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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Jan 16. 2021

독일과 프랑스 사이, 푸아그라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ßburg)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ßburg)


흥청망청 유럽을 여행하다 보니 어느덧 교환학생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아까운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잘 써야 할 텐데. 교환학생 기간이란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나라를 다니기 위해 원래 1 국가 1 도시만을 다녔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제 갈만한 국가가 없다. 저기 위,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은 학기 끝나고 묶어서 가기로 하고, 스페인은 너무 멀고... 구글맵을 켜고 자르브뤼켄 근처를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주말엔 시간상 프랑스와 독일 근교밖에 갈 수가 없었다.


쁘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그래서 결국 프랑스 도시로 가기로 했다. 자르브뤼켄을 교환학교로 정한 것도 프랑스와 가까워서 였으니깐. 이제껏 맨날 파리와 포흐바슈만 왔다 갔다 했으니 이번엔 자르브뤼켄 밑쪽, 프랑스 동쪽의 알자스-로렌 지방으로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스트라스부르. 콜마르와 같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자 푸아그라,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곳이다.


알자스-로렌, 프랑스 북동부 쪽 라인강 부근에 위치해있다


스트라스부르는 자르브뤼켄에서 버스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역시 자르브뤼켄! 독일에 살면서 프랑스 도시들을 왔다 갔다 하기엔 정말 최적의 위치다. 그 유서 깊은 알자스-로렌 지역이기에 버스에서 독일과 프랑스 문화가 합쳐진 도시를 상상했더니 어느덧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st


알자스-로렌의 상징, 벽면에 나무 무늬

스트라스부르는 도시 자체가 그냥 예쁘다고 한다.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저 건물 모양! 사진에 보이듯이 나무판자가 건물 벽면에 방사형으로 설치돼있는데 이게 바로 알자스-로렌 지역 건물의 특징이다. 스트라스부르엔 와보지 않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면 아마 지브리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 것이다. 워낙 유명해 저런 건물들만 구경하러 스트라스부르에 올 정도다.


이 지역 집들은 빈티지하다


스트라스부르 거리를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가 들리는 거 같다. OST에 맞춰 집들도 덩달아 움직일 거 같은 느낌이다. 프랑스의 화려함과는 달리 저 목재로 인해 건물들이 오래돼 보이고 소박해 보인다. 프랑스지만 프랑스가 아닌 지역, 이 지역은 독일과 어딘가 섞인 거 같은 빈티지 느낌이 난다. 


강을 띈 스트라스부르 마을의 모습

 이 도시가 더 예쁜 점은 바로 조그마한 강을 띄고 스트라스부르 특유의 건물들이 모여있다는 거다. 조용한 강 위로 오직 백조만이 유유자적 떠다닌다. 덩달아 나도 조용한 이 분위기를 느끼고 있으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메이션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스트라스부르 전경


세계 3대 진미, 푸아그라의 원조는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 원조 푸아그라(Foie gras)

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지브리 특유의 맛있는 음식들,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가 나오지만 여기 스트라스부르에는 푸아그라(Foie gras)가 있다. 트러플, 캐비어와 더불어 세계 3대 진미라는 푸아그라! 오르톨랑과 더불어 만드는 방식이 기괴하고 비도덕적이라는 논란이 있는 프랑스 고급 요리다. (아니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 개고기 먹는다고 그렇게 욕하더만) 그렇기에 먹기에 조금 찝찝했지만 교환학생에 있는 동안 더 많은 경험을 하기로 했으니까... 이 푸아그라의 원조가 바로 스트라스부르라 하니 여기 아니면 못 먹을 거 같아 한번 도전해봤다.


 

푸아그라를 기다리며


푸아그라를 먹는 방식은 많다. 스튜에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다 하고 굽거나 그냥 생으로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그나마 무난한, 살짝 익힌 푸아그라를 빵에 얹어서 먹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푸아그라를 기다리며 맥주를 추가했다.  


푸아그라를 먹는 법

살짝 익힌 푸아그라와 굵은소금, 빵, 그리고 과일 처트니가 함께 나왔다. 먹는 법을 직원에게 물으니 빵 위에 푸아그라를 소금에 찍어 올리고 처트니와 겉들여 먹으면 된다고 한다. "어?" 한입 먹으니 드는 생각은 "의외로 맛있다"이다. 순대에 같이 나오는 간 같은게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저 달달한 처트니가 다채로운 맛을 내는데 한몫했다. 개인적인 총평으론, 확실히 맛은 있다. 비위가 약한 사람도 깜짝 놀랄 정도. 하지만 이게 세계 3대 진미라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내 입맛이 싸구려인가. 하지만 한 번쯤은 꼭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음식이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

밥을 먹고 어디를 갈까 서성이다 시내 중앙에 보이는 커다란 성당에 가기로 한다. 이 성당의 이름도 그 유명한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Notre-Dame)은 귀한 부인, 즉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단어이기에 프랑스 곳곳에 노트르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은 많다. 여기 또한 불에 탔다는 파리의 노트르담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크기가 제법 웅장하다.


성당 앞의 바이올린 연주

성당 앞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곡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분위기가 제법 성당과 어울린다. 환한 햇빛에 비춘 성당이 어딘가 성스러워 보인다. 기분이 좋아지는 햇살 앞에서 잠깐의 연주를 감상하고 이제 스트라스부르 외곽 쪽으로 나가본다  


어쨋거나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도심지 밖으로 나오면 보이는 프랑스식 건물

스트라스부르 중심지 밖으로 나오니 바로 프랑스식 건물이 나타난다. 베이지색 톤의 깔끔한 외벽, 살짝 밝은 남색의 지붕, 그리고 강변의 축 쳐진 버드나무까지. 중심지에 있었을 땐 독일식 목조건물들 때문에 독일인 줄 알았는데... 이런 건물들을 보면 스트라스부르는 영락없이 프랑스 땅이 맞다


궁으로 사용되는 건물같다

조금 더 밖으로 나와보니 프랑스식 궁전 모양의 건물이 나타났다. 중앙의 커다란 문, 그리고 좌우 밸런스가 칼같이 잡혀있는 건물. 앞에 정원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정확히 뭘 하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궁전으로 추측해본다. 어쩌면 학교나 공관 일수도 있겠다. 베르사유 궁전보다는 굉장히 협소하지만, 거긴 뭐 너무 커서 사치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니까... 이 근방 건물들로 치면 스트라스부르에서 성당 다음으로 뭔가 있어 보인다.  


이런 건물들을 보면 스트라스부르는 영락없는 프랑스다


스트라스부르 당일치기 끝


어느덧 밤이 돼버린 스트라스부르

그렇게 스트라스부르 중심지 내외를 걷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됐다. 이제 다시 자르브뤼켄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스트라스부르는 오직 도시 전경만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여기선 그냥 걷는 거밖에 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걸었으니 한 12시간 정도 걸었나? 기숙사에 돌아가면 퉁퉁 부은 발을 보고 후회를 조금 할 테지만... 그래도 그만큼 예쁘니 발을 희생할 만 가치가 있다. 그 어떤 체험도 하지 않아도, 걷기만 해도 여행 온 기분을 몰씬 느끼게 해주는 이곳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와 항상 비교되는 도시로 프랑스 콜마르(Colmar)가 있다. 상대적으로 콜마르가 더 크고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만약 당일치기로 둘 중 하나를 고민 중이라면 쁘티 프랑스, 작고 예쁜 도시 스트라스부르를 와보는 것은 어떤가?  

스트라스부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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