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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Feb 21. 2021

런던 뽕 뽑기

영국, 런던(UK, London)


런던 뽕 뽑기





영국, 런던(London)

독일 겨울학기가 끝났다. 더불어 나의 자를란트에서의 교환학생도 끝나간다. 약 2주 뒤면 한국으로 다시 출국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한국 대학교 학기가 시작되겠지. 방학도 가지지 못한 체 말이다. 그렇다고 막상 자를란트 안에서 2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엔 뭔가 아쉽다. 어떻게 온 유럽인데... 내 안에 있는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뽕을 뽑아내야 한다. 그래서 한국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러!


마지막 여행은 유럽의 끝, 영국에서 시작해 벨기에, 네덜란드를 갔다 오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이베리아 반도와 북유럽을 제외한 웬만한 유럽 국가는 한 번씩 찍고 온 게 된다. 유럽 정복이 꿈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런던까지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로 갈까 파리에서 기차로 갈까 고민하다 비행기를 선택했다. 자르브뤼켄에서는 두 루트 다 걸리는 시간도 비용도 비슷하지만 왠지 파리 동역에서 북역까지 걸어가기가 찝찝하니 그냥 비행기로 가기로 한다. 약 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런던 공항에 내리니 한국 여권 소지자는 비자 없이 빠르게 자동 입국심사가 가능하다고 떡 하니 쓰여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외국에 나와 있을 때마다 한국인인 게 참 자랑스럽다.


우선 런던아이(London-eye)


런던아이

공항에서 고속 열차를 타고 런던 시내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부랴부랴 호텔에 짐을 풀고 런던아이 야경을 보러 나왔다. 런던아이 포토스폿은 웨스트 민스터 역 바로 앞에 있다. 역으로 나오니 런던의 상징이자 아이덴티티인 런던아이 관람차가 템즈강 너머 화려한 불빛을 뿜내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지 런던 아이 옆 건물이 동성애의 날을 맞아 무지갯빛으로 점등이 돼있었는데 런던아이의 연보랏빛과 무지갯빛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런던아이 혼자 빛을 내고 있었으면 어쩌면 밋밋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런던아이 앞에서


나도 포토스폿에서 사진을 찍고 템즈강 너머 빛나는 야경을 조용히 바라봤다. 부다페스트는 황금빛, 프라하는 붉은빛, 에펠탑은 하얀빛. 각 도시의 야경이 그 도시의 분위기를 말해주듯이 형형 색깔의 런던의 야경을 보면 좀 더 발랄하고, 현대적인 게 런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런던에 대한 커지는 기대감을 안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 본격적인 여행을 준비해본다.

 

형형 색깔의 런던의 야경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


런던의 아침

런던의 아침이 밝았다. 창문 너머 유럽 본토와는 달리 좀 더 정형화된, 딱딱해 보이는 건물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예상했던 대로 런던은 좀 더 근현대적인 모습인 거 같다. 학교에서 배운 영국의 산업혁명을 떠올렸던 이미지랑 똑같다. 미국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건물들 같기도 하고. 저 거리를 걸으면 나도 비긴 어게인 한편 찍는 건가. 기대감에 벅차 어서 호텔 밖으로 나선다.


버킹엄 궁전으로 가는 길


제일 먼저 갈 곳은 바로 버킹엄 궁전! 영국 왕실의 사무실이자 집으로 실제 영국 여왕이 실제로 살고 있다고 한다. 빌딩 숲을 지나 버킹엄 궁전으로 가는 길에 마차를 만났다. 잘 정돈된 말과 전통복장의 마부가 전통을 중시하는 런던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실제 마차가 다니던 시절과 같지는 않겠지만 아스팔트 위를 다그닥 다그닥 거리며 걷는 모습이 어딘가 잘 어울린다.


버킹엄 궁전

버킹엄 궁전은 꽤 넓었지만 유럽의 다른 궁전과는 달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예부터 의회의 견제가 심했기 때문인가. 궁전이지만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딱 왕실로서의 권위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역사시간에 배웠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버킹엄 궁전 앞의 빅토리아 메모리얼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웨스트민스터 사원


다음으로 갈 곳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다. 버킹엄 궁전에서 공원을 따라 쭉 내려오면 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영국 왕실과 위인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종묘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다른 점은 여긴 왕실뿐만 아니라 뉴턴과 같은 위대한 위인들도 같이 묻혀있다. 그렇기에 사원 안까지 들어가는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엄숙한 분위기에 안에서 사진 촬영마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장료마저 받기에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분은 아마 좋아할 만한 곳은 아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으로!

하지만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역사광 이기 때문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없기에 직접 보여줄 수 없지만 생각보다 엄숙하지는 않다. 그냥 커다란 성당 정도? 1000년도 전부터 사원으로 사용됐다 하니 안에 묻혀있는 위인들만 보기에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그러니 안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해설은 필수! 특히 뉴턴의 무덤 같은 경우 찾기가 꽤 힘들어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직원이 하는 말, "당신 발밑에 있습니다.". 깜짝 놀라 발 밑을 보니 아이작 뉴턴이라고 커다랗게 쓰여있었다. 뉴턴은 미래에 자신의 무덤이 이런 관광지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웨스트민스터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 광장과 2층 버스

뚜벅뚜벅 런던 거리를 걷다 보니 커다란 광장이 나왔다. 여긴 뭘까 싶어 찾아보니 트라팔가 광장! 런던 중심

부의 있는 광장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어쩐지 광장에 닿을수록 기념품 가게들이 많다 하더니만. 여기가 바로 런던의 중심인가 보다. 런던을 상징하는 빨간색 2층 버스도 보인다.


내셔널 갤러리

역시 유럽 아니랄까 봐 또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트라팔가 광장 옆에는 내셔널 갤러리라는 미술관이 있는데 마침 날도 흐려지니 잠깐 안에 들어가 그림이나 감상하고 가기로 한다. 갤러리 안은 유럽 회화 작품으로 전시돼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니 미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잠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전시 작품은 13~20세기 유럽 회화작품들이다


프리메이슨 그랜드 롯지(Freemason Grand Lodge)


런던의 거리

미술관을 보고 나오니 해는 다시 나왔지만 구름이 완전히 걷히진 않았다. 아마 오늘은 계속 흐릴 수도 있겠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으니... 다시 런던 거리를 걸어보기로 한다.


프리메이슨 그랜드 롯지

거리를 걷다가 프리메이슨 그랜드 롯지를 발견했다! 역사광이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이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프리메이슨 하면 비밀 결사대,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 단체 등 음모론을 떠올린다. 그 음모론이 뭐 사실일지 거짓일지 안에 들어가면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혹시 프리메이슨 회원이 아니라고 내쫓지는 않겠지?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본다.


프리메이슨 롯지 내부


"우린 자유, 평등, 박애를 실천합니다. 얼마든지 free 하게 둘러보세요", 건물 안 로비에 물어보니 아무나 무료로 방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건물 안은 굉장히 넓고 웅장하다. 그리고 각 방마다 회당이 있고 도서관, 프리메이슨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 전시돼있다. 기념품을 팔기도 하는데 아마 댄 브라운의 소설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롯지 안을 걷자면 꼭 내가 비밀결사원이 된 거 같은 기분이다.

 

타워브릿지와 더 샤드



프리메이슨 롯지를 나와 다시 템스강으로 돌아왔다. 런던에 오면 이거는 꼭 봐줘야 된다길래... 바로 타워브릿지다. 딱히 특별한 건 없다. 그냥 오래됐다, 배가 다니면 다리가 위로 열린다 등. 그래도 우중충한 날씨와 템스강이 타워브릿지와 제법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다.

 

더 샤드

타워브릿지에서부터 템즈강 강변을 따라 쭉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반대편에 커다란 빌딩 하나가 서있는데 이게 바로 더 샤드다. 영국 최초의 초고층 빌딩이자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 빌딩 하나만 우뚝 솟아있는 게 좀 생뚱맞지만 거리 보존을 위해 초고층건물을 제한하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초고층 빌딩이다. 얼핏 보면 잠실 롯데타워랑 비슷하게 생겼다.


대영 박물관(The British Museum)



대영박물관 가는 길의 버스킹


이제 런던의 마지막 여행지인 대영 박물관으로 가본다. 대영 박물관은 뚜벅이가 불가능하므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Tottenham Court Road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대영박물관에 다을 수 있다. 이 박물관으로 말할 거 같으면 세계에서 컬렉션이 가장 큰 박물관이다. 물론 이 중 대부분은 프랑스처럼 다른 나라에서 훔쳐 온 거겠지만 말야. 그 옛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으니 얼마나 많은 컬렉션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대영 박물관 컬렉션들


세계 제일의 박물관답게 컬렉션이 어마어마하다. 이집트부터 남미, 고대 그리스, 모아이 석상 까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보다 규모가 더 큰 거 같다. 여기도 하나하나 다 보려면 몇 시간은 걸릴 거 같다. 루브르 안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기에 한 손에 박물관 지도를 꼭 붙들고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한다. 자칫하면 박물관내 미아가 되기 쉽다. 


한국실이 따로 있다고?

박물관을 사이사이 걷다 보니 한국관도 보인다. 세상에... 아니 어쩌다 우리나라 물건들이 지구 반대편의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한국실이라고 따로 전시회실을 마련한 걸 보면 한두 물건이 있는 게 아니다.


영국에 있는 우리나라 불상

한국실 안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이 불상이다. 유럽에서는 잘 볼 수 있는 유물이 아니기에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다. 대체 어쩌다 이게 여기까지 왔을까. 국가적으로 유물을 선물 받았을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영국의 이미지가 이미지다 보니, 훔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뒤에 보면 탱화와 고려청자, 각종 자기 그릇들이 전시돼있다. 훔친 게 맞다면 정말 꾸역꾸역 잘 훔쳐왔네...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고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도 보인다. 옛날의 유럽에서 활동하셨다고 하니, 이거는 훔친 게 아니라 기증받은 거겠지. 유럽 박물관에 갈 때마다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이 없는 곳이 없다. 이런 거 보면 내가 정말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 K- 자부심이 뿜뿜 솟아오른다. 한국실을 마지막으로 관람을 마치고 이제 다시 호텔로 돌아간다. 


남미 유물인 거처럼 보인다


런던 여행 끝


마지막은 항상 호텔에서 와인으로

런던에서 여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온몸이 피곤하다. 원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아니라 하루 종일 걸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와인은 포기할 수 없지. 내일은 벨기에로 넘어갈 거기 때문에 딱 취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와인 한 병을 마시고 폭신한 침대에 누워 하루를 되짚어본다. 유럽이지만 유럽 같지 않은 곳. 아니 유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그래서 유럽연합을 탈퇴한 건가.... 오히려 미국에 더 가까운 거 같기도 하고 사회상으로 보면 한국과도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TV에서는 남녀 갈등과 빈부격차에 대한 뉴스 방송이 나온다. 여기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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