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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Dec 24. 2020

교환학생의 외롭지 않은 크리스마스

자르브뤼켄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소개합니다

자르브뤼켄의 크리스마스 마켓





자르브뤼켄 크리스마스 마켓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크리스마스와는 사뭇 다르다. 유럽의 최대 명절에 걸맞게 크리스마스에 모든 걸 쏟아붓는 느낌이랄까. 한국에선 그저 커플들의 데이트 날, 혹은 아이들이 선물 받는 날이지만 유럽에선 가족들이 오순도순모여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날이다. 그래서 유럽의 교환학생들에겐 크리스마스는 유학 생활중 가장 외로운 날이 된다. 왜냐면 모든 현지 친구들이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St.Johanner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


그래도 아쉽지 않다. 왜냐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지루한 유럽 전역이 구경거리가 가득해 지기 때문.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는 건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스트라스부르, 프라하, 뉘른베르크, 드레스덴 등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많지만 내가 사는 자르브뤼켄 크리스마스 마켓도 꽤나 볼만하다.


St.Johanner 광장 밑


자르브뤼켄 크리스마스 마켓은 자르브뤼켄 성 광장과 중심가인 St.Johanner 광장에서부터 중앙역까지 쭉 이어진 길에 설치된다. 할로윈이 끝나면 St.Johanner 광장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는데 여기가 바로 자르브뤼켄 크리스마스의 메인이다. 여기서부터 쭉 걸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골목길에 온듯한 가게 배치


마켓에 들어서면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은은한 조명들이 주는 따뜻함... 거기에 가게들을 골목길처럼 삐뚤삐뚤하게 좁게 배치해놨다. 이 좁은 길을 걸을 때마다 추위가 녹는 기분이다. 특히 자르브뤼켄의 경우는 더더욱! 원래 작은 곳이기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더 아늑하게 느껴진다.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독일에서 가장 작은 주도이기에 다른 도시에 비해 현저히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마켓 안에 사람들도 딱 붐비지 않을 정도! 어쩌면 이게 자르브뤼켄만의 가장 큰 장점이랄까. 뉘른베르크 같은 유명한 도시로 가면 발 디딜 틈이 없고 인위적인 느낌의 관광지지만 자르브뤼켄은 아니다. 진짜 전통적인 느낌, 현지인으로서 즐길 수 있는 마켓이 바로 여기 자르브뤼켄이다.


자르브뤼켄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뭐가 있을까?


크리스마스 마켓에 파는 공예품들

크리스마스 마켓에 있는 가게들 대부분은 공예품을 판다. 스노우볼과 오르골부터 크리스마스트리들 까지. 모두들 집에 하나씩 사들고 가 장식하기에 딱 좋다. 아쉬운 건 전부 크리스마스 느낌의 용품만 판다는 거...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집에 박아둘 예쁜 쓰레기가 되기 쉽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하나쯤 사 가지고 크리스마스 때마다 두고두고 쓰고 싶을 용품도 있다. 참고로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기에 가격이 꽤나 비싸다.


간이 놀이공원

마켓에는 아이들이  수 있는 놀이기구도 있다. 범퍼카, 회전목마 등 딱 어린이들이 타기 좋을 놀이기구들이다. 마음만큼은 어린이인 나도 타고 싶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이 있기에... 꾹 참고 넘어가기로 한다. 키가 좀만 작았어도 타는 건데. 이놈의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왜 애매한 크기인지 모르겠다.


간이음식점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 크리스마스 마켓에 오면 꼭 즐겨할 것 0순위!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 간이음식점이. 음식은 지역별로 다양하지만 일단 독일은 글뤼바인, 연어 훈제 구이, 감자튀김, 피자, 와플, 토스트, 부어스트(소시지), 스테이크 등이 있다. 워낙 먹을 것이 많기에 뭘 먹을지 고민되지만 꼭 추천하는 건 부어스트, 글뤼바인, 스테이크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 먹는 스테이크

스테이크라고 레스토랑에서 썰어먹는 그 스테이크를 상상하면 안 된다. 여기선 고기를 직화로 바로 구워내 빵 사이에 끼워준다. 빵 사이에 끼워주는 건 부어스트(소시지)도 마찬가지. 굉장히 허접해 보이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면서 먹기에 간편하고 맛도 의외로 퍽퍽하지 않고 맛있다. 고기 간을 뭘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빵 하고 먹기 딱 좋을 정도다. 가격도 2.5유로! 3500원 정도면 잘 구워낸 고기 한 덩어리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


자르브뤼켄 글뤼바인(Glühwein)


글뤼바인은 데운 와인이다. 일명 따뜻한 와인! 프랑스의 뱅쇼와 똑같은 말이다. 이건 솔직히 말하면 호불호가 갈린다. 뜨겁게 데우느라 알코올 냄새가 좀 심하기 때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은은히 풍기는 술냄새는 다 이놈한테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술을 꽤나 좋아하는 주당이기에 가장 추천하는 크리스마스 술이다. 한국에 와서도 날이 추워지면 늘 생각난다.


잔에 새겨진 자르브뤼켄 크리스마스 전경


꼭 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더라 글뤼바인을 마실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저 컵 때문이다. 글뤼바인 컵은 지역마다 다른데 대부분 각 지역의 특색을 잔에 새겨 넣곤 한다. 자르브뤼켄 컵은 아까 말한 St.Johanner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와 마켓이 새겨져 있다. 이 때문에 각 도시별로 글뤼바인 컵만 따로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약 2달간 운영된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운영 중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딱 12월 25일까지만 운영되는 게 아니다. 도시마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월 1일이 껴있는 주말까지 운영이 되곤 한다. 크리스마스에 많은걸 쏟아부었기에 25일 땡! 하고 철거하는 건 아쉬움을 넘어 가히 충격적일 거 같기도 하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려면 꼭 12월 20일 전후가 아니어도 된다. 할로윈이 끝난 11월 1일부터 1월 1일까지.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즐기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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