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8배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미루 Jul 13. 2023

108배 33일 차

나에게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역시 눈도 뜨지 않고 뒹굴거리며 딴생각하다 일어나 수행하니 집중이 잘 안 된다. 잡생각과 오늘 해야 할 일, 어제 했던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이 말은 하지 말걸, 이 말은 꼭 해야 했는데 등 후회도 들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냥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구나 생각한다.


  어제는 새로운 걸 배우면서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 있었는데 바로 칼을 가는 것. 
어제 하루에만 열세 자루를 갈았다. 

근데 이것도 수행의 일종이라 생각하니 지루하긴커녕 재미가 있었다. 

이 칼들을 갈면서 내 업식을 닦는다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일상에서도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고 이것 또한 수행이라 생각하면 모든 곳이 수행처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나와 함께할 연장이니 내가 애정을 가지고 말끔하게 연마해야만 하는 거고, 이런 완전 기초부터 알려준다는 사실자체가 나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대단한 선생님께서 나의 뭐를 봐서 쌩 기초부터 알려주겠나, 소개해준 아빠의 공덕이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어제 한창 수업중일 때 아빠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서울로 응급차를 타고 급하게 갔단 얘기를 듣고선, 텐션이 확 떨어지면서 집중이 안 됐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안 좋아서 눈물만 났다. 아빠가 아픈지는 오래되었고, 엄마가 간호를 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때 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대해왔는데, 그동안 엄마를 무시한 게 너무너무 미안해졌다. 이 잠깐의 걱정과 불안에도 미칠 것 같은데 엄마는 몇 년을 견뎌왔을 테니..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미워하느라 싸우느라 나 먼저 살고 보느라 시간 다 보내고, 이제 좀 달라져볼까 하는데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엄마 아빠가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둘이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을 도와줄 테니 나에게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 잘 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108배 32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