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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Dec 18. 2020

우중충한 파리를 거닐다

프랑스, 파리(Paris)


파리를 거닐다


프랑스 파리


이번에는 유럽 여행의 필수 코스, 유럽 여행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 곳, 프랑스 파리로 떠나려고 한다. 사실 파리는 자르브뤼켄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쉽게 오고 갈 수 있던 곳이다. 자르브뤼켄 역에서 1 정거장, 기차를 2시간 정도 타면 파리 동역에 도착한다. 그렇기에 파리는 자르브뤼켄에서 먹을 수 없었던 한식(한인이 운영하는)을 먹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이자 관광지이다. 여담이지만 독일의 프랑푸르트도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럼 왜 굳이 다른 나라인 파리로 오냐고? 왜냐하면 일단 기차를 갈아타야 되고 결정적으로 거긴 한식당이 맛이 없다...


트로카데로 광장


트로카데로 광장


파리는 작은 도시라 정처 없이 돌아다니가 딱 좋다. 도시는 1구부터 20구까지 파리 중심을 기준으로 달팽이 모양처럼 구역화돼있는데, 구역별로 치안, 볼거리가 달라 어느 구에 숙소를 잡을지 잘 찾아보면 여행이 쉬워진다. 나는 비교적 신시가지인 15구에 숙소를 잡았기에 파리 동역에 도착하자마자 트로카데로 광장 역으로 나왔다.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나오자마자 전 세계인들이 아는 랜드마크, 에펠탑이 보였다.


솔직히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저런 짓다 말은 철골 따위가 무슨 랜드마크지?"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크기가 상당히 컸다. 주변에 높은 빌딩들이 없어서 그런가... 낮에도 예쁜 에펠탑이지만 저녁에 해가 지고 나면 더 예쁘게 보인 다고 한다. 일단 밤의 에펠탑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오늘은 트로카데로 광장에서부터 걸어서 저 에펠탑 밑으로 내려가 볼 것이다.


15구를 거닐다 찍은 에펠탑


에펠탑 밑으로 내려오니 그 크기가 더 커 보였다. 옆에 있는 파리 아파트들도 7~8층은 돼 보이는데. 마카오 파리지앵에서 봤던 짜가 에펠탑이랑은 역시 비교도 안된다. 물론 난 그 가짜 에펠탑을 올라가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말이다. 에펠탑 주변을 걷다 보니 느낀 점은 건물들이 독일에 비해 밝다. 독일은 짙은 갈색이나 목조 색 톤을 많이 쓰는 반면 여기는 하얗거나 베이지색을 쓴다. 그래서 독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우중충해 보였나? 여하튼 파리 거리를 거닐고 있자면 어딘가 밝아지는 기분이다.


라데팡스 구역, 신개선문


라데팡스, 신개선문


랜드마크인 에펠탑을 구경하고 요즘 떠오로는 랜드마크라는 신개선문을 보러 가기로 했다. 신개선문은 현대식으로 지은 개선문으로 파리의 라데팡스 지역에 있다. 라데팡스 지역은 파리 외곽에 지어진 현대식 상업지구이다. 파리의 모든 현대식 건물들은 다 여기에 모여있다고 하면 된다. 신개선문도 물론 현대식 스타일로 지어졌다.


라데팡스 지역, 멀리 보이는 개선문

신개선문에서 일직선으로 바라보면 저 멀리 개선문이 보인다. 개선문과 일직선 방향으로 지어졌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신개선문-개선문-콩코르드 광장은 일직선 도로(샹젤리제 거리)로 쭉 이어져있다. 그리고 신개선문을 중앙에 두고 양 옆으로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아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현대식 도시인가. 자르브뤼켄에선 볼 수 없었던 높은 빌딩들! 특히 신개선문 옆에는 커다란 쇼핑몰도 있으니 오늘은 여기서 쇼핑을 실컷 할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유럽에서 옷을 사자면 프랑스에서 사는 것이 제일 좋다(그리고 그다음은 네덜란드다). 다른 나라들은 음.... 영 아니다.


유럽의 3대 야경, 에펠탑


센느강 너머 불빛이 들어오는 에펠탑

쇼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지고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아 드디어 내가 여태껏 말한 유럽의 3대 야경중 마지막 하나, 파리의 야경을 보러 간다.


센느강 앞에서 보는 에펠탑 야경

에펠탑 야경은 은은하면서 어딘가 설레는 느낌을 준다. 유명한 EDM 가수, Chainsmoker - Paris라는 곡이 있는데 파리의 관한 수많은 노래들 중에 이 노래만큼 파리의 야경을 잘 담아낸 노래는 없다. 반짝반짝 빛나는 저 불빛들이 Paris의 인트로 음과 잘 맞는다. 가사마저 로맨틱하다. 파리하면 수많은 로맨스 영화의 배경이 아닌가. 가만히 에펠탑을 보고 있으면 없던 애인마저 생겨난듯한 기분이다.


트로카데로 광장에 설치된 회전목마


파리 뚜벅이 여행


개선문


에펠탑 야경에 취해 밤잠을 설치고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오늘은 지하철을 절대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파리는 작은 도시라 뚜벅이로도 충분하다. 시작은 개선문! 이 개선문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컸다. 그냥 일단 파리 아파트 크기만 할 줄 알았는데... 거인들이 사용할듯한 느낌이다. 이번엔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개선문 위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샹젤리제거리(좌), 에펠탑(우)

고소공포증을 딛고 올라오길 잘했다. 역시 사람은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 봐야 한다. 개선문 꼭대기에 올라가니 파리의 전경을 360도로 구경할 수 있었다. 저 앞으로 보이는 넓은 도로가 그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 콩코르드 광장까지 이어져있다. 그리고 옆으로 보이는 에펠탑! 날씨가 흐린 게 좀 흠이지만 원래 유럽에선 맑은 날을 찾기가 더 힘드니깐... 난 낮에 왔지만 밤에서 파리 야경을 보는 것도 꽤나 멋질 거 같은데, 아예 흐린 날씨가 싫다면 밤에 와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홍합 크림스프(좌), 스테이크(우)

이제 개선문에서 내려와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콩코르드 광장까지 갈 건데 그전에 배부터 채우기로 한다. 파리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홍합 수프! 프랑스에나 와야 홍합 같은 해산물을 먹지 독일은 북해 쪽 함부르크 지역을 제외하면 해산물을 별로 먹지 않는다. 홍합 수프는 우리나라 홍합찜과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베이스를 크림수프나 토마토 수프를 사용했다. 짭짜름한 홍합과 담백한 크림수프가 궁합 꽤 잘 맞았다. 쌀밥을 말아먹고 싶을 정도로! 한국이었으면 공깃밥 하나 시키는 건데 아쉽다.


공사 중인 콩코르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콩코르드 광장까지 도착했다. 아쉽게도 콩코르드 광장은 공사 중이었다. 우중충한 날씨와 공사 중인 도로, 덩그러니 서있는 오벨리스크가 스산하게 느껴진다. 원래 굉장히 예쁜 곳이라는데... 아쉽지만 콩코르드 광장 위쪽을 더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마들렌 사원

콩코르드 광장에서 조금만 위로 걸어 올라가니 마들렌 사원이 나왔다. 파리에서 볼 수 있는 그리스풍의 사원이다. 사원 안은 일반 성당과 똑같이 생겼으며 내가 갔을 땐 사람들이 미사를 보는 중이었다. 마들렌 사원 또한 콩코르드 광장에서 일직선으로 지어졌는데 중요한 건물들 마다 직선으로 지어놓은걸 보면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원에서 일직선으로 보이는 콩코르드 광장 오벨리스크


라파예트 백화점은 비추


라파예트 백화점


마들렌 광장에서 조금 더 걸어 라파예트 백화점까지 왔다. 백화점이 유럽식으로 돼있고 옥상에서 멋진 전경을 볼 수 있다지만 개인적으론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일단 사람들이 너무 많다... 너도나도 저 중앙홀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 보니 자리가 나길 몇십 분씩 기다리는 건 필수. 백화점 또한 크지 않기에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과 부대낄 수밖에 없다. 사람 많은 건 별로기에 얼른 사진만 찍고 밖으로 나왔다.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본 전경, 흐린 하늘이 아쉽다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다시 콩코르드 광장 쪽으로 내려와서 대망의 루브르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티켓은 인터넷으로 사는 게 편하지만 난 독일 대학생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 입구는 여러 곳이 있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저 투명 피라미드 밑으로 들어가는 곳인데 저기로 들어가자면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된다.


3번째 개선문(좌), 투명 피라미드에서 오른쪽 밖으로 나오면 또 다른 입구가 있다(우)

그래서 내가 선택한 곳은 바로 개선문 쪽 입구. 여기는 입구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에 별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는 사람들만 이용한다는 비밀통로 느낌이랄까. 입구가 정말 잘 숨겨져 있는데 개선문이 있는 공원으로 가서 개선문을 등에 지고 우측방향에 지하로 내려가는 곳이 있다. 입구라는 표시는 되어있지 않다! 개선문에서 깊게 들어가지 않고 바로 우측에 있다. 자칫 잘못해서 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가 정원에 둘러싸인 미로를 맛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모나리자

루브르 박물관에 입장했으면 이제 마음껏 예술을 즐기면 된다. 나는 우선 모나리자를 보러 갔다. 모나리자 또한 인기가 많기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줄 서는 게 싫다면 눈치껏 사람이 없는 시간에 가면 된다. 아니면 모나리자랑 굳이 오붓한 셀카를 찍어도 되지 않다면 그냥 줄을 서지 않고 옆으로 살짝 나와 모나리자 사진만 찍으면 된다. 물론 사진은 정면이 아니라 나처럼 사선으로 나온다.


루부르 박물관을 다 보려면 반나절도 부족하다

루브르 박물관은 없는 게 없다. 고대 그리스 신들의 석상부터 이집트, 심지어 수메르 문화까지 세상 오만 예술을 여기다 다 모아놨다. 아니 모은 게 아니라 훔친 건가. 옛 프랑스의 제국주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 바로 여기 루브르 박물관이다. 이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은 각 잡고 다 보려면 반나절도 넘게 걸린다. 오죽하면 박물관 곳곳에 식당과 카페가 있을 정도...


오 샹젤리제~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을 다 보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져있다. 마지막 파리의 밤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 그냥 샹젤리제 거리를 걷기로 했다. 밤이 되자 샹젤리제 거리가 더 북적해졌다. 파리의 가장 번화가인 곳. 온갖 명품샵과 가게들의 조명이 어두움 밤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샹젤리제에서 꼭 구경해야 한다는 루이뷔통 본사 건물엔 기다란 줄이 샹젤리제 거리 밖까지 나있었다.


샹젤리제 거리의 버스킹


샹젤리제 거리는 명품샵들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홍대 거리처럼 거리 곳곳에 많은 사람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다. 쇼핑을 하지 않아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는 거리다.


뭔가 나올듯한 지하철역, 게임에서 나오는 던전같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에펠탑 한 번만 더


트로카데로에서 보는 에펠탑 야경


호텔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에펠탑 야경을 구경하러 갔다. 이번엔 센 강 앞이 아닌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저 에펠탑은 다시 봐도 예쁘다. 자르브뤼켄에 있는 동안 에펠탑만 보러 파리에 다시 와도 될 정도다. 추가적으로 에펠탑이 반짝거리는 쇼는 매시 정각마다 진행이 된다. 특별하게 매시 정각만 노란 불빛이 하얀색으로 변하는데 화이트 에펠탑을 구경하고 싶으면 트로카데로 광장 앞에서 맥주 한잔 하고 있다가 정각에 구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다.


파리 여행 끝


파리의 치안에 대해


파리의 골목길


파리가 치안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많다. 모 카페에서는 지하철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했고, 에펠탑 광장 앞에서 액세서리 판매원들한테 강매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핸드폰을 몸과 줄로 묶어서 다녀야 된다는 둥 인터넷 후기를 보면 무법천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곳이 파리다. 음... 일단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파리에 몇 번 여행하는 동안 불미스러운 일을 전혀 당한 적이 없다. 이는 파리뿐만 아니라 프라하, 부다페스트, 런던 등 치안 스캔들이 잦은 유럽 유명한 도시에도 해당된다. 소매치기범도 없었을뿐더러 액세서리 판매원들 또한 No라고 웃으며 거절하면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았다.  


이는 내가 워낙 여행객처럼 다니지 않으니까 그런 거 일수도 있다. 현지인처럼 유럽식 모자 하나에 가방 없이, 비비크림 하나 없이 그냥 막 다니니깐... 그래도 유럽에 처음 오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 팁을 남긴다.


파리를 거닐며


파리에서의 치안이 두렵다면 일단 숙소는 15~17구 쪽으로 잡는 게 좋다. 비교적 신시가지고 파리의 중산층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래도 두렵다면 인터넷 카페에서 한국인 동행을 구해도 괜찮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팁을 주자면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어느 나라를 가든 여행객은 바가지를 씌울 수 있는 호구의 대상이다. "나 여행객입니다" 표현하는 것처럼 커다란 가방이나 누가 봐도 처음 파리에 온 것처럼 다니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현지인처럼 간편한 복장으로 다니는 것이 좋다. 마치 실제 파리지앵처럼 말이다. 


센느 강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은 파리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것처럼 무법천지가 아니다. 무려 프랑스 한 나라의 수도다. 소매치기가 많다, 사기꾼이 많다 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다니다가 파리의 좋은 여행지를 놓치는 것은 아깝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유럽을 넘어 세상 곳곳을 다닌 내가 확신하는 것은 세상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거. 조금 긴장을 풀고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 내가 추천하는 파리 여행의 가장 큰 꿀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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