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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듬 Apr 04. 2024

새벽 글쓰기

나의 모든 면에 익숙해질 것

지금부터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쓸 생각이다. 보통 새벽에 쓴 글은 당시에는 괜찮지만 다음날 아침만 돼도 끔찍해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인데, 이 글도 그렇게 될지 한 번 시험해 봐야겠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무조건 올리고 볼 생각이다. 검열만 하다가 올리지 못한 글이 수십 개가 쌓였다. 그게 더 바보 같다.


뭐 굳이 새벽에 쓴 글이 아니더라도 과거에 쓴 글은 대부분 별로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 볼 일 없다. 영양가도 없는 글을 잔뜩 찌끄려놓은 자의식 과잉 상태의 흔적일 뿐이다. 그럴 때면 차라리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살아가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면서도 어느 틈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지긋지긋할 정도다.


지금의 상태는.. 새벽인데 뭔가 먹고 싶다. 예전 같았으면 뭐라도 먹었을 텐데 이제는 아침에 마주해야 하는 불편한 속도 싫고 건강 염려증이 도지는 기분도 싫다. 그나저나 딱히 먹은 것도 없는데 배는 왜 이렇게 부글대는 건지. 괜히 불쾌한 감정만 잔뜩이라 혼자 욕이나 뱉었다.


블로그 포스팅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지 한 달째. 이제는 웬만하면 이미지를 최대한 줄인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sns의 생산자나 소비자나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자꾸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로만 채우는 것도 싫고, 가식적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은연중에 미치는 영향 같은 거라던가 스스로 예민해지는 거, 이런 것들이 전부 껄끄럽다. 나는 나의 모든 면을 드러낼 만큼 솔직하지 않다. 그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충 어질러진 내 책상을 찍었다. (누워서 방 여기저기를 찍다가 그나마 잘 나온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확대도 하고 수평도 조정했다.)


가식을 빼낸 만큼 내 일상에 충실하고 있냐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뭔가를 바꾼다고 해서 한순간에 마법처럼 인생이 변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그저 많은 걸 덜어내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나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견디다 못해 던져버리는 건 생각보다 편하다. 다시 중독에 빠지는 것도 쉽다. 애쓰고는 있지만 크게 보면 제자리걸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다.


내 삶을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쉽게 던지는 말은 도움 되지 않는다. 결국 나는 나의 의견에 충실해야만 한다.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다. 어떻게 살든 살아지려면 살아지니까. 인생의 반쯤은 내 의지고 반쯤은 아니다. 반쯤은 내 의지라는 것도 사실 과대평가다. 그러니 적당히 살면 된다.


확실히 타인의 평가에서 멀어질수록 자유로워지는 걸 느낀다. 평가를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건 단기전에서는 꽤 효과가 좋았지만 장기전에서는 몹시 무용했다. 왜 언제나 손 놓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기다리고, 모든 피드백을 수용하면서 나 자신의 의견은 묵살해 버렸을까. 왜인지는 알겠지만 깊게 들어가면 슬퍼질 뿐이니 이쯤 하자.


그저 온전히 나의 생각에 맡기고 싶을 뿐이다. 평가 없이 살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나의 일을 하면 그만이지 않나.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뭐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내면에서건 외면에서건 어느 곳에서나 내 모습이 일치되어 가는 걸 느낀다. 어색함과 동시에 해방감이 느껴진다. 이젠 재수 없는 생각들을 머릿속에 잔뜩 띄우고는 입꼬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웃는 것보다 정색을 하는 편이 좋다. 멍청한 습관들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좀 더 직설적으로 즉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맞지 않는 사람과 꾸역꾸역 붙어 지내기보다는 차라리 막말을 해서 멀어지고 싶다. 쉘던처럼 생각나는 말을 최대한 뱉으며 살고 싶다가도, (요즘 빅뱅이론을 열심히 보고 있다.) 그러고 싶어서 이 매거진까지 만들었음에도 쉽지는 않다.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 마음대로 살기 위해서. 마음대로 살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슬슬 눈이 감겨오는데, 그래도 꼭 수정은 하고 올려야지. 그리고 내일이 되면 절대 다시 읽지 말아야지. 하지만 아무래도 한 번은 다시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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