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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Jan 01. 2022

코로나로 미용실 가본 적 없는 아기, 어떻게 이발할까요

결혼 8주년에 실시하는 엄마를 위한, 아빠에 의한, 아기의 언 밸런스 컷

12월 18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이 되자 어김없이 알람으로 지난 결혼기념일들의 소식들을 서둘러 나와 아내의 SNS가 번갈아가며 알려주었다. 


그중에 아내의 SNS 계정에는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이 있었나 보다. 그 게시물은 나와 아내가 결혼식 즈음에 겨울에 외부에서 벌벌 떨면서 웨딩 촬영을 한 사진이었다. 아내는 8년 전 그 사진을 내게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결혼한 지 이제 8년이 지났다. 2022년이 되면 벌써 결혼 8주년을 맞는 것이다. 사진을 보며 세월이 참  빠르고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웨딩 사진 아기 엄마. 다시 한번 결혼 8주년을 축하합니다.





"여보. 아기 머리 자를 때 되었어요. 이번에는 8주년을 맞아서 특별히 이 사진에 당신 머리 스타일처럼 아기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건 어떨까요? 비 대칭으로요. 그러면 의미도 있고 아기에게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머리도 길어서 안 그래도 잘라야 되는데 이렇게 잘라 줄래요?"

"아. 벌써 머리 많이 길었네요. 참 얼마 전에 잘라준 것 같은데, 시간 참 빠르네요. 뭐 까짓 껏 시도는 해 봅시다. 언 밸런스 컷이라...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 볼게요."




아기는 태어나 머리의 숨구멍인 대천문이 닫히던 시점인 8개월 차, 처음으로 머리를 밀었다. 대천문이 닫히기 전에 머리를 밀어주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아직 뼈가 단단해 지기 전이므로 위험하다.



그 이후로는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꼭 귀 주변의 머리카락 그리고 앞 머리카락과 뒷 머리카락들을 정리해 주었다. 귀 주변의 머리카락은 귀를 간지럽히지 않게, 앞 머리카락은 눈을 찌를 것을 대비해서 눈에서 항상 거리가 있게 끔, 뒷 머리카락은 샴푸나 목욕을 할 때 너무 아래로 처지거나 숱이 많아 뭉쳐서 불편하지 않게 항상 정리를 해 주고 있었다.



이를 위해 이발 가위와 일명 이발기를 샀다. 집에서 아기의 머리를 정리해 주려면 이 말고도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이발보, 커트 전용 빗, 각종 위생 용품들, 그리고 머리카락 전용 청소 빗자루 등을 아기의 셀프 커트를 하기 위해 구입했다.



게다가 지난번과 이번에는 아내의 요구 사항까지 추가가 되었다. 이 번 아기 엄마의 주문은 웨딩 촬영을 할 때의 내 머리 스타일이다. 이 시국에 아기 키우면서 엄빠들이 해야 할 일은 이렇게나 다양하다. 하다 하다 엄마가 스타일을 설정하고 아빠가 아기의 커트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 아기의 이발 관련 물품들 미용기(바리깡), 전용 빗, 미용 가위, 아기 이발 보가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 아내가 앞치마를 두르고 아기를 안았다. 나는 가위를 잡고 이발기를 준비했다. 지체를 하면 아기가 울어버릴 것이 자명한 것을 지난 경험으로 안다. 속전속결로, 아기에게 내가 지난번에 시술받았던 언 밸런스 컷을 최소 10분 안에는 해줘야 한다. 그 이후로 넘어가면 아기 커트는 내년에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린다.



아기의 머리를 잘라주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본인 자신이 커트라는 것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기 싫어 병의 증상들 중에 커트 거부가 엄연하고 당연히 포함되는 이유다. 아기는 가만있으려 하지 않는다. 10분이 지나면 뒤로 발라당 누워 버리고 하기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심호흡을 하고 아기의 머리를 잘랐다. 컨디션이 안 좋은 지 아니면 오늘따라 디자이너의 손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번에는 유난히 아기가 보채서 커트를 하는 손이 다 떨리려고 했다. 가위를 들고 아기 머리를 자를 때는 조심해야 한다. 미용 가위는 다른 일반 가위보다 끝도 뾰족하고 날도 파르스름하게 날카롭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기 싫다고 떼를 쓰며 아기가 울기 전에 커트는 끝이 났다. 아내는 황급히 아기를 안고 아기의 머리를 감겨주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전쟁 같은 뒤처리와 뒷정리는 자연스럽게 홈 헤어 디자이너의 몫이 되었다.



너무 정신이 없고 파란만장하게 난장판인 상황이라 사진을 찍어 놓고도 올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란다. 집에서 아기를 커트하고 난 뒤의 상황은 상상 이상의 가관이라 생각하시면 딱 맞을 듯싶다.



아기가 엄마와 함께 머리를 감고 말려서 다시 거실로 나왔다. 아기의 모습을 보다 피식 미소가 나왔다. 닮을 것만 닮지, 으이그, 머리카락을 잘라 놓고 다시 보니 머리가 나는 방향과 머리가 갈색이며 반 곱슬인 점. 게다가 가마까지 닮았다. 아기가 커트를 마친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가 실소를 했던 이유다.






▲ 커트 후 아기의 모습 오늘 이발을 하고 난 뒤 아기의 모습




결혼식 때 했던 머리 스타일을 아기에게 해주는 일상을 전한다. 물론 미용실에 가서 자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른다. 다시 확산세에 변이 바이러스까지 퍼지고 아기의 마스크 싫어 병이 고쳐지지 않는 처지다. 이제 15개월을 맞은 아기의 머리카락을 미용실에 가서 자르는 일은 이런 이유들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다.



이 시기, 다른 아기의 부모님들은 아기 머리카락들을 어떻게 관리하시는 지를 알고 싶다. 아기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이 글을 쓰면서 매우 궁금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만의 사랑의 방법으로 아기들의 스타일을 만들어 주고 계실 이 시국의 모든 육아 동지 들께, 아기의 이발기의 튼튼한 성능을 닮은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커트 가위의 반짝거림을 닮은 감사와 존경도 함께 보낸다.



아기의 머리를 잘라주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그중에 도움이 되었던 내용들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여름이라도 실내에서 하라. 부모의 편의대로 아기들의 옷을 벗기면 안 된다. 아기들은 머리로 자신의 체온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가누게 된다 판단했을 때 커트를 진행하라. 둘 중 한 사람은 꼭 머리를 잡아 주어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라. 피부가 약한 아이들은 이발기를 쓸 때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상처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미용 전문 가위를 사용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가위의 뾰족한 면이 머리카락을 자를 때 이외에는 항상 아기를 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기 머리카락은 아기가 삼켰을 때 소화를 하지 못하는 종류 중에 하나다. 반드시 뒷정리 시에 얇디얇은 아기들의 머리카락을 한 올도 남기지 말고 정리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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