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필 Mar 06. 2021

유럽의 끝을 암스테르담에서 보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


마지막 여행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늘도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낯선 호텔에서 아침을 맞는 것도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길을 떠나는 것도 이젠 마지막이다. 교환학생을 가장한 유럽 여행기, 공부하러 와서 띵가띵가 놀러만 다니는 내 여행기의 마지막 여행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본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벨기에 브뤼셀 미디 역에서 2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밖으로 나오니 푸른 만과 함께 길쭉한 중앙역 역사가 보였다. 암스테르담(Amsterdam), 이름처럼 댐(dam)으로 이뤄진 도시답게 곳곳에 운하와 요트가 가득하다. 암스테르담은 대영제국 이전에 해상강국이었고 유럽의 모든 금융이 모였던 곳이자 최초의 주식회사가 설립된 곳이다. 즉 예전 찐 부자들이 살았던 곳이다. 덕분에 관공서 같은 건물은 도시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 참고로 암스테르담은 도시 맨 끝(중앙역)에서 운하 끝까지 걸어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네덜란드 왕궁과 담 광장


네덜란드 왕궁


중앙역에서 10분 정도 큰길을 따라 쭉 걸어 나오면 커다란 광장과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은 바로 네덜란드 왕궁, 한때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보여주듯이 엄청나게 크다. 실제로 보면 사진에 한 번에 담기 어려울 정도다. 평소 왕실 영빈관으로 사용되나 가끔씩 대중과 전시회를 위해 개방이 되기도 한다. 네덜란드 친구 말로는 안에 들어가면 옛 왕궁 모습 그대로 보존이 되어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개방이 안 되는 날이라 들어가지는 못했다.

 

담(Dam) 광장


왕궁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왕궁 앞 담(Dam) 광장에서 그 위용을 체험하기로 한다. 담 광장은 암스테르담의 대표적인 광장이다. 전시회, 공연 등 모든 시민 행사는 여기서 열린다고 하면 된다. 내가 갔을 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이 서로의 입장을 알리는 캠페인을 열고 있었다. 실제 두 민족은 지구촌에서 가장 좋지 않은 관계지만 자유와 편견 없는 도시 암스테르담의 특징 때문일까, 같은 장소에서 서로 존중하며 캠페인을 연다는 게 굉장히 이색적이다.


네덜란드 = 꽃의 나라

  

문토렌 시계탑


암스테르담의 특징은 또 뭐가 있을까? 바로 꽃이다. 네덜란드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바로 넓은 들판 위에 쭉 펼쳐진 튤립 꽃 풍요롭게 돌아가는 풍차가 아닐까? 아직 봄이 오지 않은 2월의 겨울이라 꽃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암스테르담 꽃시장으로 가본다. 꽃시장은 암스테르담의 시계탑, 문토렌 바로 밑에 나있는 운하에 있다.


암스테르담 꽃시장


꽃이 없을 거란 걱정과 달리 시장 안에는 꽃 천지였다. 익숙한 빨강, 노란색 튤립부터 생전 처음 보는 색의 튤립까지. 튤립뿐만 아니라 다른 꽃들도 판매하는데 가격도 1~2유로로 굉장히 저렴하다.


씨앗도 판매한다


암스테르담에 며칠 있었으면 한 다발 사서 호텔방에 두는 거였는데, 하루밖에 못 있는다는 게 매우 아쉬웠다. 비록 활짝 핀 꽃은 사 가지 못하지만 대신 한국에 씨앗들을 사 가기로 한다. 뿌리식물이 아닌 일반 씨앗들은 비행기 화물로 운송이 가능하다고 하니 다행이다. 예쁘게 키워서 한국에서 꼭 꽃을 봐야지!


암스테르담 =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 운하


꽃시장을 구경하고 운하를 따라 좀 더 밑으로 내려왔다. 네덜란드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운하! 아주 옛날부터 바다보다 고도가 낮은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 네덜란드 사람들은 댐과 운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암스테르"담" 이다. 운하를 사이로 네덜란드만의 벽돌집들이 들어서 있는 게 꼭 레고 장난감 같다.

 

정박돼있는 배들


운하에는 많은 보트들이 정박돼 있었는데, 이들 중에는 실제 운행하는 보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수상가옥으로 사용되는 집이라고 한다. 원래 집이 없는 자들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자유를 즐기는 상류층들도 수상가옥을 사용한다고 한다.


운하옆에서 젤라토!


운하를 걷다 지쳐 근처 가게에서 젤라토를 사 먹었다. 뚜벅이 여행의 단점이랄까 조금만 걸어도 배가 고프다. 젤라토로 급한 허기를 채우고 맛있는 음식이 잔뜩 있다는 암스테르담 국제시장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암스테르담 운하


암스테르담 국제 거리 시장


국제거리시장


암스테르담 국제시장(거리)에는 없는 게 없다. 아시아부터 남미까지 모든 길거리 음식이 모여있는 듯하다. 시장 자체는 매우 작지만,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음식도 체험할 수 있으니 꼭 와보는 걸 추천한다. 위치도 그리 멀지 않다. 제일 밑 운하에서 5분 정도 더 걸으면 된다. 하이네켄 박물관에서 좀 더 내려온다 생각하면 찾기가 쉽다.


네덜란드 = 자전거의 나라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위험한거 = 자전거


암스테르담을 걸으면서 느낀 건 자전거가 굉장히 많다. 암스테르담의 인구수보다 자전거 수다 더 많다고 한다. 인도와 차로 사이에는 항상 자전거 도로와 신호등이 있다. 도시의 트램도, 자동차도 이 자전거들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없을 거다. 오죽하면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위험한 건 자전거라고 할 정도일까. 인도 옆으로 쓩~ 줄지어 달리는 자전거를 보면 아찔하다.


공원


아찔하게 달리는 자전거에 지쳐 잠시 공원에 쉬기로 했다. 다행히 암스테르담의 자전거들은 지정된 자전거 도로 외에는 달리지 못한다. 복잡한 도로를 벗어나 잔잔히 흐르는 운하 옆 공원에서 쉬는 것도 암스테르담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하이네켄 박물관


하이네켄 박물관


공원에서의 여유가 슬슬 질릴 때쯤 하이네켄 맥주 박물관으로 왔다. 브루어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갈색 벽돌 건물과 하이네켄의 시그니쳐인 초록색 글자! 하이네켄 박물관은 암스테르담의 몇 안 되는 "체험형" 스팟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하이네켄 맥주의 역사를 쭉 둘러볼 수 있고 마지막엔 하이네켄 맥주를 직접 시음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하이네켄 흑맥주도 시음이 가능하다. 하이네켄만의 톡 쏘는 청량감과 고소한 흑맥주의 특징이 섞여있는 하이네켄 블랙은 애주가라면 꼭 마셔봐야 하는 암스테르담의 별미다.


암스테르담 = 쇼핑의 도시


암스테르담 쇼핑거리


유럽에서 쇼핑을 해야 한다면 어디서 해야 할까?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모두 아니다. 화려하고 패션 센스가 넘친다고 인정받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최적의 쇼핑 도시는 바로 여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암스테르담의 쇼핑거리(번화가)는 중앙역 앞에서부터 앞서 말했던 담 광장을 거쳐 꽃시장까지 한 길로 쭉 이어져있다. 끝에서 끝까지 가는 거리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특히 담광장 바로 옆에는 백화점도 있으니 일단 쇼핑하기에는 아주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번화가


다른 유럽 도시들의 패션을 말하자면 조금 밋밋하다. 이 밋밋한 게 우리 한국인들이 조금 더 화려하고 패션에 신경 쓰기 때문이지만... 독일 같은 경우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밋밋함을 너무 어둡기까지 하다. 독일에 교환을 온 여자 동기들 모두 독일에서 옷 사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할 정도... 독일에 애정이 가고 독일 학교에 교환을 오긴 했지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팩트다. 허나 암스테르담의 옷들은 화려함 그 자체다. 형광색부터 반짝이 까지, 특히 아디다스 츄리닝 같은 경우 한국에서 얻을 수 없는 한정판 디자인까지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쇼핑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유럽에서 만났던 사람들 모두 마지막 쇼핑은 암스테르담에서 하라고 했으니 이제 각 잡고 해가 질 때까지 마지막 쇼핑을 해보려고 한다.


잔잔한 암스테르담의 야경


흔한 밤의 암스테르담 운하


해가 질 때까지 혼신의 쇼핑을 다하고 잠시 운하 밖으로 나왔다. 복잡한 번화가와 달리 운하는 잔잔한 물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잠시 운하 옆에 앉아 이제 암스테르담의 마지막 시간을 느껴본다. 유난히 반짝이는 물에 비친 야경, 찰랑찰랑 거리는 물소리와 저 멀리 번화가에서 들리는 백색소음이 조화롭게 느껴진다. 6개월간 혼자 독일로 무작정 들어와 유럽을 들쑤시듯 다녔었는데... 이게 마지막이라니 어딘가 아쉽다.


밤이 되면 맥주집이 열린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아쉬운 마음이 더 커질까 그냥 더 걸어 다니기로 한다. 밤이 되자 낯엔 닫혀있었던 암스테르담의 맥주집들이 하나 둘 오픈하기 시작했다. 나도 하이네켄 맥주를 한잔 사 가지고 혼자 거리를 걸었다. 한국에서 다시 오기엔 너무 먼 곳이니까, 두 눈에 세세히 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의 암스테르담


홍등가


암스테르담 홍등가


암스테르담 거리를 걷다 보면 유난히 분홍~빨강 빛을 내는 거리가 있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다. 낮에는 몰랐던 암스테르담의 이 거리가 홍등가라니... 어쩐지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에선 대마도, 일부 마약도 성매매도 모두 합법이기 때문에 이런 홍등가가 도시 운영에 그리 문제가 되진 않는다. 게다가 경찰들도 상시 배치되어있으니 치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에서 대마, 마약, 성매매가 합법이래도 우리 한국인들은 해당 사항이 없으니 절대, 절대, Never, 하면 안 된다. 한국의 형법은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민은 외국 어디에서든 자국법에 따른다는 뜻이다. 즉 외국에서 대마가 합법이어도 우린 한국법을 따르기에 한국에서 불법인 대마에 대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아까 있던 쇼핑거리에선 대마와 환각 버섯을 파는 가게들이 따로 있는데 의도치 않게 모르고 구매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끝


암스테르담 끝

밤의 암스테르담까지 알차게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왔다. 이제 진짜 여행이 끝났다. 남은 일은 자르브뤼켄으로 돌아가 한국으로 돌아갈 짐을 싸는 것뿐. 아쉽긴 하지만 언젠가 또 올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암스테르담도 이젠 안녕~!


또 만나요 암스테르담!


이전 25화 이카루스를 쫓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