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 잡설(茶談雜說):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보이생차 빙도. 3g, 99도, 50s-30s-40s
"탁탁탁, 탁탁탁"
기차가 역에 잠깐 정차했을 때 뒷자리에서 급하게 손으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해서 돌아보니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창문을 애타게 두드리고 계셨다. 창밖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데 창문의 짙은 선팅 때문인지, 햇빛이 창에 반사되어서 그런지 두꺼운 안경을 쓴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만 하실 뿐이었다.
"할배요, 여기, 여기!"
나 좀 봐달라는 할머니의 애타는 손짓과 두드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가 번뜩 떠오른 생각: 휴대폰의 전등으로 신호를 하면 되겠다! 핸드폰의 전등을 켜서 뒷자리 창문으로 팔을 뻗어 흔들었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불빛을 발견하고 할머니 쪽으로 시선을 맞추셨다. 창 밖의 할아버지가 진정 기차 속의 할머니를 보실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할머니 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웃어 보이셨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두 분이 눈인사라도 한 번 더 하실 수 있게 도와 드려서, 사랑의 오작교가 되어 드린 듯하여 뿌듯했다.
두 분에게 무슨 사연이 있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영감을 혼자 두고 떠나는 할머니의 마음, 할멈을 홀로 떠나보내는 할아버지의 마음 모두 편치 않았으리라. 기차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여러 배웅의 장면을 보았지만 가장 애틋했던 이별이 아니었나 싶다. 아주 오래된 보이 생차 건엽의 냄새가 떠오르는 이별이라고나 할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쉬움, 섭섭함을 내어 보이는, 그런 이별. 보이 생차를 한 잔 마시며 두 분의 해로를 빌어 본다.
첨언. 처음으로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다. 목격한 장면 묘사를 입력하고 얻은 신기한 결과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전달할 수 있는 듯하여 게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