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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8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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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미루 Jul 13. 2023

108배 34일 차

삶의 의미

  절하며 많이 울었다. 아빠건강으로 근심이 많다. 

평상시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가족 건강 시간.. 이런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내 시간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쓰고 깨닫느냐는 내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내가 깨치지 못하고 허비해 버린다면 삶의 의미가 없다는 걸. 


  절실한 마음으로 '아빠를 낫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내가 엄마 아빠를 깨닫게 도와줄 테니까 그들이 좀 행복할 시간을 주세요'라고 빌었지만, 이미 나에게, 엄마에게, 아빠에게, 삼 년이라는 시간을 주었다는 생각이 순간 확 지나갔다.

머리가 띵했다. 우리는 모두 어리석어서 그 시간이 주어진지도 모르고 있었다.

  '삼 년 줬으니 그럼 삼 년만 더 달라, 난 아직 아빠가 많이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삼 년이든 세 달이든 내가 그 시간 속에서 깨닫고 어떻게 채우냐는 나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지나갔다. 

삼 년간을 싸우고 버팅기다가 이제야 내가 좀 깨닫고서 시간을 더 달라고 하지만, 이 남은 시간도 결국은 나를 깨우치기 위한 시간일 것이란 것...

  어쩌면 아빠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세상에서 만난 걸지도. 만남과 고통이 없었다면 또한 괴로움 속에서 살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가족 안에서 괴로웠던 날들, 외로움을 버텨온 순간들,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결국은 이 순간의 깨달음을 위해서 지나온 시간들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아프고 안 아프고 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몇 살까지 사느냐도 중요한 게 아니라, 사는 동안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거였다.  남은 시간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시간을 돌아가고 싶은 후회조차 안 들게 최선을 다해 진하게 살아낼 것인가가 중요한 거였다. 나의 삶에 대한 태도는 여기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거겠지.


  생에서 너와 내가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인생의 의미가 있는 거였다. 

만난 것뿐만 아니라 가족의 연으로 이어지고 좋은 부모면 좋은 대로, 나쁜 부모면 또 그대로 몸소 반면교사를 보여주러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부모는 감사한 존재다.

  삶의 의미란 그저 우리가 만나서 기쁘고, 죽자 사자 싸워도 결국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감사하게 되는, 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들을 깨달아가는 것.


  이미 많은 시간을 받았지만, 싸우고 소리 지르고 원망하고 저주하던 그 시절들을 지나다 보니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 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더라도, 또 영영 못 깨달을 수도 있지만, 나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모든 건 그저 주어지는 게 없다는 걸 말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절대로 당연하지 않고, 내가 못 가진 것들도 결국 다 나를 위해서였다는걸.

삼 년은, 아니 나의 삼십몇년 생은 허비된 시간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들이었던 거다.

   이 시간들이라도 나에게 있다는 걸 깨달았음에 감사하고, 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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