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언철 Feb 01. 2023

왜 서로 말이 다르죠?

"선생님, 왜 다른 병원에서 진료 본 선생님과 이야기가 다르죠?"


다른 병원에서 먼저 진료를 보고 온 환자가 말했다.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같은 질병을 두고 진료를 본 의사의 말이 다르니 그렇지 않겠는가?


 의사들의 치료에 대한 의견 갈림은 어쩌면 다방면의 문제를 두고 사람마다 다양한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경험이 어떤 문제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와 비슷하게 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도 의사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는 없다. 의료에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보다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다. 같은 질병을 두고 그 의사가 가진 경험치나 가치관 같은 것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진료를 본 진료과에 따라서도 바뀔 수도 있다. 아무래도 외과 의사들은 수술 치료에 대해서 조금 더 선호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내과 의사들은 수술을 덜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의 의사결정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를 예측을 해야 하는데 그런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한 예측의 결과에 따라서도 판단의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다양한 관점을 종합하게 되면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혼란이 생긴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해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가 되어야 환자와 보호자들도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간혹 문제지를 풀고서 정답을 맞히는 것 같이 진료 소견이 다름에 대해서 정답이 틀린 것 마냥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있다. 담당 의사로서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단답형 문제처럼 하나의 답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인데 현재 환자에게 주어진 문제가 단답형이라고 이해하고 계신 경우에는 의사로서는 난감하다.


 환자의 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있고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기저질환이 없고 경제적 문제가 없는 젊은 환자'가 대장 내시경 상에서 대장암을 진단을 받고 수술이 필요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는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수술 이야기를 할 것이고 수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 가정했던 상황에서 '환자'라는 단어의 수식어들을 하나씩 바꾸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지진다. 의사로서 나는 머뭇거림이 생길 수도 있고 주저함도 생길 수 있다. '기저질환이 없는'이 '기저질환이 있는'으로 바뀌는 순간 수술을 이야기하기 전에 가지고 있는 기저질환이 무엇인지에 따라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그 검사에 맞추어 다른 진료를 추가적으로 봐야 한다. '경제적 문제가 없는'이 '경제적 문제가 있는'으로 바뀔 수도 있다. 수술을 권유하였을 때 진료비와 수술비 걱정에 선뜻 진행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주어야 한다. 이번에는 '젊은'을 '연세가 많으신'으로 바꿔보자. 수술을 진행하는데 연세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환자 본인이 수술을 거부하시는 경우도 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명이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대장암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대장암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면면은 모두 다 다르다. 가지고 있는 신체적 조건도 다르고 경제적 환경도 다르다. 그리고 환자 주변의 환경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의료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질병 하나만을 보고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더 흔하다.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거침없이 달려나갈 수 있는 상황과 같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는 많은 장애물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장애물이나 난관을 하나씩 하나씩 옆으로 치우기도 하고 제거하기도 하고 때로는 돌아가기도 하면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길이 우리가 생각한 길이 아니라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 길에 대한 확신을 환자와 보호자들은 바라겠지만 그 바램이 항상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길이 있더라도 그 길의 본질적인 목표는 변하진 않는다. 목표는 단 하나, 환자가 가진 질병 혹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의사로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 길로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금 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