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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15. 2022

<우비보다 비키니를 택한 사람들> 제목이 전달하는 의미

내가 겪었던 브라질 사람들

출간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가장 처음 들었던 말은 단연,

'제목이 흥미롭다' 였다. 



의외였다. 사실 나는 제목으로 다른 것들을 고심했고, 몇 주 동안 두어개의 다른 후보들 중 어떤 걸 고를지 오랜시간 고민했더랬다. 예를 들면 '여름 아침 해변에서 마주한 것들', '브라질에서 자아찾기', '삼바 말고 어쩌구' 등 (기억도 안난다)


글쎄, 딱히 강렬하게 끌렸던 게 없었기에 더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오탈자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글을 살피다가 어느소제목에서 멈췄다. 바로 이과수 폭포에서의 순간을 이야기가 아닌 시처럼 짤막하게 쓴 꼭지의 소제목이었다. 우비보다 비키니를 택한 사람들.


내가 이과수로 여행을 갔을 때, 비는 오지 않았지만 우비를 사서 폭포로 향했다. 폭포 가까이로 가면 그 물줄기에서 튀는 물방울 때문에 다 젖는다는 후기를 봤기 때문이다. 나와 친구는 수많은 폭포를 구경하며 점점 더 깊이 들어가다가, 결국에는 우비를 벗고 그냥 온몸으로 물방울을 달갑게 맞았다.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다. 그게 훨씬 시원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모두가 자유로워졌다. 

그러다가 더 용기를 내서,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 입고있던 민소매를 벗고 비키니에 반바지만 걸친 채 두 팔을 벌려 차가운 물을 맞았다. 마치 폭포의 기운을 온몸으로 흡수하듯이. 



이과수라는 관광지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이 제목을 통해 내가 만난 브라질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자유와 여유, 낭만 같은 것들. 


내가 2번째로 살았던 브라질 동네는 엄청난 시골이었는데, 거기서 자주 주말을 보냈던 친구네 집에 가면 마을 입구에서부터 친구네 아버지가 웃통을 벗고 금목걸이만 한채 아무데나 앉아서 본인의 동네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동그랗게 불룩한 올챙이 같은 그의 배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그게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의 맨 몸을 안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게 보통이었다. 그를 지나쳐 친구의 집 옥상으로 올라가면 문신을 옷처럼 입고 상의는 탈의한 건장한 청년들이 음료를 마시며 놀고 있다. 딱히 불건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순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더우면 간이 수영장에 물을 받아 수영을 하고, 비가 오면 또 그대로 맞았다.


가끔 한국 친구들한테 브라질 친구의 집에서 노는 사진을 보여주면, 왜 이사람들은 다 옷을 안 입고 있냐고 물어온다. 웃기지만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러게?"

딱히 거슬리거나 하지 않아서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편안한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그래서 행복했고, 그래서 나는 이제서야 이 제목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질 그 자체를 드러내주는 것 같아서. 사실 지금의 나는 비키니보다 우비를 택할 것 같지만, 그 때 매력적이었던 나 자신을 기억하고 싶었기에 고른 제목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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