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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15. 2020

낭만과 활기의 도시

브라질 여행 에세이 - 리우데자네이루 (上)

브라질 여행 에세이 14 - Rio De Janeiro (히우지자네이루)


상파울루만큼이나 유명한 관광도시 리우데자네이루는 상파울루와도 멀지 않고 즐길 거리가 많으며 브라질 느낌(?)이 뿜뿜하는 해안가 도시라 브라질에 가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과거 아프리카 흑인 노예 무역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로 인해 근처 지역에 비해 흑인의 비율이 높으며, 그들이 만들어 낸 음악과 흥, 적당히 더운 날씨와 아름다운 바다가 이 곳 사람들을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또한 크다 못해 거대한 예수상, 2016 올림픽, 코파카바나/이파네마 해변, 빵산 케이블카 등등 많은 것들이 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저녁에는 낭만적인 바다 냄새가 가슴 뛰게 만들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관광도시인지라 타 지역에 비해 치안이 좋지 않으므로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리우를 방문할 때면, 보사노바의 거장 통조빙(Tom jobim) 할아버지의 명곡 이파네마 소녀(Garota de Ipanema) 의 배경이 되는 실제 이파네마 해변에 꼭 들르게 된다.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저 소녀를 봐' 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보사노바 노래는 조빙이 이파네마 해변의 레스토랑에서 그 앞을 매일 지나다니던 한 소녀를 보며 지은 노래라고 한다. 리우에는 대표적인 해변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가 있는데 이 중 나는 이파네마를 더 좋아한다. 보사노바의 괜한 낭만도 이유 중 하나지만, 개인적으로 코파카바나에 비해 덜 붐비고,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두 해변은 이어져있으니 쌍둥이 봉을 멀리서 바라보며 해안을 따라 쭉 걸어가다보면 어느 새 코파카바나를 지나 이파네마에 멈춰서게 된다.  


처음 리우에 놀러갔을 때는 모든 것을 새로 사야했다. 한국에서 사 간 엉덩이를 다 덮는 나의 검정색 수영복은 감히 브라질 언니들 앞에서 꺼내보일 수 없었다. 구릿빛에 탱탱한, 그리고 그 멋진 몸을 드러내어야 마땅하다는 듯 좁디 좁은 폭의 팬티 수영복과 알록달록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비키니에 비하면 내 것은 오로지 스포츠로서의 수영만 하기 위해 입는 옷인 듯 보였다. 그 수영복을 꺼내 입는 순간, 거슬리는 검은 점처럼 눈에 띌 것임이 분명했다. 


몸매가 좋든 아니든, 나이가 어리든 많든 그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몸은 드러 낼수록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브라질 사람들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동공을 흐리고 있던 내가 가장 눈에 띄었을 것이다. 여자인 나도 감히 직시하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비키니 팬티에 치실(Fio Dental) 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우리가 아는 그 치실이 맞다... 얼른 나의 칙칙하고 얌전한 수영복을 가리기 위해 모래사장을 걸어다니던 상인에게서 깡가를 사버렸다. 브라질 해변에 가면 깡가(canga)라고 하는 돗자리 천을 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뜨거운 햇빛을 축복처럼 즐기는 브라질 사람들은 이것을 모래사장에 깔고 눕기도 하고 비키니 위에 원피스나 치마로 만들어 입고 다니는 등 꽤나 활용도가 높다. 그 중에서도 브라질 국기 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깡가는 외국인들에게 단연 인기. 한 장에 20~30헤알(한화 약 8천원) 정도 하는 깡가를 하나 사서 뒤를 돌아 등 뒤로 펼쳐 들고 펄럭이는 브라질 국기 인증샷을 남기는게 친구들 사이에서 약간의 유행이기도 했다. 


다양한 색채의 깡가


파도가 높고 강해 다리만 몇 번 담그고는 파라솔 밑에 앉아 천 원짜리 코코넛워터와 바로 앞에서 구워주는 짭쪼롬한 꼬챙이 치즈를 먹는다. 브라질 바다를 제대로 즐기려면, 깡가를 깔고 누워 맥주 혹은 코코넛 음료를 마시며 레게나 보사노바 음악을 듣는 것이라 전도하고 다니는 편이다. 이 순간에도, 파라솔과 의자가 있었지만 굳이 모래바닥으로 내려와 고집스럽게 눕는다. 브라질 언니들처럼 멋있고 매끄럽게 살이 그을려지길 바라며 살짝살짝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한다. 포르투갈어를 말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대화가 마치 보사노바 같이 들려와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진다. 한 단어에도 높낮이의 반복이 꽤 자주 일어나는 탓에 단순한 대화이다가도 느슨한 노래로 연결되어도 어색함이 없겠다 싶을정도이다. 


밤의 리우를 기다리며 낮의 리우를 마음껏 즐기고, 사람들이 주고 받는 보사노바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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