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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원아.
너는 호불호가 강한 아이라
사람에 대해서도 좋고 싫고가 분명하지.
싫은 사람은
80 넘은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온단다.
하지만 살아보니
‘악역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각자의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맡은 역할이 서로의 악역이기도 하고
도움을 주는 관계이기도 하지.
너도 몇몇의 사람에겐
악역이기도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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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네 앞에 많은 일이 일어나겠지만
몇가지 중요한 사건만 귀띔해줄게.
네가 20대 때 일하면서 알게 된
거래처의 O 대표.
오만방자한 태도 때문에
네가 싫어했던 그 사람 말이야.
훗날 네가 시작하게 될 사업을
안정대로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네가 지독히 싫어했던 그사람이
뒤에서 알게 모르게 너에 대해
굉장히 좋은 평판을 해줄 것이고
그의 영향력 덕에
너의 사업이 자리를 잡아갈 거란다.
그 사람 뿐만이 아니야.
네가 지금 싫어하거나 피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사람들 중 몇몇은
앞으로 너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을거야.
큰 위기도 겪을텐데, 바로 그 위기는
네가 믿고있던 좋은사람의 입에서 시작된다.
그의 배신에 너는 휘청이게 될거야.
이런 사람 또한 한 두명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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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좋은사람, 나쁜사람 구분하며 사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사람에 대해 고정적으로 판단하는 습관은 버리고
조금 유연하게 생각해보렴.
하나의 면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너무도 다양하고 섬세한 생명체야.
모두가 다르고 또 복잡하단다.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 척 보면 안다’
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은 ‘척’이라는 글자처럼 단순하지 않다.
아무리 많이 봐도 알 수 없는 게 바로 인간이야.
쉽게 판단하지 마라.
기억하렴.
누군가가 미운 마음이 든다면
너무 많이 미워하지는 말거라.
언젠가… 어떤 사이가 될 지 모른단다.
관계는 변화하고,
너는 그의 몰랐던 면을 알게 될 거란다.
2070년 6월 10일
할머니가 된 지원이로부터.