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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Nov 09. 2020

향수, 맥주, 대성당이 아름다운 도시

독일 쾰른(Köln) 여행기


쾰른으로!




독일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어느 도시를 들릴까?  독일이라는 나라가 워낙 큰 나라 이기도하고 유럽이라는 특수성상 여행자들이 독일 한 국가만 들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독일 내에서 도시 한두 곳만 거친다. 그중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은 당연 수도인 베를린, 그 뒤를 이어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대도시를 들리거나 아예 이름 모를 소도시를 들리기도 한다.


쾰른 (Köln)


독일에서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지만 독일의 도시 한 곳을 추천하자면 나는 쾰른(Köln 혹은 Cologne)을 말하고 싶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쾰른 대성당과 라인강의 야경, 쾰른 지역 맥주인 쾰시 맥주에 슈바인학센 까지. 쾰른은 독일 내에서도 거주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 난 도시다. 실제로 한국 대학교 원어민 교수님이 나한테 꼭 가보라고 추천하신 곳이다.


쾰른은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를 이어 독일 탑 5안에 드는 대도시다. 또한 2차 대전 이후 독일 재건 시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라인강 인접도시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많은 인구수와 발전된 상업시설로 대도시가 형성됐는데 통일 이전 서독의 수도였던 본, 뒤셀도르프, 에센, 도르트문트 등 한 번쯤은 들어봤던 도시들이 모두 쾰른 주변에 인접해있어 아시아 유학생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쾰른 대성당


어마어마한 크기의 성당


자르브뤼켄에서 쾰른까지는 FLIX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했다. 시간은 3시간 반 정도로 딱 여행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거리였다. 버스는 쾰른 중앙역 앞에서 하차했는데 나오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쾰른 대성당. 고개를 위로 꺾어야 보이는 첨탑들. 왜 대성당이라고 불리는지 알만했다.


쾰른 대성당



성당 앞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들 크기와 비교하면 성당이 상당히 큰 걸 알 수 있다. 이래저래 카메라 렌즈를 돌리고 바닥에 쭈그려 사진을 찍어봐도 카메라 앵글에 성당 전체를 담을 수 없었다. 원래는 호텔부터 체크인하러 가야 했지만 커다란 성당에 압도돼 성당 내부까지 들어가 보기로 한다.


성당 내부


성당 내부를 말하자면. 컸다. 그냥 크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가봤던 유럽 성당들 중에 건물 내부가 가장 컸다. 커다란 성당 안에 사람들이 빽뺵히 들어서 미사를 보고 있는 걸 보면 없던 신앙심마저도 생길 판이다. 신기한 점은 이 성당은 1200년대부터 약 600년간 지어졌다고 한다. 600년의 건설 기간을 생각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건축 양식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곳이 있을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짧은 시간에 지어진 듯이 성당 내부가 고딕 양식 하나로 통일돼있었다.



성당 내부에서 티켓을 사고 들어가면 교회 첨탑까지 올라가 라인강과 쾰른시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는가 하필 내가 갔을 때 첨탑 내부가 안전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저 높은 첨탑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굉장히 멋있었을 거 같았는데. 아마도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다음번에 올떈 꼭 올라갈 수 있게 해달라고 나도 미사를 보는 사람들 뒤에 서서 짧게 기도를 마치고 나왔다.


루드비히 현대 미술관



대성당을 보고 성당 바로 뒤쪽에 위치한 루드비히 미술관 마저 보고 호텔로 가기로 했다. 유럽에 오고 나서 1주일에 한 번은 꼭 미술관에 들리는 걸 실천하고 있는데 루드비히 미술관은 현대 미술관으로 이때까지 봤던 전통적인 그림이 있는 미술관 하고는 느낌이 달랐다. 차분한 분위기보단 밝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이 아닌 다양한 기구를 이용하여 낸 미술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도 전시돼있었는데 괜히 타국에서 한국인 작품을 보니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작품들을 구경하는데 복도 끝에서부터 우당탕탕 사람 한 명이 뛰어왔다. "뭐 하는 거지....?". 나를 쌩 지나쳐서 복도 반대 끝까지 가더니 다시 되돌아와 미술관 중앙에 마네킹 마냥 서있었다. "뭐지???". 어벙 벙한 마음으로 가만히 쳐다보니 다시 쌩 하고 복도 끝까지 달려갔다. 알고 보니 행위예술을 하고 있었던 거. "아 이게 현대 미술이구나...". 이런 예술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일반인으로서 현대미술은 한편으론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4711 향수


4711 향수 본점


미술관을 나와 호텔로 가는 중 4711 향수 가게를 발견했다. 쾰른 아이템 3이라고 쾰른에 오면 꼭 경험해야 할게 3가지가 있는데 바로 대성당, 쾰시 맥주, 그리고 마지막이 4711 향수다. 4711 향수는 독일 국민 향수로도 불리며 나폴레옹 향수라고도 불린다. 그 이유는 나폴레옹이 이 향수를 애용했기 때문인데 목욕을 할 때도 욕조에 이 향수 통 하나를 부었다고 한다. 그러나 쾰른에 오면 꼭 사야 한다고는 하나 워낙 유명해 독일 DM 어느 지점에서도 4711 향수를 살 수 있다. 심지어 한국 드러그 스토어에 입점돼있다.



쾰른 4711 향수


앞서 말한 대로 아무 곳에서나 쉽게 살 수 있지만 본점이 특별한 이유는 많은 향수의 종류와 방향제, 핸드워시 등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기 때문. 실제 나폴레옹이 썼던 오리지널 향수는 사진에 나온 하늘색 향수라고 한다. 향은 약간 씨트러스 계열의 향이라 누구나 무난하게 쓸 수 있을 거 같다. 이것저것 다양한 종류의 향수를 시향 해봤지만 기념품으로 살 거면 오리지널이 좋을 거 같아서 나도 나폴레옹 향수 하나를 구매하기로 했다.



나폴레옹이 썼던 오리지널 향수


쾰시 맥주와 슈바인학센


얇은 잔의 쾰시 맥주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그토록 기대했던 슈바인학센과 쾰시 맥주. 쾰시 맥주를 마시자 특유의 꿀 향과 고소한 빵을 먹는듯한 맛이 났다. 일반 라거 맥주보다 더 산뜻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바이스비어처럼 탄산 감을 잃지는 않았다. 특유의 향 때문인지 쾰시 맥주는 꼭 저렇게 얇고 높은 잔에 마셔야 한다고 한다.


 

슈바인학센과 자우어 크래프트

쾰시 맥주에 이어 그토록 고대했던 슈바인학센이 나왔다. 슈바인학센은 독일에 오기 전부터 꼭 먹고 싶었었는데 하필 자르브뤼켄이 슈바인학센을 잘 먹지 않는 지역이라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슈바인학센은 쉽게 말하자면 족발이다. 한국 족발이랑 다른 점은 삶은 후에 겉은 살짝 튀겨 자기가 직접 썰어먹는다. 그리고 슈바인학센 옆에 절인 양배추가 나오는데 이게 바로 자우어 크래프트다. 양배추를 절인 사이드 음식인데 독일의 김치라고도 불리며 실제 김치 맛이 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묵은지 같은 맛은 아니고 볶은 김치 맛이 나는데 백김치를 들기름에 볶으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느끼할 때 먹으면 딱 좋다.


라인강의 야경


Hohenzollern Bridge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라인강의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쾰른 대성당 뒤쪽으로 라인강을 건너갈 수 있는 철교가 하나 있다. 호헨촐런 다리라고 기찻길로 쓰이는데 사람이 걸어갈 수 있게 옆에 인도가 살짝 나있다. 이 철교에는 우리나라 사랑의 자물쇠처럼 자물쇠들이 뺵뺵히 걸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실제 독일판 사랑의 자물쇠인지는 모르겠지만 철교의 밝은 빛과 라인강 너머로 보이는 대성당의 야경이 정말 장관이다.


라인강의 야경

철교를 건너 라인강변으로 내려오자 한강처럼 깨끗하고 넓지막한 공원이 강변으로 나있었다. 나도 강변에 서있는 공원 의자에 앉아 강변을 바라봤다. 잔잔한 강물소리에 강 건너로 보이는 우뚝 솟은 성당이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었다. "그래 내가 이런 걸 보러 독일에 온 거지!". 저 높은걸 진짜 어떻게 만들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여기가 정녕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그 장소인가 싶기도 하고. 성당에서 나오는 불빛에 매료돼 추운 날씨도 잊고 가만히 1시간을 넘게,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독일 사람들은 친절해


호텔에서 와인을


바람이 쌩쌩부는 날씨에 하루 종일 구경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감기가 오려고 한다. 일부러 호텔 와서 먹으려고 치킨이랑 와인도 사 왔는데... 원래 내가 선천적으로 추위를 굉장히 잘 타기도 하지만 이 와중에 유럽 난방은 조그마한 라디에이터 하나뿐이라 혼자 있는 호텔방이 더욱더 춥게 느껴졌다. 호텔에 추가 난방기가 없을걸 알았지만 이대로는 정말 크게 아플 거 같아서 호텔 프런트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호텔 직원이 선뜻 내준 히터


프런트에 방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호텔 직원이 난방기가 라디에이터 하나뿐이라 없다고 한다. 직원이 딱한 눈으로 날쳐다보고 잠시 고민하더니 좋은 방법이 있다며 자기가 쓰던 히터를 빼 나에게 넘겨줬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네요. 감기 안 걸리게 이불도 하나 더 드릴까요?". 실은 다른 나라였으면 직원들이 그냥 넘어갔을 텐데. 역시 독일인들은 하나하나 새심히 챙겨주려는 마음이 강하다. 덕분에 쾰른에 묵는 1박 동안 감기에 걸리지 않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안녕 쾰른!


아침에 낀 안개 너머로 보이는 성당

호텔에서 따뜻하게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자르브뤼켄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왔다. 새벽안개 사이로 높은 성당이 작별인사를 하듯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쾰른 도시 이곳저곳을 가봤지만 가장 기억 속에 남은 건 역시 저 성당이다. 그만큼 정말 압도적인 크기였다는 거... 언젠가 독일을 여행하게 된다면 한 번쯤 꼭 다시 들려보고 싶다. 그때는 성당 꼭대기에 꼭 올라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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