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로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게 많아지면서 그게 충족되지 않을 경우 서로를 원망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나도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가까운 친구들이 결혼하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남편이나 시가를 원망했던 적도 많았다.
상대방을 행복의 도구로 삼으려 하는건 아닐까?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내가 결혼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서였다. 나도 행복하고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적어도 1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큰 싸움 없이, 지금도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이었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것’이었다. 상대방을 나의 행복의 도구로 삼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육아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되지 않아, 남편까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취미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물론 불안했지만 나는 기꺼이 응원을 해줬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부러워. 최선을 다해봐. 당신은 잘 할 수 있을거야. 설사 실패하면 어때? 그걸 통해 배우면 자산이 될 수 있는 거지 뭐~^^”
이렇게 말이다. 물론 내 퇴직금까지 다 넣어야 하고, 집까지 대출받아 사업을 한 후 얼마 안 돼 집까지 거의 날릴 지경이 되고 말았다. 결국 부모님 집으로 얹혀사는 처지까지 되기도 했다. 같은 층에서 살기는 서로 불편해 부모님 집의 옥탑방에서 5년 간을 가족이 함께 살았었는데, 지금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화장실도 1층 마당까지 내려와야 했고, 한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수도가 꽁꽁 얼기도 했지만.
옥상에서 한여름 빨래 넣어 말리던 기억, 햇살 냄새가 가득 담긴 이불, 옥상 마당에서 키우던 앵두나무와 텃밭 채소들, 담쟁이 하며….
기꺼이 도전했고, 실패했고, 그래서 남편은 다시 일어서서 사업을 잘 해나가고 있다. 그때의 실패를 거름삼아서 말이다.
남편도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걸 기꺼이 이해해주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늘 응원해준다. 그게 참 고마울 때가 많다. 특히 집중 육아기때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었다.
아이가 백일 즈음 정도로 어릴 때도
“내가 oo이를 잘 보고 있고, 안 되면 장모님께 부탁할 거니까 걱정말로 여행 다녀와”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래서 사실 어린 아기가 있다는 이유로 서로 각자만의 시간을 못 갖거나, 가고 싶은 여행을 못떠나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랬기에, 제주여행과 관련한 책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주말이면 서로 반나절 정도는 각자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며 지냈다. 혼자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러 카페에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거나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또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서로 숨막히지 않게 적당히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냈다.
결혼이란 상대방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응원해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게 몸과 마음을 해치거나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결혼은 물론 싱글로 살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겨울 때도 있고, 자신의 자유가 제한되기도 한다. 결혼은 꽃길만 걸을 수는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서로의 생각이 수많은 어려운 일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고 함께 할 때 더 행복한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비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