼 글을 썼다. 글을 써서 감정을 토해내고 나면 그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고, 허무하지만 괴롭지는 않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글을 쓴다는 건 살고 싶어서 쳤던 발버둥 같은 걸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삶에 거창한 의미 같은 건 없다. 성공이라든가, 부자가 되고 싶다든가, 행복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들. 이런 확고한 목표에 불확실한 인생을 내걸고 살다 보면 삶이 허망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삶의 의미는 불변적이면서도 사소해야 한다.


글을 쓰는 것, 따뜻한 햇살에 산책을 하는 것, 맛있는 밥을 먹는 것. 이렇게 너무 익숙하지만 언제나 할 수 있는 일들처럼 말이다. 매일의 나를 그런 사소하고 분명한 일 앞에 데려다 놓는 것만이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그렇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성실히 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자 나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일. 사소하지만 목적도, 목표도 없는, 결과가 따라와 주지 않아도 지속할 수 있는 일. 어쩔 수 없이 나는 평생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한 언제나 무엇이든 쓸게 분명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하고 많은 일 중에 하필이면 글쓰기라니, 조금 지독하게 느껴지면서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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