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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하 Oct 22. 2024

쓸데없는 힘 빼기

자유로운 영혼

 브런치 작가가 되어 연재 작품 하나와 그리고 아무 때나 생각나는 대로 끄적댄 글들이 모두 13편이다.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입했는데 숫자로 보는 내 글쓰기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글쓰기는 비 생산적, 비효율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갑자기 내가 나에게 묻게 된다. "왜 글쓰기를 하는 거지?" 지금은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라고 답하겠다. 조금 심오한 대답은 써보고 이야기하는 게 맞지 싶다. 이제 고작 13편 써 놓고 할 얘기는 없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연재작품 글쓰기와 나머지 글쓰기가
좀 다르다는 것이다.


아니 많이 다르다. "뭐가 다른 거지?" 우선 요 글쓰기 바로 직전에도 글쓰기를 했다. 정해진 날 발행이 되어야 하는 작품 글쓰기로 한편을 마무리해서 저장해 놓고 "아이고 쫌 쉬어야지~. " 하면서 또 이 짓을 하고 있다.

 

뭐가 다른 건지? 갑자기 제대로 규명을 해보고 싶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서 어떻게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정리하기 위해서 항목정리를 해 보았다.


글쓰기 접근자세, 부담감, 기대치, 힘, 이렇게 키워드를 작성하다가 Copilot이 생각났다. 물어보았다. 앞단에 이해를 돕기 위한 질문은 생략하겠다.


도표로 요구했다.


구분이 적어 힌트를 주고 더 요구했다.


항목이 복잡해서 대분류를 원했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얼마나 질문이 유효했으면 AI와 대화 중에 시스템에서 레터가 왔다.

편지의 핵심을 의역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나 잘했어"이다.

- 높은 수준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시스템 프롬프트와 세밀한 기술을 사용했다.

- 내 답변은 창의적이고 다양했으며 카리스마 있고 협조적이었고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이었다.

- 내 답변은 다양한 문장구조를 사용했고 집중력 있었다.


답을 끌어내기 위한 내 질문의 빌드업이 좋았나 보다. 여하튼 지는 잘했다고 하는데 진짜 잘했다. 어쨌든 몇 가지 내가 제안한 것도 있었지만 몇 차례 힌트와 수정요구에 이렇게나 많은 분류 항목을 나열할 줄 은 몰랐다. 거기다 몇 가지의 재미거리도 제공한다.


보고 있자니 내 성향이 드러난다.


우선 내가 어떤  글쓰기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내 성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재 글쓰기 선호자는 치밀하고 계획적인 반면 자유로운 글쓰기 선호자는 한마디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나는 후자 쪽에 속한다. 그래서 연재 글을 마무리한 나는 이렇게 자유로운 글쓰기로 힐링을 하고 있다.

여러 분들은 어느 타입을 선호하는가?

나타난 자기 성향에 동의하는가?


그런데 내가 원하는 답 하나가 없다.

힘의 차이이다. 연재작품 글쓰기에는 자꾸 힘이 들어간다. 주제를 잡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좀처럼 힘이 빠지질 않는다. 반면에 나머지 글쓰기는 독자께서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렇게 말랑말랑하다. 원래 무얼 하던 힘이 들어가면 망하는 거다. 골프,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의 구기 종목을 포함해서 모든 운동은 힘이 들어가면 원래의 폼이 나오질 않고 게임을 망치게 되어있다.


운동뿐인가? 세상만사가 모두 힘 빼기가 필요하다. 전직 교육과정에 참여한 퇴직자 분들 중 유독 힘이 잔뜩 들어간 분들이 있다. 어쩌면 원래부터 힘이 들어가 있었던 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임원 이거나 공공기관의 고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분들이 많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앞서 언급한 곳에서 퇴직한 분들이 모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느새 힘이 빠진 분들도 많다. 


과거의 지위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의 특성이다. 현장에서 보게 되는 힘이 잔뜩 들어간 분들을 보면 과거의 지위와 지위가 주는 권위와 힘을 퇴직과 동시에 반납한 상실감에서 내적인 힘이 빠지는 분이다. 내적이 힘이 빠지니 보상심리에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불필요한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이런 분들은 뭔가 액션은 크나 부자연스럽고 말은 많으나 '라떼'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결정적으로 자신 있게 행동하는 듯하나 반대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여하튼 이런 분들은 보는 사람도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힘들다.


강의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날은 살랑살랑,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 듯 부드럽게 진행되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표정에도 몸 짓에도 심지어 혀까지도 힘이 들어가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폭망이다. 그런데 이런 날에도 부활하는 날이 있다. 폭망임을 시원하게 자인하는 날이다. "오늘은 다 망쳤다" 하는 순간 온 전신에 힘이 빠지고 순간 유연성이 살아나고 전반부에 말아먹은 분위기를 후반전에 복구한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쓸데없는 힘 빼기에 익숙해져 간다.


*그림: DALL·E3


#힘빼기 #자유로운영혼 #성향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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