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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Feb 22. 2021

이카루스를 쫓아

벨기에, 브뤼셀(Belgium Brussels)


이카루스를 쫓아



벨기에, 브뤼셀(Belgium Brussels)

아침 일찍 런던 호텔을 나와 St.Pancreas 역으로 향했다. 영국을 떠나 벨기에로 가기 위해. 런던에서 브뤼셀 미디 역 까지는 유로스타로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고? 의아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다. 런던과 유럽 본토 사이의 도버해협 밑에는 기다란 해저터널이 있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기차로 바다를 건너다니. 의외로 현대 기술로 조그만 해협 사이를 잇는 것은 간단하다고 하다. 왜 모 의원이 부산에서 일본까지 해저터널을 연결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는가? 각 국의 이해관계가 맞아야겠지만 여행을 즐기는 나로서는 일본과 연결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보기도 한다.    


영국 섬과 유럽 본토를 잇는 유로스타


벨기에 브뤼셀


브뤼셀 미디 역

유로스타에 올라타 한숨 자고 나니 어느덧 브뤼셀에 도착했다. 다행히 날씨가 맑다. 브뤼셀의 첫 느낌은 건물이 되게 밝고 하얗다. 곳곳에 붙어있는 프랑스어 때문인지 프랑스 느낌도 많이 난다. 지금은 날이 맑지만 이러다 다시 흐려질 수도 있으니 서둘러 움직여야겠다.


브뤼셀 거리

다행히 브뤼셀은 걸어 다니기에 적합할 정도로 굉장히 작다.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것도 와플 하나밖에 없으니 굉장히 작은 도시인 게 확실하다. 일반 여행객들도 베네룩스로 묶어 당일치기로 거쳐가는 도시 정도? 나는 1박 2일 간 머물 거지만 관광지도 몇 없기 때문에 이번엔 좀 더 편안한 여행이 될 꺼같다.


벨기에 왕립미술관


왕립미술관으로 가는 길


이렇게 작은 도시인데 왜 왔냐고? 바로 왕립미술관 때문이다. 벨기에 왕립미술관에는 내가 그토록 동경하 이카루스가 있다. 이카루스 하면 다들 뭐가 떠오르는가? 지나친 자만심으로 추락한 거만한 인물? 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 이카루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고 하늘 높이 날아 미로를 탈출한다. 그러나 그러던 중 너무 높게 날아 밀랍이 다 녹아 추락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 비극적인 이야기 중 자신이 원하는 만큼 높이 날아 올라간 포인트를 좋아한다.


왕립미술관 앞에서

벨기에 왕립미술관 앞에 도착했다. 웅장한 건물 앞에 서서지 이카루스를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니 어떤 이유 때문인지 지하 특별전시관 빼고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래 10유로 정도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던데. 이유야 어찌 됐건 공짜로 들어오니 기분이 더 좋다. 저 10유로는 나중에 와플이나 사 먹어야지.


왕립미술관 내부

미술관 안은 생각보다 작다. 루브르 같은 대형 미술관을 많이 다녀서 그런가. 규모는 작아도 안에 걸려있는 미술품들은 하나같이 예술이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본듯한 그림들도 얼핏 보인다. 역시 괜히 "왕립" 미술관이 아니다. 이 많은 작품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이카루스를 찾아보기로 한다. 미술관 지도를 이용해도 되지만 괜히 내가 직접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의 아이돌, 이카루스


이카루스의 추락

한참 돌아다니다 드디어 이카루스의 추락을 찾아냈다. 드디어! 아주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이카루스의 추락을 직접 눈으로 보다니. 이카루스의 추락과 그걸 지켜보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표정까지 정말 완벽하다.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아마 오늘 밖에 없을 수도 있기에 한참을, 정말 한참을 넘게 작품 앞에 서서 바라봤다. 내 두 눈에 생생히 담아가려고.


또 다른 이카루스의 추락

한참 뒤 또 다른 이카루스의 추락을 발견했다. 오른쪽에 물에 빠진듯한 다리가 보이는데 그게 바로 이카루스다. 다들 이카루스를 보면 "지나친 자만심이 추락을 만든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게 너무 좋다. 어릴 적부터 느낀 거지만 추락하더라도 끝까지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루려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다. 언젠가 나도 꼭 이카루스처럼 내가 바라는 목표까지 올라가야지. 설령 그것이 추락하는 길이라고 해도.


벨기에 왕립미술관


오줌싸개 소년



오줌싸개 동상을 보러

미술관에서 나오니 또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정말 언제쯤 하루 종일 화창한 날씨를 보는 걸까. 이번엔 브뤼셀의 대표 관광지인 오줌싸개 소년을 보러 가기로 한다. 오줌싸개 소년은 1600년대에 조각됐는데 현재까지 브뤼셀을 대표하는 포토스폿이다. 후기를 보면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실망을 한다지만 어차피 브뤼셀에는 볼 게 없으니... 천천히 산책할 겸 가보기로 한다.


오줌싸개 소년

오줌싸개 소년 앞에 도착했다. 역시 생각보다 작다. 이 작은 소년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작아도 여기저기 길거리에 이 동상을 카피한 상품들을 팔고 있는 거 보면 유명한 장소가 맞긴 한가보다. 이래 봬도 총 3번이나 도둑맞은 인기 있는 소년이다. 썰에 따르면 프랑스 루이 15세가 훔쳐갔다가 옷을 입혀서 돌려보내 줬다는 이야기도 있고 세계 각국 국빈들이 방문할 때 이 소년의 옷을 선물로 사 온다고 하니 인기쟁이 소년이 틀림없다.


그랑 플라스(Grand Place)


그랑 플라스

이제 브뤼셀의 마지막 목적지인 그랑플라스에 도착했다. 그랑플라스는 브뤼셀의 대표 광장이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했다던가. 그 말을 증명하듯 커다란 광장을 두고 시청, 왕의 집 등의 화려한 건물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랑 플라스

그랑 플라스는 아름다운 광장이자 브뤼셀의 최중심부다. 모든 쇼핑 거리, 시청, 관공서 등이 바로 여기 모여있다. 그러니 브뤼셀 하면 계획하지 않아도 꼭 들리게 되는 장소랄까. 광장 뒤편 골목 사이로 벨기에를 대표하는 와플집이 어마어마하다. 낮에는 햇빛이 커다란 건물 중간중간 박힌 금태에 비춰 예쁘지만 밤의 야경 또한 예쁘다고 한다.


그랑 플라스

날씨가 흐렸다 졌다 오락가락 하지만 최중심부니 만큼 나도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며 여행을 마칠 예정이다. 저녁까지 비가 오지 않는다면 편하게 야경을 볼 수도 있겠다. 야경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 또 내일 여행을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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