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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Dec 20. 2020

천혜의 요새, 4시간짜리 도시

룩셈부르크(Luxemburg)

룩, 룩,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Luxemburg)


룩, 룩, 룩셈~부르크! 오늘은 룩셈부르크로 떠나려고 한다. 자르브뤼켄에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도시. 룩셈부르크는 아주 작은 도시 국가다. 도시 국가이기에 룩셈부르크의 수도는 당연히 룩셈부르크! 사실 구경하기에 반나절 만으로도 충분한 곳. 대부분 여행객들은 베네룩스 3국이라고 벨기에 네덜란드에 끼워서 당일치기로 많이 다닌다. 나도 1시간 거리기에 당일치기로 갔다 올 예정이다.


Flix 버스


자르브뤼켄에서 1시간 정도 Flix 버스를 타면 어느덧 넓은 언덕지대를 지나 룩셈부르크에 도착해있다.


협곡의 도시, 바람의 도시


룩셈부르크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람의 도시다. 깊게 파인 협곡 위에 지어졌는데 이 협곡 사이로 강한 바람이 쌩쌩 불어온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도 협곡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협곡을 건널 때 바람에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돌프 다리


관광객들이 볼 땐 위험천만 하지만 이 협곡은 룩셈부르크를 외세로부터 지켜준데 큰 몫을 한다. 그리고 유럽을 상대로 큰 부를 쌓는데도 일조를 했다. 룩셈부르크(Luxemburg),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Lux, 럭셔리함의 대명사인 국가다. 현재 1인당 소득이 제일 높은 나라. 물론 그에 따라 물가도 살인적이다.


룩셈부르크 중앙역 과 Flix 정거장은 신시가지 쪽에, 요새 등 관광 요소들이 있는 곳은 구시가지 쪽에 위치해있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는 룩셈부르크 협곡을 사이에 두고 나눠져 있는데 이 둘을 잇는 게 바로 아돌프 다리다. 아돌프 다리는 룩셈부르크를 여행한다면 꼭 건너가야 할 다리다. 협곡 위에 지어진 거라 아돌프 다리 위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그 밑을 보면 굉장히 아찔하다.


한국 전쟁 파병 군인을 기리며


헌법 광장


 룩셈부르크 역에 내려 협곡을 잇는 아돌프 다리를 건너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헌법 광장(place de la constitution)이다. 월계관은 든 황금상과 함께 오벨리스크처럼 높은 탑이 설치돼있다. 그리고 그 밑은 룩셈부르크의 군인들을 애도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한국을 뜻하는 Coree,  전사자 2명의 이름이 적혀져있다


내가 헌법 광장에 먼저 온 것은 비단 위치가 아돌프 다리 바로 옆에 있어서만이 아니다. 헌법 광장 밑에는 6.25 한국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을 기리는 비석도 있다. 실은 교환학생 오기 전부터 꼭 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다. 룩셈부르크는 한국전쟁 때 적지만 자국 인구 대비 높은 비율의 군인들을 파병해준 나라다. 그리고 전쟁 기간 동안 2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는데 바로 여기 헌법 광장에서 그들을 기린다. 개인적으로 룩셈부르크에 온다면 한국인으로서 파병에 대한 고마움을 기리는 것도 뜻깊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크 포대, 유일한 관광지


절벽 사이사이로 난 포대들


룩셈부르크가 외세의 침략을 막고 몇 백 년간 독립국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바로 협곡에 위치한 절벽에 있다. 이 절벽들 안으로 굴을 뚫어 포대들을 설치했는데 절벽 중앙에 뚫린 구멍들이 정말 장관이다. 룩셈부르크 시가지를 지나 절벽 쪽으로 가면 보크 포대라고 절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판매한다. 룩셈부르크의 유일한 관광지 이므로 여기는 꼭 입장권을 사 구경하는 것이 좋다.


협곡 절벽 안


절벽 안은 마치 동굴 속처럼 되어있다. 길도 한 방향으로 나있는 게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나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이정표가 없으니 자칫 길을 잃기 쉽다.


포대

절벽 안을 걷다 보면 간간히 옆에 뚫려있는 곳을 볼 수 있다. 여기가 바로 윗 사진의 절벽에 숭숭 구멍이 나있는 곳이다. 룩셈부르크는 전통적으로 여기에 대포를 설치하고 외세로부터의 침략을 막았다고 한다. 까마득한 협곡과 그 협곡 사이로 대포를 쏠 수 있는 환경이라니... 룩셈부르크야 말로 정말 천혜의 요새가 틀림없다.


룩셈부르크 절벽 안

절벽 안에는 포대 자리만 있는 게 아니다. 간간히 예전 사용하던 유적들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절벽을 외세의 침략을 막는 용도로만 사용한 게 아니라 룩셈부르크 성 그 자체로 사용한 게 아닐까 싶다. 절벽 안의 성이라니, 룩셈부르크 가문이 어떻게 천년이 넘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룩셈부르크 협곡 밑


거대한 유적지 같은 협곡 밑


절벽 안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풍경

절벽 안쪽을 구경했다면 밑으로 한번 내려가 보자.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오래된 유적지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밑에서 절벽을 보니 포대의 구멍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다. 이러니 천혜의 요새라고 하지! 실제 절벽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대포가 날아온다면 유럽의 그 어떤 적이든 다들 식겁했을 것이다.


절벽 밑의 고양이

절벽을 다 내려오면 웬 검정고양이 한 마리가 사람들을 맞이해준다. 보아하니 여기서 관광객들한테 이것저것 얻어먹고 사는 고양이인 거 같다. 내려오는 사람들 앞에서 몸을 비비다 먹을 것이 없다 하면 바로 다른 사람한테 넘어간다. 래도 밥을 주면 협곡 안 마을 입구까지 자기가 앞장서서 가이드를 해준다. 똑똑한놈.

 

다시 올라올땐 차조심

협곡 밑을 다 구경하고 다시 올라올 때는 2가지 방법이 있다. 돈을 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오거나. 내려오는데 5분도 안 걸렸기에 이까짓 거 뭐 어렵나 싶어 대담히 걸어서 올라오기로 했다. 그러나 불과 3분 만에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됐는데, 이유는 걸어서 올라오는 길이 너무 멀다는 거! 분명히 내려올 땐 토끼처럼 가볍게 내려왔는데... 게다가 길도 좁고 자동차들이 쌩썡달려 위험하기까지 하다.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3유로 밖에 안 했는데... 역시 푼돈 아끼면 몸이 고생한다.


룩셈부르크 거리


기욤 2세 광장

보크 포대와 협곡 밑을 다 구경했다면 이제 남은 관광지는 없다. 굳이 하자면 룩셈부르크 시내를 돌아보는 것. 보크 포대 위에서 건물이 많은 쪽으로 들어가면 기욤 2세 동상이 있는 광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룩셈부르크 중앙 광장이다. 여기서부터 골목 사이사이로 룩셈부르크 거리를 구경하면 된다.

룩셈부르크 거리

룩셈부르크 거리는 잘츠부르크처럼 간판이 잘 돼있지 않고 건물 색도 베이직 톤이다. 그러나 골목길 곳곳을 돌아다니면 없는 게 없다. 유니클로, 풀앤베어, 구찌 등 각종 브랜드부터 룩셈부르크 전용 고급 손목 시계점까지. 브랜드 입점으로만 따지자면 프랑스, 독일보다 훨배 낫다.

 

룩셈부르크 구찌

그렇다고 룩셈부르크에서 쇼핑을 하겠다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브랜드는 많지만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다. 물가를 따지자면 스위스보다 쪼끔 덜 한정도? 개인 소득 1위인 국민들한테 이 물가는 별거 아니겠지만 다른 유럽 물가를 경험했다면 정말 살인적이다. 매번 여행할 때마다 한식당을 찾는 나조차도 자르브뤼켄에서 최단시간에 위치한 한식당이지만 여기만큼은 찾아오지 않는다. 이유는 보잘것없는 제육덮밥 하나가 3만 원 정도를 웃돌기 때문. 차라리 옆 벨기에나 프랑스를 찾아가는 게 훨씬 낫다.


룩셈부르크 루이비통


4시간 만에 구경 끝


룩셈부르크 곳곳에 보이는 국기

대충 시내 구경을 끝내고 다시 자르브뤼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헌법광장 옆에 노트르담 성당도 있지만 다른 성당과 비슷하기에 사진은 안 찍고 그냥 패스! 룩셈부르크에 도착한 지 무려 4시간 만이다. 도시가 워낙 작아서 원래 벨기에, 네덜란드랑 묶어 베네룩스 3국으로 여행을 하거나 독일의 트리어로 묶어서 여행을 하기도 한다. 룩셈부르크 하나만으로 1박 2일을 하는 건 절대 비추! 여행 도중 당일치기로 잠깐 들리는 게 딱 맞다.


Grand Duke 현대 미술관

예술에 관심이 많다면 Grand Duke 현대 미술관에 들려보는것도 좋다! 현대 미술관이라지만 고전부터 현대까지 모든 작품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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