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째 내려오는 칼국수 맛집
우리 집이 3대째 다니고 있는 칼국수집이다.
어릴 적 외식을 거의 안 하던 우리 집의 주말 메뉴는 칼국수 아니면 여름엔 콩국수였다. 쇠고기로 국물을 낸 얇은 면으로 끓여내어 후루룩 먹기 좋았던 칼국수가 나는 칼국수인가 보다 하고 알고 지냈다. 나중에 좀 더 커서 먹어본 두꺼운 면의 조개 칼국수와 면이 아주 널찍한 버섯 샤브샤브 칼국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요즘은 알곤이가 듬뿍 들어간 칼국수를 파는 곳도 생겨날 만큼 칼국수 춘추 전국시대가 열렸다. 오히려 얇은 면으로 된 칼국수 찾기는 어려워졌고, 나이가 들면서 나의 위는 두꺼운 밀가루 면을 소화시키기 버거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지만 우리 친가는 충청북도 청주가 고향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1년에 몇 번은 청주에 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항상 찾는 칼국수집이 있다. 청주 시청 근처에 있는 ‘소영 칼국수’는 할머니, 아빠, 그리고 이제는 우리들까지 3대가 다니고 있는 집이다.
이 곳은 처음에 할머니께서 하시다가 지금은 아드님이 이어서 2대째 운영하고 계신다. 맑은 고깃 국물에 아주 얇은 면, 그리고 김치, 쑥갓 줄기를 총총 썰어 넣은 고명과 김가루, 간 돼지고기를 약간 올려 주신다. 여기에 신선한 쑥갓과 지고추 (고추다대기)를 올려 먹으면 정말 맛있다. 지고추는 항상 욕심내서 많이 넣는데 먹고 나면 1시간 즈음부터 미친 갈증이 몰려온다. 매번 그걸 못 고친다. 맛있는 걸 어떡해.
특이하게 여기는 쑥갓을 따로 넣어 먹을 수 있게 주시는데 충청도에서 칼국수에 쑥갓을 올려 먹는 것 같더라. 대전이나 천안, 청주 같은 충청도 외의 지역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칼국수 국물이 맑으면 자칫 밍밍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쑥갓 향이 향긋하게 올라와 맛을 더 풍부하게 해 준다. 쑥갓을 싫어하면 불호일 수도 있겠지만 우동, 마라탕 등등 넣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쑥갓을 듬뿍 넣어 먹는 내 입맛에는 너무 잘 맞는다.
이 집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김치다. 열무가 나오는 철에는 열무김치를, 그 외 계절에는 배추김치를 주시는데 얼갈이와 열무가 철인 요즘 가면 연하고 아삭아삭한 열무김치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다. 이렇게 먹으면 국수, 국물, 다대기에 김치까지 아마 하루치 나트륨 섭취량을 훌쩍 넘길 것 같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아니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면은 얇다 보니 후루룩후루룩 빨리 먹지 않으면 무서운 속도로 국물을 먹어 치워 불게 된다. 그럴 때는 육수를 조금 더 요청드리면 주신다. 하지만 육수 추가 요청한 적이 없다. 평소 밥을 빨리 먹는 편은 아니지만 이 집만 오면 이상하게 허겁지겁 먹어서 면이 다 불어 터진 적이 없다.
저 현수막에 있는 할머니가 처음 소영 칼국수를 시작하신 1대 사장님, 아래 앉아 계신 분이 2대 사장님이시다. 1년에 기껏 가봤자 한 두 번인데 어떻게 항상 기억을 해주셔서 오늘은 어쩐 일로 사진도 찍냐고 물어보신다. “블로그에 올려보려고요. 서울에 분점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이거 먹으러 서울에서 오는 거잖아요.”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신다. 생각해보니 이 집을 다닌 지 나만해도 거의 20년인 거 같은데 오늘만큼 대화를 많이 나눠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원래 과묵한 게 충청도 스타일 아닌가.
소영 칼국수 앞으로 노상 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도 편하다. 경부고속도로 청주 IC로 들어오면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에 항상 선정되는 청주 가로수길이 나타난다. 아직은 잎이 무성하지 않아 좀 부실해 보이지만 한 여름에는 가로수길 터널이 만들어져 장관을 연출한다. 새로 생긴 국립현대미술관도 둘러보고 (국내 최초로 개방 수장고를 둘러볼 수 있음) 맛있는 한 끼로 힐링하고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소영 칼국수>
주소: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교동로3번길 146 (수동 본점, 여기 외에도 몇 군데 더 있다)
연락처: 043-224-2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