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 이스라엘 전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연일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얼핏 보면 유대교와 이슬람의 케케묵은 종교적 대결 구도 같지만 이 갈등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더욱 복잡하다.
본래 이란과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꽤 친한 관계였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두 국가는 중동의 '친미 국가'이자 동맹으로서 노선을 같이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정식 국가로 인정해 준 2번째 국가이다. 뜬금없이 자기 선조가 살던 땅이라고 비집고 들어와 모든 중동 국가의 미움을 받던 이스라엘에게 이란이 내민 손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다.
이스라엘 또한 이란에게 과학, 국방 등 현대 기술을 제공했다. 지정학적으로 자원이 풍부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이란에게 이스라엘 또한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문제는 1979년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이란혁명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이란은 친미 국가에서 이슬람 공화국, 신정 체제로 그 노선을 180도 바꿔버렸다.
종교 지도자로 집권한 호메이니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적대국가로 선포하고 모든 교류를 끊어버렸다. 이후 이스라엘을 중동 지역에서 압박하기 위해 하마스, 후티 반군, 헤즈볼라 등 수많은 반이스라엘 단체들을 뒤에서 후원한다.
건국 이후부터 끊임없이 존재의 위협을 받아온 이스라엘이 이란을 배신과 분노로 바라보는 것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기원전 6세기, 유다왕국의 유대인들은 신바빌로니아에게 멸망당하고 약 70년간 바빌론에 노예로 억류된다. 나라를 잃고 적국의 수도로 끌려가 지옥 같은 노예 생활을 했던 것이다. 이것이 구약에 나오는 '바빌론 유수'다.
이때 유대인들을 해방시켜 준 인물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고레스 대왕', 키루스 2세다.
고레스 대왕은 페르시아 제국(아케메네스 왕조)을 세운 왕으로 현 이란인들의 직계 선조다. 고레스 대왕은 신바빌로니아를 정복하고 노예로 살고 있던 유대인들을 전리품으로 취하지 않고 풀어준다. 유대교 경전, 제구 등 무엇하나 손대지 않고 그대로 해방을 시켜준다. 나라가 망하고 노예 생활을 하던 유대인 입장에서 보면 이란인, 고레스 대왕은 기적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랬던 두 민족이 현재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두 국가 중 누가 '악(惡)'이냐고 묻는다면 그 역사를 어디서부터 보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현 상황으로만 보면 먼저 선빵을 때린 이스라엘이 악일 것이고 1,20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반이스라엘 단체를 후원하며 이스라엘을 위협한 이란이 악일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두 민족은 본래 친밀한 사이었던 것.
이란 페르세폴리스 인근에는 고레스 대왕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전쟁 중이지만 아마 이스라엘은 이 무덤만큼은 폭격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